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짠테크’ 열풍 속에서도 기부를 통해 진심을 표현하는 기부자들에게, 즉 ‘진짜 나의 기부’를 시작하는 기부자들에게 기부는 자기 만족적인 행복 추구와는 다른 사회적 차원의 동기가 작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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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떤 것에 관심을 갖고 있고,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것을 지향하는지, 그리고 그런 지향을 통해 내가 어떤 행동을 하고, 그 행동을 어떻게 이어가는지가 바로 ‘나의 정체성’을 정의하는 방식이 되어 가고 있다. 내가 왜, 무엇을 위해 기부하는지가 결국 나의 정체성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기부자들에게는 삶의 활력이자 동력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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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 굿즈의 인기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으로는 착한 소비, 개념 소비에 대한 시민들의 의식이 상당히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기부자들이 기부를 다짐했을 때의 나의 마음과 행동을 기억하고 싶은 욕구를 갖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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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기부처를 선정하는 기준에서 일시 기부와 정기 기부가 다르다. 정기 기부는 더 신중해야 한다는 생각에 인지도가 있는 곳, 투명하다고 알려진 곳, 즉 대형 기관을 선택하게 된다. 반면, 일시 기부는 좀 더 가벼운 마음으로 결정하기 때문에, 더 쉽게 마음을 열고 다양한 곳, 새로운 곳, 긴급히 필요한 곳, 즉흥적이지만 관심이 가는 곳에 기부를 시도해 볼 수 있다. 이런 식으로 기부자들의 기부 포트폴리오가 다채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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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인플루언서들이 주도하고 팔로워들이 함께하는 기부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기부자의 자기주도적인 특성을 가장 뚜렷하게 보여준다. 빅데이터도 인플루언서들의 기부에 대한 언급량 증가를 뒷받침한다. 네이버 블로그, 인스타그램 등에서 인플루언서들이 진행하는 기부에 참여한 사람들의 인증과 동참 후기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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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를 통해 일상의 변화를 모니터링하고 분석하는 이들이 꼽은 미래의 핵심은 ‘혼자 산다’와 ‘오래 산다’로 요약할 수 있다. 혼자, 오래 살 것을 기대하는 사람이라면 그 시간을 함께할 ‘짝이 되는 동무(반려: 伴侶)’를 찾게 되고, 그것은 꼭 사람이 아닐 수도 있다. 쉽게 떠오르는 강아지나 고양이만 아니라 거북이, 고슴도치일 수도 있고, 반려식물일 수도 있으며, 로봇이 될 수도 있다. 그 가운데 동물은 우리에게 가장 익숙하고 가까운 반려 중 하나다. 기후 위기 속 생태계를 지키는 모든 존재가 안녕하길 바라는 마음과 반려가 된 동물들에 대한 관심이 만나면서 이른바 ‘동물권’은 앞으로 더 중요한 이슈로 부각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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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영리 모금 조직들은 이러한 기부자의 특성을 고려하여 소비와 기부를 연동함으로써 착한 소비를 가능하게 하는 기회를 제공하거나, 또는 새로운 기술을 활용하여 사람들이 생활 속에서 소비를 통해 쉽게 기부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이런 방식으로, 이미 작년에 기부 플랫폼과의 협업을 통해 햄버거 가게 키오스크에서 햄버거를 주문할 때 자연스럽게 기부가 이루어지도록 하는 사례를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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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관련 긴급구호를 위한 기부는 일시적이며 계획없이 충동적으로 이루어질 수도 있지만, 기부자들은 일시 기부의 경우에도 그들의 기부금으로 재난 상황의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지속적으로 관심을 보인다. 이는 일시 기부라고 할지라도 무계획적이고 충동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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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널 참여자들도 최근 가장 인상적인 모금 캠페인으로 ‘기부런’을 꼽았고, 소셜 네트워크에서 그 이벤트를 접했을 때 ‘나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 캠페인이었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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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 규모 조직의 모금 전략으로서 ‘관계 형성’은, 기부를 바로 요청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기부자가 조직의 이슈에 관심을 갖도록, 그 관심이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기부자와 모금 조직의 관계를 형성한다는 의미이다. 이때의 관계를 일컬어 ‘느슨한 관계’라 칭한다. 느슨한 연대 또는 소속감 형성을 염두에 두는 관계에서 중요한 것은, 화려하고 거창하지는 않아도, 진정성이 전달되는 소통을 통해 느슨하지만 오래가는 관계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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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어린이 후원 기관을 추천해 달라는 질문을 했을 때, ChatGPT, 코파일럿, 바드는 각기 다른 대답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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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쉽게 참여할 수 있는 방법, 내 일상 속에서 번거롭지 않게 기부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 등 시민들의 기부 편의성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방식에 대한 관심이 높다. ‘일상에서 쉽게 참여’한다는 측면에서 2023년에 가장 주목을 받은 기부 방식은 ‘키오스크 기부’였다. 시민패널은 올해 가장 트렌디한 기부 방법으로 키오스크 기부를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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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가 포화되고 AI에 의해 새롭게 생성되는 정보들 속에서 기부자들이 합리적인 기부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기부 리터러시를 키워야 한다. 기부 리터러시를 키우기 위한 교육의 좋은 예로 호남대학교의 ‘실천적 리터러시 함양’을 위한 시민강좌를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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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2020년부터 시작된 ESG ‘광풍’이 어느 정도 가라앉으면서 ‘ESG 워싱’에 대한 관심도 같이 높아지고 있다. ESG 워싱이란 ‘그린 워싱(Green Washing: 위장 환경주의, 가짜 친환경)’의 개념을 확장한 것으로 제품·서비스·조직의 ESG 속성과 성과를 허위·과장·축소·은폐·생략함으로써 경제적·사회적 이익을 누리는 행위를 말한다. 기업의 ESG 실천 활동을 과장하거나 왜곡, 혹은 ESG에 반하는 행위를 의도적으로 숨김으로써 ESG 실천 기업으로 위장하는 것을 의미한다. ESG 워싱의 대표가 ‘그린워싱’이다. 즉 진짜하는 것이 아닌 ‘하는 척’을 하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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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학자들은 ESG를 기반으로 한 지속가능경영이 측정이나 대응이 용이하고 명확한 환경(E)에서 시작되었지만, 결국 S(사회)로 마무리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아직 기회가 있는 것이다. 환경(E)에 매몰되어 있던 기업의 시선이 S(사회)로 이어질 때를 준비하는 비영리 조직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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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재해가 일어나 미디어와 여론의 관심이 집중되면,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을 운영하는 포털 사이트는 모금 캠페인 노출을 선점할 수 있다는 이점으로 말미암아, 재난재해 상황에서는 우선적으로 캠페인 홍보를 고려해야 하는 매체가 되었다. 타 모금 조직보다 빨리 재난재해 대응상황을 플랫폼 모금함에 알리는 속도전이 중요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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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사랑기부제가 시행되기 전에는 1조 원의 기부금이 모일 것이라 예측되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기부금이 정치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 다른 한편으로는 민간의 기부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그러나 고향사랑기부제의 실적이 기대보다 활성화되지 못하자 이 제도의 활성화를 위하여 과도한 규제를 철폐하자는 내용에 대한 개정안이 다양하게 제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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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격의 거인’처럼 기업과 정부가 비영리의 협력자인지 위협자인지 모호한 상태가 확대되고 있다. 비영리의 본질적 업에 대하여 스스로를 성찰하고 지켜내야 한다. 사회문제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력으로 이슈를 주도하고 시민들과 함께 해결점을 찾아가는 2024년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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