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곧장 “잘 들었어. 고마워”라고 말할 테지만 자신들이 무엇을 들었는지도 모를 테다. 그러니 다음번에는 좀 더 신경을 써서, 암송을 시작하기 직전에 아주 크게 “에헴!” 하고 외치자. 그건 “자, 그럼, 시작합니다”라는 뜻이니까, 모두가 잡담을 멈추고 당신을 쳐다볼 것이다. (……) 자, 지금 쓰고 있는 이 서문도 실은 이 책의 ‘에헴’이다. 서문에서 내가 설명하고 싶은 것은 이거다. 이 책을 쓴 지 벌써 3년이 되었다. ‘우리가 아주 어렸을 때’ 시작해서…… ‘우린 이제 여섯 살이다.’ 그래서 물론 이 책의 어떤 부분은 조금 유치해 보일 것이다. 마치 실수로 다른 책 내용이 끼어들어간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어떤 페이지든 그야말로 세 살다운 것들이 담겨서, 우리도 이제 와서 이 책을 읽어 보고는 금세 “이런, 참 내” 하며 책을 홱 뒤집어 버렸다. 우리가 하고 싶은 말은, 이 책의 제목이 우리가 계속 여섯 살이라는 뜻이 아니다. 바로, 우리가 현재 그 정도까지 와 있고, 거기서 멈춰 설까 하는 생각도 반쯤 하고 있다는 뜻이다.
---「서문」중에서
사람들이 너무 많을 때면
나의 집으로 가요.
아무도 못 들어가는
나의 집으로 가요.
나의 집에서는
아무도 “안 돼”라고 말하지 않아요.
아무도 아무 말도 하지 않죠. 왜냐하면
그 집에는 나밖에 없으니까요.
---「고독」중에서
빙커는, 내가 부르는 이름인데, 나만의 비밀 친구예요.
빙커가 있어서 나는 전혀 외롭지 않아요.
놀이방에서 놀 때도, 계단에 앉아 있을 때도,
이리저리 분주할 때도, 빙커가 같이 있거든요.
오, 아빠는 똑똑해요. 머리가 좋은 분이세요.
엄마는 이 세상에서 제일 좋고요,
유모는 유모인데, 나는 이모라고 부르죠.
하지만 그들은
빙커를 못 봐요.
---「빙커」중에서
크리스토퍼, 크리스토퍼, 왜 가니,
크리스토퍼 로빈?
거긴 구경거리가 아무것도 없는데,
꼭대기에 올라간 다음엔 뭘 할 건데?
“그냥 다시 밑으로 내려와요.”
크리스토퍼 로빈이 말했어요.
---「여정의 끝」중에서
많디 많은 사람들이 항상 질문을 퍼부어.
날짜도 묻고, 무게도 묻고, 재밌는 왕의 이름들도 물어.
그럼 답은 6펜스 아니면 100인치야.
틀린 답을 말하면 날 멍청하다고 생각하겠지.
그래서 나는 푸하고 속닥거려. 그러면 푸는 정말 밝은 얼굴로
이렇게 말해. “글쎄, 난 6펜스라고 대답하지만, 맞는지는 몰라.”
그러면 정답이 무엇인지는 상관없어.
푸가 맞으면 내가 맞은 거고, 푸가 틀려도 나는 틀리지 않았으니까.
---「친구」중에서
걸핏하면 나한테 이렇게들 묻는 게 재밌어요.
“제인, 말썽 부리지 않고 착하게 굴었지?”
“말썽 부리지 않고 착하게 굴었지?”
이런 말을 할 때는, 꼭 두 번씩 묻는다고요.
“제인, 말썽 부리지 않고 착하게 굴었지?”
“말썽 부리지 않고 착하게 굴었지?”
(……)
아니, 도대체 내가 거길 왜 갔다고 생각할까요?
내가 왜 동물원에서 나쁜 짓을 하고 싶어 하죠?
그리고 만약 내가 나쁜 짓을 했다면 그 말을 하겠어요?
---「착한 어린이」중에서
선하고 위대한 힐러리에 대해
노부인들은 크리스마스 때가 되면
이 이야기를 들려주고, 어쨌든 이 이야기에는
두 가지 교훈이 있다.
첫째, “운이 그대를 어디로 이끌든
행동하기를 두려워하지 말라.”
(물론, 특히 왕을 위해서)
또 이렇게 말하는 것도 같다.
(명언까지는 아니지만) “두 다리에
빨간 양말을 한 짝만 신고 구걸하는 자는
언젠가 반드시 대법관이 된다.”
---「힐러리 왕과 걸인」중에서
모두가 와서
나에게 여러 번 입을 맞췄어요.
모두가 “잘 자라”라고 말했어요.
그렇게? 여기 나 홀로 어둠 속에 있어요.
여긴 아무도 볼 사람이 없어요.
나는 혼자 생각하고
혼자서 놀고
나 혼자 뭐라고 말하는지 아무도 몰라요.
(……)
나는 토끼와 얘기해요……
나는 해님과 얘기해요……
나는 백 살 같기도 하고?
한 살 같기도 해요.
나는 숲속에 누워 있고......
동굴에 누워 있어요......
나는 용하고 이야기해요......
나는 용맹한 용사예요.
나의 왼쪽으로도 누워 보고......
나의 오른쪽으로도 누워 봐요......
내일은 많이 놀래요......
내일은 생각도 많이 할래요......
내일은......
많이......
웃을래요.......
---「어둠 속에서」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