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메뉴
주요메뉴


소득공제

세계의 되풀이

민음의 비평-15이동
첫번째 리뷰어가 되어주세요 | 판매지수 96
베스트
비평/창작/이론 top100 1주
정가
22,000
판매가
19,800 (10% 할인)
배송안내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은행로 11(여의도동, 일신빌딩)
지역변경
  • 배송비 : 무료 ?
  •  해외배송 가능
  •  최저가 보상
  •  문화비소득공제 신청가능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12월 29일
쪽수, 무게, 크기 340쪽 | 446g | 152*225*18mm
ISBN13 9788937412455
ISBN10 8937412454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중요한 건 내가 문학을 오랫동안 동경했던 이유가 바로 그러한 되새김질 때문이었다는 점이다. 늘 늦되지만 과거의 어느 순간들을 약속처럼 되짚으며 등장하는 여러 작품들 덕분에 나는 당시엔 미처 알지 못했던 생경한 감정들, 도저히 의미를 알 수 없었던 급작스러운 사건들, 자신을 둘러싸고 있던 세계의 불합리한 조건들을 아주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다. 본래의 장면과 비슷하면서도 어딘가 다른 방식으로 반복되는 문학 텍스트를 통해 세계의 작동 방식을 접했고, 재빨리 오가는 현실의 말 대신 시간의 마모와 퇴고를 거친 지면의 글들을 점차 신뢰하게 되었다. 그것들은 분명 세계를 비추는 굴절된 상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보다 진실에 가까운 왜상이기도 했다.

그런 작품들조차 결국 누군가가 애써 읽지 않으면 영원히 독해되지 않는 공백의 상태에 놓이곤 한다는 사실이 괜히 안타까웠다. 그 빈칸을 어떻게든 채워 보고자 했던 서투른 애호의 마음들은 점점 내가 매혹되었던 감정의 이유를 해명하고 행간에 췌언을 덧붙여 그들의 언어와 나란히 함께하고 싶은 욕망들로 바뀌었고, 그렇게 문학 비평을 해 왔던 시간과 원고들이 하나둘 쌓여 어느새 이만큼의 뭉치가 되었다. 이걸 무어라 해야 할까. 그러니까 아마도 이건 반복된 세계의 또 다른 되풀이일 것이다.
---「서문」중에서

앞서 상영되는 재난의 미래와 그에 연극처럼 덧붙는 현실을 설명하기 위해 ‘전미래(Le Futur Anterieur)’ 시제라는 개념을 잠시 끌어와 보자. 전미래 시제란 프랑스어에서 사용되는 시제의 명칭인데, 미래보다 앞서 발생하는 미래를 뜻한다. 알랭 바디우는 이 개념을 자신의 철학적 논의에서 사용한 적이 있다. 그는 주체의 실천적 가능성을 설명하는 용도로 이를 활용했다. 전미래에 무언가가 발생할 것이라는 주체의 믿음 혹은 선언이 새로운 진리 사건을 만들어 나간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이러한 진취적인 미래의 뉘앙스를 시인의 발화에서 전혀 읽어 낼 수 없는 것은 아니나, 앞선 시편들에서 이미 발생한 것으로 간주되어 상영되는 근미래의 주된 정서는 어쩔 수 없이 재난과 파국에 가까운 듯싶다. 참혹한 풍경을 전미래로 앞당겨 경험함으로써 이 세계의 시적 주체들이 얻게 되는 이득은 과연 무엇일까.

어림짐작을 해 본다면 예지몽과도 같이 구현된 세계의 반복 속에서 그들은 일종의 안도감을 얻는 것 같다. 시인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나는 이상한 것을 너무나 많이 봐서 면역이 되었는지도 몰라”(「자각몽」). 이미 최악의 상황은 발생했다는 사실, 애초부터 나는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어떤 주체들에게는 삶의 위안이 되기도 한다. 그들은 적극적으로 미래의 가능성을 당겨 와 선취한다기보다는, 파국으로 흘러가고 재현될 자신들의 미래를 지켜볼 뿐이다. 그것은 일인칭의 ‘내가’ 살아가는 삶이 아니라, 삼인칭의 ‘나를’ 바라보며 살아가는 삶의 방식에 가깝다. 그 속엔 대상에 불과한 나 자신을 그저 지켜보기만 해야 한다는 우울감과, 그냥 지켜보기만 해도 된다는 안도감이 묘하게 뒤섞여 있는 듯하다.
---「사회학적 재난과 미학적 주체의 대응」중에서

시나 소설을 창작하려는 이들뿐 아니라 평론을 쓰려는 사람들에게도 으레 매혹적인 전범으로 남았던 저자나 텍스트가 있다. 다소 치기 어린 학부 시절, 여러 고전 중에서 반복하여 읽어도 쉽게 마모되지 않는 매혹을 줬던 비평가는 내겐 아마도 발터 베냐민과 김현이었던 것 같다. 우울한 파리를 사랑하긴 했으나 기본적으로 독일 철학과 유대주의 신학을 자신의 기반으로 삼았던 베냐민과, 역시나 말라르메와 바슐라르를 사랑했던 불문학자이긴 했으나 1960~1980년대의 한국문학을 비평하며 활동했던 김현 사이에서 어떤 공통점을 느꼈는지는 미지수이다. 다소 모호하긴 하지만 당시의 내게 그들의 비평은 건조하다기보다는 다소 축축하게 느껴지는 지점이 있었다. 이제 와 생각해 보건대 그것은 해당 비평가들의 분석과 문장이 지닌 어떤 단독적인 주관성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 비평에는 이론적인 날카로움과 더불어서, 그들이 분석하는 시편들처럼 단숨에 소진되지 않는 모호한 매력이 있었던 것 같다. 그때의 나는 원텍스트보다 베냐민과 김현이 바라본 해석적 틀과 시각을 통해, 보들레르를 접했고 한국의 시인들을 읽었다.
---「김수영의 시와 김현의 편파적 사심에 부치는 글」중에서

미국의 비평가이자 연구자였던 시모어 채트먼은 헨리 제임스의 후기 소설을 분석하면서 생각과 문체 사이의 상관관계에 관해 흥미로운 언급을 남겼다. 그의 분석을 빌리면 후기 제임스 문체의 특징은 ‘생각의 물질화’ 또는 ‘정신 활동의 주체화’로 요약될 수 있을 것이다. 예컨대 “당신은 충분히 당당하지 못하다.(You are not proud enough.)”라는 내용의 문장이 그의 후기 소설에서는 대부분 “당신의 자신감은 충분하지 않다.(Your pride falls short.)”라는 식으로 변주되어 사용된다. 의미상으로는 양쪽이 거의 유사한 뜻을 지니고 있으나 본디 ‘당신’이 차지하고 있던 주체의 자리는 문체의 변화와 함께 ‘당신의 자신감’이라는 명사화된 주어로 대체되었고, 이처럼 추상적인 동사들이 부러 앞으로 배치된 제임스의 문장은 ‘무형의(intangible)’ 생각이나 마음들이 주체로 부각되는 일정한 경향과 맞닿아 있다고 채트먼은 이야기한다. 그것이 작가의 의도였든 무의식 중에 발현된 것이었든, 유형의 인물들이 차지했던 주어의 자리는 후기 제임스의 문장들 속에서 이제 추상적인 무엇들의 몫이 되었고, 그때 인간은마치 텅 빈 그릇처럼 무형의 감정들이 담기는 용기의 일종으로 전락하고 만다. 그러니까 어떤 언어의 형식들은 그것을 발화하는 존재들의 형태 없는 마음 그 자체가 되기도 하는 셈이다.
---「사랑의 슬픔과 사랑의 그릇」중에서

이처럼 임국영의 소설들은 ‘세계’와 ‘관계’를 의도적으로 맞닿아 놓는다. 「코인노래방에서」의 주인공인 ‘나’가 좋아하던 ‘정우’와 가까워질 수 있었던 것도 두 인물들이 팝의 세계를 공유하고 있어서였고, 「어크로스 더 투니버스」에서 만경이 수진과 친해질 수 있었던 것 또한 만화영화를 둘이 함께 시청했기 때문이었다. 이 같은 세계와 관계의 교차는 소설의 형식으로도 잘 드러난다. ‘보글보글’ 게임의 구조와 두 주인공의 관계가 교차되어 형상화되었던 것처럼, 「코인노래방에서」의 ‘나’는 연인이 부른 「비밀정원」의 노래 가사를 매개로 “누구에게도 내보인 적 없던” 비밀스러웠던 관계를 고백하고, 웨스트라이프의 「마이 러브(My Love)」의 가사와 당시 정우에게 느꼈던 감정을 교차하여 술회한다. 「어크로스 더 투니버스」의 경우는 보다 직접적이다. ‘투니버스’라는 제목처럼 만화로 구성된 세계관을 지닌 ‘만경’은 “똘기 떵이 호치 새초미”, “드라고 요롱이 마초 미미” 와 12간지의 상호 관계성을 직관적으로 파악하는 세대의 인물로 그려진다. 그는 만화의 관점에서 주변 인물들을 바라보고 스스로의 존재적 한계를 규정짓는다. 자신은 그 세계의 주연이 될 재능이 없다고 여기는 만경이 수진을 그토록 흠모했던 이유도 그녀가 “다른 인물들과는 확연히 차이가 나는 프레임과 작화”로 묘사된 주인공 캐릭터 같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작품 역시 앞서의 작품들이 그러했듯 만화 주인공의 대사와 등장인물의 상황을 교차시켜 서사를 진행해 나간다. 이는 소설의 형식적인 기법이기도 하지만, 자신이 사랑했던 세계와 인물들의 관계가 뗄 수 없을 정도로 얽혀 있는 탓에 드러나는 필연적인 겹침이기도 할 것이다.
---「그토록 사랑했던 세계」중에서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회원리뷰 (0건) 회원리뷰 이동

  등록된 리뷰가 없습니다!

첫번째 리뷰어가 되어주세요.

한줄평 (0건) 한줄평 이동

  등록된 한줄평이 없습니다!

첫번째 한줄평을 남겨주세요.

배송/반품/교환 안내

배송 안내
반품/교환 안내에 대한 내용입니다.
배송 구분 예스24 배송
  •  배송비 : 무료배송
포장 안내

안전하고 정확한 포장을 위해 CCTV를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고객님께 배송되는 모든 상품을 CCTV로 녹화하고 있으며, 철저한 모니터링을 통해 작업 과정에 문제가 없도록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목적 : 안전한 포장 관리
촬영범위 : 박스 포장 작업

  • 포장안내1
  • 포장안내2
  • 포장안내3
  • 포장안내4
반품/교환 안내

상품 설명에 반품/교환과 관련한 안내가 있는경우 아래 내용보다 우선합니다. (업체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반품/교환 안내에 대한 내용입니다.
반품/교환 방법
  •  고객만족센터(1544-3800), 중고샵(1566-4295)
  •  판매자 배송 상품은 판매자와 반품/교환이 협의된 상품에 한해 가능합니다.
반품/교환 가능기간
  •  출고 완료 후 10일 이내의 주문 상품
  •  디지털 콘텐츠인 eBook의 경우 구매 후 7일 이내의 상품
  •  중고상품의 경우 출고 완료일로부터 6일 이내의 상품 (구매확정 전 상태)
  •  모바일 쿠폰의 경우 유효기간(발행 후 1년) 내 등록하지 않은 상품
반품/교환 비용
  •  고객의 단순변심 및 착오구매일 경우 상품 반송비용은 고객 부담임
  •  직수입양서/직수입일서중 일부는 변심 또는 착오로 취소시 해외주문취소수수료 20%를 부과할수 있음

    단, 아래의 주문/취소 조건인 경우, 취소 수수료 면제

    •  오늘 00시 ~ 06시 30분 주문을 오늘 오전 06시 30분 이전에 취소
    •  오늘 06시 30분 이후 주문을 익일 오전 06시 30분 이전에 취소
  •  직수입 음반/영상물/기프트 중 일부는 변심 또는 착오로 취소 시 해외주문취소수수료 30%를 부과할 수 있음

    단, 당일 00시~13시 사이의 주문은 취소 수수료 면제

  •  박스 포장은 택배 배송이 가능한 규격과 무게를 준수하며, 고객의 단순변심 및 착오구매일 경우 상품의 반송비용은 박스 당 부과됩니다.
반품/교환 불가사유
  •  소비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상품 등이 손실 또는 훼손된 경우
  •  소비자의 사용, 포장 개봉에 의해 상품 등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예) 화장품, 식품, 가전제품, 전자책 단말기 등
  •  복제가 가능한 상품 등의 포장을 훼손한 경우 : 예) CD/LP, DVD/Blu-ray, 소프트웨어, 만화책, 잡지, 영상 화보집
  •  소비자의 요청에 따라 개별적으로 주문 제작되는 상품의 경우
  •  디지털 컨텐츠인 eBook, 오디오북 등을 1회 이상 다운로드를 받았을 경우
  •  eBook 대여 상품은 대여 기간이 종료 되거나, 2회 이상 대여 했을 경우 취소 불가
  •  모바일 쿠폰 등록 후 취소/환불 불가
  •  중고상품이 구매확정(자동 구매확정은 출고완료일로부터 7일)된 경우
  •  LP상품의 재생 불량 원인이 기기의 사양 및 문제인 경우 (All-in-One 일체형 일부 보급형 오디오 모델 사용 등)
  •  시간의 경과에 의해 재판매가 곤란한 정도로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 정하는 소비자 청약철회 제한 내용에 해당되는 경우
소비자 피해보상
  •  상품의 불량에 의한 반품, 교환, A/S, 환불, 품질보증 및 피해보상 등에 관한 사항은 소비자분쟁해결기준(공정거래위원회 고시)에 준하여 처리됨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
  •  대금 환불 및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금 지급 조건, 절차 등은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리
  •  쿠폰은 결제 시 적용해 주세요.
1   19,800
뒤로 앞으로 맨위로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