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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2월 29일
쪽수, 무게, 크기 219쪽 | 304g | 130*188*20mm
ISBN13 9791188635917
ISBN10 1188635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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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독스 개구리의 올챙이는 25센티미터가량 되는 우람한 몸집을 자랑한다. 그런데 어른 개구리는 6센티미터로 올챙이보다 작다. 놀랍게도 성체가 되면 몸집이 4분의 1 정도로 줄어든다. 몸집이 커지며 성장한 새끼가 성체가 되면 오히려 몸집이 작아지는 신기한 개구리다. 이름처럼 ‘패러독스’다. 패러독스 개구리는 왜 올챙이가 성체보다 몸집이 클까? 그리고 성체가 되면 왜 몸집이 작아질까? 안타깝게도 그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패러독스 개구리는 염분 농도가 높은 바다 근처에서 서식하는데, 올챙이일 때는 염도가 높은 물에 대항하기 위해 몸집이 커지는 거라고 추정하는 가설이 있다. 하지만 아직 확실히 규명되지는 않았다. 어쨌든 패러독스 개구리의 올챙이가 성체보다 몸집이 큰 데는 나름대로 합리적인 이유가 있을 것이다.
--- 「성체가 되면 오히려 몸집이 작아지는 패러독스 개구리」 중에서

포유동물의 새끼는 모두가 귀엽게 생겼다. 아기 때는 아직 앳되고 귀여운 티가 나지만, 자랄수록 점점 귀여움이 사라진다. 인간은 어른과 아이의 모습이 다르긴 해도 개구리와 올챙이처럼 딴판은 아니다. 굼실굼실한 나비 애벌레를 귀엽다고 느끼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고 대부분 징그럽다며 눈살을 찌푸린다. 그런데도 포유동물 새끼는 귀여워 보인다. 앙증맞은 움직임을 보면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저절로 떠오른다. 물론 그러는 데는 이유가 있다. 포유동물 새끼는 ‘어른이 지켜줘야 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포유동물은 새끼를 돌보는 동물이고, 포유동물 새끼는 ‘돌봄을 받는’ 존재다. 그래서 어른이 지켜줄 수 있도록 귀여운 모습을 짓는 것이다. 거북이 딱딱한 등딱지로 몸을 지키듯, 쐐기벌레가 독이 들어 있는 쐐기로 몸을 지키듯, 포유동물 새끼는 ‘귀여움’으로 무장하고 자기 몸을 지킨다. 아기의 얼굴을 보면 이마가 널찍하다. 이마가 넓으면 왜 귀여워 보일까? 이마가 넓은 생물을 귀엽다고 느끼도록 어른의 뇌에 프로그램되어 있어, 이마가 널찍한 사람은 아기가 아니더라도 귀여워 보인다. 이마가 넓어서 귀여운 게 아니라 빨간불이 ‘정지’ 신호이듯 넓은 이마가 ‘공격해서는 안 된다’, ‘지켜줘야 한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 「포유동물 새끼가 귀여울 수밖에 없는 생물학적 이유」 중에서

작디작은 벌레가 새끼를 돌보기란 쉽지 않다. 그런데 우리가 주위에서 볼 수 있는 곤충 중에서 집게벌레가 새끼를 돌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집게벌레는 이름 그대로 꼬리 끝에 큼직한 집게가 달려 있는데, 이 집게를 무기 삼아 적으로부터 몸을 지킨다. 집게벌레는 지킬 힘을 가지고 있기에 새끼를 돌볼 수 있는 것이다. 성충이 된 집게벌레는 돌 아래에 알을 낳은 뒤 부화할 때까지 고이 감싸듯 품고 열심히 지킨다. 이때 돌멩이를 들어보면 어미 집게벌레는 집게를 치켜들고 필사적으로 적을 쫓으려 안간힘을 쓴다. 어미 집게벌레는 알이 부화할 때까지 한 달에서 두 달이 넘는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고 오로지 알을 지키는 일에만 전념한다. 드디어 알에서 작은 애벌레가 꿈틀꿈틀 깨어난다. 그렇다고 어미의 일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집게벌레는 육식 곤충이라서 작은 곤충 등을 먹이로 삼는다. 하지만 갓 부화한 작은 애벌레는 사냥감을 잡을 수가 없다. 그래서 어미는 새끼들에게 자기 몸을 내준다. 갓 태어난 새끼들은 어미의 몸을 아귀아귀 갉아 먹는다. 그리고 새끼들에게 먹히면서도 어미 집게벌레는 마지막 힘을 짜내 집게를 휘둘러 적을 쫓으려 애쓴다. 이처럼 어미 집게벌레는 새끼를 돌보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하고, 마지막에는 목숨까지 내주는 눈물겨운 모정을 발휘한다. 어미를 먹어 치운 뒤 먹을 것이 떨어지면 애벌레들은 뿔뿔이 흩어져 제 갈 길을 간다.
--- 「눈물겹고도 비극적인 모정을 보여주는 어미 집게벌레」 중에서

포유동물은 생존에 가장 기초적인 먹이를 잡는 기술조차 학습으로 터득해야 한다. 그리고 새끼에게 학습시키는 기술도 학습으로 터득해야 한다. 만약 부모가 적절한 학습 과정을 거치지 못하면 새끼를 기를 수 없다. 새끼도 적절한 교육을 받지 못하면 살아갈 수 없다. 이 얼마나 위험천만한 구조인가? 포유동물은 왜 이렇게 위험한 구조로 생명을 이어나가게 되었을까? 바로 포유동물이 발달시켜온 ‘지능’이라는 전략 때문이다. 본능에는 생존 기술이 프로그램되어 있다. 이 프로그램에 따라 갓 태어난 새끼도 누구의 도움 없이 살아갈 수 있다. 본능이란 굉장한 시스템이다. 그런데 본능은 환경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다는 결점이 있다. 아무리 상황이 변해도 생물은 ‘본능’이라는 프로그램에 따라서만 행동해야 한다. 환경 변화에 맞춰 본능을 관장하는 프로그램이 수정되려면 기나긴 진화의 역사가 필요하다. 진화에 실패하면 시대에 뒤처져 멸종할 수도 있다. 반면 지능은 스스로 상황을 판단하는 힘을 지닌다. 그래서 지능을 지닌 동물은 환경이 변해도 상황에 따라 행동을 수정할 수 있다. 그러나 지능도 학습을 통해 수많은 정보를 입력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결점이 있다. 본능이나 지능 모두 장단점이 있다. 이 두 전략 중 포유동물은 지능을 선택해 진화를 거듭했다. 물론 포유동물에게도 본능은 있다. 갓 태어난 아기는 배우지 않아도 어미 젖을 빨아 배를 채우며, 사랑의 계절이 오면 수컷은 암컷을 찾고 암컷은 수컷의 품을 그리워한다. 환경이 달라져도 변화하지 않는 부동의 행동은 본능에 프로그램되어 있다. 그렇다면 포유동물의 ‘생존 기술’은 어쩌다 지능에 의존하게 되었을까?
--- 「포유동물은 왜 본능이라는 뛰어난 생존 시스템을 주요 전략으로 채택하지 않았을까?」중에서

인간과 가까운 고릴라는 수컷이 육아를 전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릴라는 수컷 한 마리가 우두머리가 되어 여러 암컷을 거느리며 무리를 이룬다. 일단 어린 새끼를 돌보는 것은 어미의 몫이다. 갓 태어난 새끼 고릴라는 몸무게가 200그램 정도로 매우 작기 때문에, 세 살 때까지 젖을 먹으며 엄마 품에서 어리광을 부린다. 이처럼 새끼가 어릴 때는 어미가 줄곧 품에 안고 애정을 듬뿍 쏟는다. 그러다가 젖 뗄 무렵이 되면 수컷 고릴라가 육아를 맡는다. 어미는 수컷 고릴라 곁에 새끼를 두고 볼일을 보러 다닌다. 고릴라 무리에는 암컷이 여러 마리 있어, 다른 암컷 고릴라도 마찬가지로 새끼를 데리고 온다. 따라서 수컷 고릴라 주위에는 새끼 고릴라가 바글바글 몰려 있다. 마치 유치원 같은 풍경이다. 이렇게 몰려든 새끼들은 수컷 고릴라 곁에서 어울려 논다. 수컷 고릴라는 새끼들을 뒤치다꺼리하지 않는다. 새끼들이 노는 모습을 그저 지켜볼 따름이다. 그러다가 새끼들이 티격태격 싸움을 시작할라치면 심판처럼 끼어들어 중재에 나선다. 수컷 고릴라의 중재는 평등하다. 나이가 어린 새끼와 공격받은 쪽의 새끼를 보호한다. 이러면서 새끼 고릴라들은 고릴라 무리의 규칙과 사회성을 배운다. 우두머리 수컷 주위에 모인 새끼들은 모두 아비가 같다. 그래서 수컷 고릴라는 편애하지 않는다. 어미는 아무래도 자기 새끼 편을 들 수밖에 없다. 각자 제 새끼 편을 들면 무리가 잠잠할 날이 없기에 수컷 고릴라가 새끼들을 돌보는 것이다. 그리고 새끼들은 수컷 고릴라 아래에서 ‘사회의 규칙’을 몸으로 익힌다. 이렇게 성장한 새끼들은 어미와 아비 사이를 왔다 갔다 한다. 마치 ‘어리광’과 ‘자립’ 사이를 오가는 사춘기 청소년과 같다. 그리고 새끼들은 어미의 잠자리가 아닌 아비의 침대에서 자고, 더 성장하면 아비 근처에 잠자리를 마련한다. 고릴라가 자기 잠자리를 만드는 것은 자립했다는 증거다. 고릴라는 성체가 되는 데 10~15년 정도 걸린다. 포유동물 중에서 상당히 긴 편에 속한다. 이렇게 긴 세월에 걸쳐 천천히 새끼를 기르는 것은 고릴라가 새끼를 지킬 힘이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고,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배울 것이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 「고릴라는 수컷이 육아를 전담한다는데?」 중에서

그렇다면 식물에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바로 꽃을 피우고 씨앗을 남기는 것이다. 그렇다면 밟혔을 때 일어나는 것은 상당히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다. 쓸데없는 데 힘을 쓰기보다 밟히더라도 꽃을 피우는 데 에너지를 쓰는 게 합리적이다. 다시 일어날 에너지가 있다면 그 에너지로 씨앗을 남겨야 한다. 그래서 밟힌 잡초는 일어나지 않는다. 밟히면 다시 일어나야 한다는 것은 인간의 관점이다. 식물은 빛을 따라 위로 자란다. 그러나 위로 자라야 한다는 생각도 선입견이다. 밟히는 장소에서까지 위로 자랄 필요는 없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 고개를 꼿꼿이 드는 잡초는 밟힐 테니 말이다. 주위에 위로 자라는 식물이 없다면 땅바닥에 납작 엎드려 있어도 충분히 빛을 받을 수 있다. 밟히고 또 밟혀도 꿋꿋하게 다시 일어나는 질긴 삶의 방식도 나쁘지 않지만 꽃을 피울 수 없다면 아무 소용 없다. 에너지를 중요한 곳에 써야 한다. 노력은 중요한 때를 위해 아껴둬야 한다. ‘중요한 것을 간과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잡초의 진정한 정체성이다.
--- 「밟힌 잡초에 ‘일어나기’보다 더 중요한 일은‘꽃피우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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