계속하자면, 내가 이 글을 쓰는 목적은 침묵 속에 잠기거나 시간의 흐름에 휩쓸려 망각의 바다로 쓸려가서는 안 될 내 아버지의 위업에 대한 기록을 남기는 것이다. 그가 황제로서 이룬 업적뿐 아니라, 제위에 오르기 전 다른 이들을 섬기면서 한 일들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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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장작이 없어도 타올라 내 마음을 잿더미로 만드는구나! 가장 비밀스러운 곳까지 태워버리고도 사그라지지 않고, 내 심장을 태우고, 불길의 손아귀가 내 골수까지 붙잡고 영혼을 갈라놓았는데도 겉모습은 멀쩡히 남겨두고 있구나! 이제 보니 이런 감정 때문에 본래의 주제에서 벗어나고 말았다. 카이사르를 언급하고 그를 애도하고 있자니 참담할 정도로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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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 말하는 것만 들어도 아주 즐거웠을 뿐 아니라, 당시 친구들이 말한 대로 타고난 활력과 유연함으로 경기에서 적수가 없었다. 금발에 피부는 우유처럼 하얗고, 뺨은 막 꽃봉오리에서 나온 눈부신 장미처럼 붉은빛이 적절하게 감돌았다. 눈동자 색은 옅지 않고 매와 같았으며, 눈썹 아래에서 마치 금반지의 보석처럼 빛났다. 이 세상의 것이 아닌 듯한 아름다움으로 본 사람을 사로잡았으며, 그를 본 사람은 누구나 에로스를 그려놓은 것처럼 느꼈다. 황후가 궁전에 머무른 이유는 바로 이런 것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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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시오스는 특별히 키가 크지는 않았으나 어깨가 떡 벌어지고 몸의 균형이 잘 잡혀 있었다. 지나가는 사람이 경탄할 정도는 아니었으나, 옥좌에 앉으면 눈에서 나오는 날카로운 빛은 벼락처럼 보였으며, 압도적일 정도의 광채가 얼굴뿐 아니라 온몸에서 뿜어져 나왔다. 검게 휘어진 눈썹과 그 밑의 눈에서는 무시무시하면서도 부드러운 시선이 쏘아져 나왔고, 빛나는 얼굴과 우아하게 구부러진 턱은 불그스름한 빛이 감돌아 경외심과 용기를 함께 불러일으켰다. 넓은 어깨와 근육질의 팔, 탄탄한 가슴은 영웅처럼 보였기에 사람들은 감탄하고 즐거워했다.
--- p.105
그가 계속 말했던 말장난은 지금도 회자하고 있는데, ‘리코스토미온’을 야만인다운 발음으로 말하면서 자신이 알렉시오스를 ‘늑대의 입 속에’ 몰아넣었다고 한 것이다. 자고로 오만함은 많은 이들이 눈앞에 있는 것도, 발밑에 있는 것도 보지 못하게 만드는 법이다.
--- p.167
게다가 황제는 겉만 보고 판단하지 않았기 때문에 진실을 알았고, 책망할 열정의 먹이가 되지 아니하였으며, 양심의 균형 잡힌 저울에서 진실을 저울질하였는데, 두 사람이 얼마나 추락했는지 기억하고 마치 자기 자식인 양 그들을 품에 안았다. 그가 그들에게 주지 않은 친절한 말이나 행동이 있었을까? 아니면 그들의 미래를 소홀히 한 적이 있을까? 그러나 시기심은 그들에게 화살을 날리고, 그들을 놓아주지 않았다.
--- p.284~285
그러나 카이사르의 활은 정말이지 아폴로의 활이라 할만했다. 그 유명한 호메로스의 그리스인들처럼, 활줄을 가슴팍까지 당기고 화살을 시위에 물려 쇠로 된 촉이 활에 오도록 하는 사냥꾼의 기술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재림한 헤라클레스처럼 불후의 활에서 치명적인 화살을 날려, 겨냥한 것을 놓치는 법이 없었다. 다른 싸움과 전투에서도 여러 차례 그는, 조준한 것은 무엇이든지 맞추었으며, 몸의 어느 부위를 겨냥하든 정확하게 명중시켰다. 활을 당기는 힘이 어찌나 대단한지, 화살을 어찌나 빠르게 날리는지, 활쏘기로는 테우크로스와 두 아이아스를 능가할 것처럼 보였다.
--- p.328
우선 그는 후작의 아들인 조카 탕크레드에게 안티오히아시를 물려주고, 자신은 죽었다는 소문을 퍼뜨려 세상 사람 모두가 그 말을 굳게 믿게 만든 것이다. 이 소문은 새가 날아다니는 것보다도 빨리 퍼졌으며, 보에몽은 시체가 되었다는 이야기가 돌아다녔다! 소문이 충분히 퍼진 것을 보고 그는 나무 관 하나를 준비해, 비레메에 그 관을 실었다. 거기에는 살아있는 시체로 자신도 들어가, 안티오히아의 항구인 소디에서 출발하여 로마로 갔다. 그렇게 보에몽은 주검으로 바다를 건넜다.
--- p.375
이에 그들은 ‘천 끝만 보고도 옷을 알아보아’ 그자를 끌고 가 옷과 신발과 기타 등등 모두 장작더미에 던졌다. 불길이 마치 그에게 성을 내듯이 불경한 자를 먹어 치웠고, 어떤 냄새가 나거나 연기가 형상을 이루는 일 없이, 그저 짙은 한 줄기 연기만이 불길 한가운데에서 보일 따름이었다. 원소조차도 이 불경한 자를 없애려 일어났던 것인데, 하느님께 진실로 사랑받았던 자들은 불길조차도 남겨둔 바 있으니, 오래전 바빌론에서 불이 하느님께 충실했던 젊은이들에게서 물러나 금빛 방처럼 둘러싼 적이 있다.
--- p.521
내 인생에는 크나큰 불운이 이어져왔다. 비극에서 말했듯이 ‘어떤 역경도 신이 내린 고난도 내가 견디지 못할 것은 없으니.’ 그러나 진실로 하느님께서는 내게 많은 슬픔을 내리셨다. 먼저 나는 세상의 눈부신 빛, 위대한 알렉시오스를 잃고야 말았으니, 그의 영혼은 고통 받는 육신의 주인이었다. 또 다른 거대한 빛도 꺼지고야 말았으니 눈부신 달이라 해야 할까, 위업이며 동방과 서방의 자랑인 황후 이리니 말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살아가고 숨을 쉬었다.
--- p.530~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