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헤어졌다는 내 말에 언니는 “괜찮아”라고 말해주었다. 지안 언니의 목소리는 작았지만 그 말이 주문처럼 들렸다. 그 순간만큼은 내가 정말로 괜찮을 것만 같았다. --- p.54
나는 아무리 좋아하는 영화나 드라마, 책도 같은 것을 두 번은 보지 않는다. 그런데 같은 삶을 두 번 살게 되다니. --- p.95
가만히 해성의 얼굴을 들여다봤다. 그 시절 해성을 더 자세히 알았다면 참 좋았을 텐데. 원래대로 돌아가더라도 해성만큼은 꼭 기억해야지. --- p.110
“해성아, 만약에 말이야. 잃어버린 물건을 찾으면 그 물건을 잃어버린 때로 돌아갈 수 있어. 그런데 그때는 돌아가기 싫은 시절이야. 너라면 어떻게 할래? 그 물건을 찾으러 갈 거야?” 해성은 잠시 생각하더니 대답했다. “물건이 돌아온 건 다 이유가 있지 않을까? 음, 나라면 찾으러 갈 거 같아.” --- p.158
지나고 보니 별일 아니었다고 말할 수 있는 건 그 일의 크기가 작기 때문이 아니다. 그 일 위에 다른 일들이 차곡차곡 지층처럼 쌓였기에 가능하다. 하지만 지금 내 지층이 몽땅 파헤쳐져 맨 아래 있는 게 드러나버렸다. --- p.182
나중에도 계속 미움받는 사람으로 남을까 봐 벌벌 떨던 나. 그냥 이대로 지구가 멸망해서 모든 게 다 끝나버리길 간절히 바랐던 나. 그 아이를 나는 다시 만났다. 나는 어떻게든 나를 도울 것이다. --- p.186
내가 참 어렸구나. 참 예뻤구나. 그런데 그땐 그걸 몰랐다. --- p.207
“다 지나가더라. 견디고 버티다 보면 정말로 괜찮아지는 날이 와.” “그럴까요? 정말로 다 지나갈까요?” ‘나’는 혼잣말을 하듯 그 말을 내뱉었다. “그럼. 그때 내가 있는 곳이 동굴인 줄 알았는데 지나 보니 터널이었어. 정말로 언젠가 다 지나가. --- p.209
열일곱의 내가 지금의 내가 되었듯 다미가 무사히 미래의 자신이 되기를 바란다. --- p.274
다미를 살리기 위해 떠났던 시간들이 나도 살렸다. 나는 나와 함께 살아낼 거고 살아갈 거다.
폭발적인 가독성을 가진 『분실물이 돌아왔습니다』를 한달음에 읽고 난 뒤 나는 몽글몽글한 감정에 사로잡혔다. (…) 이 소설은 성인이라면 누구나 품고 있는 그 욕망을 충족시켜 준다. 기억 저편에 있던 추억과 후회들을 우리 앞에 가져다주며, 그것만으로도 큰 위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해준다.
- 박상영 (소설가)
돌아온 분실물로 시작된 시간 여해에서 소녀가 발견하는 것은 놀랍게도 타인들의 마음이다. (…) 이 소설은 아름답지만은 않던 우리의 유년에 따스한 약속을 건넨다. 이제 너는 혼자가 아니라고. 마침내 너는 네가 마음에 들 것이라고. 나처럼 외롭고 젊은 어른들과 함께 그 약속을 믿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