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크리스마스 카드에서 “하느님처럼 하십시오. 사람이 되십시오!”라고 적힌 글귀를 보았습니다. 식별에 관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교리 교육은 우리가 ‘사람이 되기 위하여’ 매일 말씀의 빛 안에서 앞으로 나아가도록 훌륭한 가르침을 줍니다.
--- P.7
인생의 어떤 지점을 지나는 여정을 마칠 때면 중요한 질문들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우리가 찾고 있는 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여정으로 되돌아가야 합니다. 삶에서 조금 더 나아가면, ‘그런데 내가 왜 이 방향으로 걷고 있지? 내가 무엇을 찾고 있는 거지?’라는 질문이 나옵니다. 바로 그곳이 식별이 일어나는 지점입니다.
--- P.27
기도 안에 머물러 있다는 것은 말을 많이 하는 것이 아닙니다. 네, 전혀 아니지요. 기도 안에 머무르는 것은 내 마음을 예수님께 여는 것, 예수님께 가까이 다가가는 것, 예수님이 내 마음에 들어오시도록 허락하는 것, 그리고 그분의 현존을 느끼는 것입니다. 기도 안에서 우리는 예수님이 계시는 때와, 우리의 생각이 자주 예수님이 원하신 것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때를 식별할 수 있습니다.
--- P.36-37
영적 실망을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인내로 맞서십시오. 도망가지 마십시오. 영적 실망 속에서도 그리스도의 마음을 찾고 주님을 찾으려고 애쓰십시오. 그러면 언제나 응답이 있을 것입니다. … 어려움이 밀려와도 한없는 하느님의 은총에 힘입어 결코 낙심하지 말고 시련에 단호하게 맞서기를 바랍니다. 우리가 기도를 멀리하도록 끈질기게 유혹하는 목소리를 내면에서 듣게 된다면 그것은 악마의 목소리입니다. 그 악마의 가면을 벗기는 법을 배우도록 합시다. 그것에 휘둘리지 마십시오. 그 목소리가 우리에게 말하는 것과 정반대로 합시다!
--- P.72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 마음에서 일어나는 일을 이해해야 합니다. 그리고 오늘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보기 위해 양심성찰이 필요합니다. “오늘 나는 화가 나서 그 일을 하지 않았어….” 왜 하지 않았을까요? 그 ‘왜’를 뛰어넘어야 이러한 실수의 근원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기뻤지만 사람들을 도와야 해서 지루했어. 그래도 결국 도움을 주어서 만족스러웠어.” 여기에 성령이 계십니다. 우리 마음의 책에서 하루 동안 일어난 일을 읽는 법을 배우도록 합시다. 단 2분만 해 보세요. 장담컨대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 P.86
식별은 기술arte, 배울 수 있는 기술이고, 나름의 규칙이 있는 기술입니다. 이를 잘 배우면 더욱 아름답고 질서 있게 우리의 삶을 영적으로 충만하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스스로를 식별의 전문가로 자처하거나 혼자서도 충분하다고 생각하지 말아야 합니다. 식별은 언제나 주님께 청해야 할 하느님의 선물입니다. 주님, 삶의 순간마다 제가 해야 할 일과 이해해야 할 일을 분별할 수 있는 은혜를 주소서. 저에게 식별할 수 있는 은혜를 주시고, 저의 식별을 도울 사람을 보내 주소서.
--- P.118
오직 깊은 침묵 속에서 기도할 때 하느님의 음성을 듣고, 하느님 언어의 흔적을 인식할 수 있습니다. 또한 “물 위에 뜬 기름처럼 지성 위에 있는 것이 아닌” 빛, 매우 색다른 빛인 그분의 진리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 이 빛은 “무릇 진리를 아는” 사람만이 알 수 있기 때문에 다른 것보다 훨씬 더 우월합니다.
--- P.138
미래의 사제들은 일반적이거나 추상적인 생각이 아니라, 영의 미세한 움직임을 명확하고 뚜렷하게 식별하도록 양성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신자들의 구체적인 삶을 진정으로 도와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인생을 이분법적 관점으로만 볼 수 없습니다. 인생의 모든 것을 흑백으로만 구분할 수는 없습니다! 인생에는 회색빛이 더 많습니다. 그러므로 이 회색의 영역에서 식별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 것이 필요합니다.
--- P.172-173
여기에서 우리는 ‘양심의 형성’이 지니는 중요성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식별이 하느님에 대한 믿음 안에서 깊이 있게 이루어질 수 있게 해 줍니다. “양심의 형성은 온 생애에 걸쳐 이루어지는 여정입니다. 이 여정을 통하여 우리는, 예수님의 선택에 바탕이 된 기준들과 그분 행동에 담긴 의향들을 본받으면서, 예수 그리스도께서 지니셨던 바로 그 마음을 기르는 법을 배우는 것입니다(필리 2,5 참조).”
--- P.197-198
“왜 겁을 내느냐? 아직도 믿음이 없느냐?”(마르 4,40). 제자들을 향한 예수님의 꾸지람은 신앙을 방해하는 것이 불신이 아닌 두려움임을 깨닫게 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식별 과정은 우리가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파악하고, 삶에 열린 마음을 갖게 하며, 지금 맞닥뜨린 어려움에 침착하게 맞섬으로써 두려움을 극복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특히 우리 그리스도인은 두려움이 우리를 집어삼키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오히려 그리스도인은 두려움을 하느님 안에서, 그리고 우리 삶 안에서 믿음으로 행동할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합니다! 이는 곧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우리 존재의 근본적인 선을 믿는다는 뜻입니다. 신비로운 상황과 우여곡절을 통해서도 하느님께서 우리를 좋은 결말로 이끌어 주신다고 믿는 것입니다.
--- P.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