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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디스토피아, 제조업 강국의 불안한 미래
eBook

울산 디스토피아, 제조업 강국의 불안한 미래

: 쇠락하는 산업도시와 한국 경제에 켜진 경고등

[ EPUB ]
양승훈 | 부키 | 2024년 03월 29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9.3 리뷰 6건 | 판매지수 7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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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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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4년 03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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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크레마,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아이폰,아이패드,안드로이드폰,안드로이드패드,전자책단말기(저사양 기기 사용 불가)
파일/용량 EPUB(DRM) | 72.64MB ?
ISBN13 97911935280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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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MD 한마디

산업 수도, 부자 도시, 중산층 노동자 도시 울산. 이곳에 어두운 그림자가 깃들고 있다. 사람들이 울산을 떠난다. 여성과 청년 유출이 심하다. 하청과 외주화, 산업가부장제, 좌초된 메가시티론 등 울산이 처한 딜레마와 대한민국 제조업의 미래를 분석한 대작. - 손민규 사회정치 PD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울산을 향한 질문은 결국 1970년대 형성해 놓은 중화학공업 위주의 수출주도 산업이 과연 어디까지 갈 것인가 하는 불안을 담고 있다. 혁신이나 기술경제학 연구자들은 습관처럼 ‘추격형 경제’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한다. 한국의 제조업은 간단히 요약하자면 일본의 생산 하청기지로 출발해서 불하받은 부품과 완제품을 분해하고 결합하며 모방했고, 미국과 유럽에서 유학한 엔지니어들의 지도하에 도면을 베끼고 개선해 나가면서 성장했다. 더불어 노동자의 숙련도를 높이기보다는 독일이나 일본의 로봇이나 NC 선반 가공 같은 장비로 생산성을 높이면서 세계 최고의 제조업 생산성을 확보했다. 그 사이 유럽은 장비와 노동력이 노후화됐고 미국은 제조업을 등한시했으며 일본은 불황 속에서 설비투자의 여력이 없었다.
--- p.9

대한민국의 산업 수도, 지역내총생산(GRDP) 전국 1위의 부자 도시, 중산층 노동자 도시 등이 울산을 수식하는 말이다. 울산은 이른바 ‘3대 산업’으로 불리는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이 확고하게 자리 잡으며 각각의 산업이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 또 동남권(부산·울산·경남) 제조업의 축이자 포항으로부터 동해안을 타고 내려가 남해안을 지나 여수까지 이어지는 남동임해공업지역의 중심 지역으로 일컬어지기도 한다. 그런데 몇 년 지나서 2030년이 된다면 울산의 모습은 어떻게 기록될까? 부자 도시, 노동자 도시, 산업 수도라는 말이 그때도 통할까?
--- p.20

정부의 공식 기록을 볼 때 산업도시 울산의 시작은 1962년부터라고 할 수 있다. 대한민국이 산업화 이후 60년 만에 세계 최빈국에서 10대 교역량을 자랑하는 ‘30-50 클럽 국가’*(일인당 GDP 3만 달러, 인구 수 5000만 명)에 도달하는 동안 울산은 60년 동안 동아시아에서 가장 발전한 산업도시 중 하나로 성장했다.
--- p.45

이처럼 울산은 이케다에 의해 일제 강점기 태평양전쟁을 위한 공업 도시이자 석유 비축기지로서 설계됐다. 울산은 ‘공업항, 어항, 연락항, 무역항, 공항’의 다섯 가지 키워드로 분류됐다. 다섯 가지 키워드를 엮으면 일본의 태평양전쟁 수행을 위한 ‘병참기지’로서 울산의 역할이 중시됐음을 알 수 있다.
--- p.48

여기서 현대중공업의 성공을 보는 세 번째 시각이 도출된다. 즉 중공업 안팎의 여러 사람이 이루어 낸 성공이라는 견해다. 이역만리 스코틀랜드까지 찾아가서 선박 건조 기술을 익혀 오고, 일본에 건너가 도면 작성법과 설계 기술을 배우기 위해 끊임없이 일본인 엔지니어들에게 묻고 되묻고 다시 확인한 이들의 공로다. 유럽식과 일본식 선박 건조 기술을 혼합해서 그 나름의 현대중공업 스타일의 건조 기술로 창안해 낸 엔지니어들의 노고가 있었다는 뜻이다. 또 고소(높은 곳) 작업에 꼭 필요한 발판도 제대로 구축되지 않은 현장에서 밧줄에 몸을 의지하여 작업했던 노동자들의 헌신도 있었다. 먹을 것이 부족하고 인구는 폭발적으로 늘어나 일할 곳을 찾아야만 했던 1970~1990년대의 젊은이들이 현대중공업의 성공을 일궈 낸 또 하나의 힘이었다.
--- p.64

이런 모든 점을 고려할 때 울산의 역사를 미라클이라고 표현하지 않을 수 없다. 우연과 필연, 기획자와 실행자 모두의 노력이 있었다. 일제 강점기 석유 비축을 위한 기지로 출발해, 그 밑천으로 정유 공장을 짓기 위해 군사정부와 기업가들의 고려로 공업센터로 지정됐다. 눈이 밝은 정부의 기술관료가 중화학 요충지로 울산을 꼽았다. 그렇지만 그걸 실제로 실행했던 1970년대의 모험 자본가 정주영의 현대가 있었고, 잠을 설치면서 눈썰미를 가지고 도면과 기술을 베껴 오던 엔지니어들이 있었다. 최종적으로 저임금을 받으며 열악한 안전 요건 속에서 위험을 무릅쓰며 배를 짓고 자동차를 만들어 냈던 울산의 노동자들이 있었다. 만화 《드래곤볼》의 원기옥처럼 모두의 정성이 모여 노동자 도시이자 부자 동네 울산의 기적을 써낸 것이다.
--- p.69

한국은 제조업으로 지탱되는 국가다. 국가 이미지나 숫자로도 바로 드러난다. OECD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한국은 국민총생산 (GDP)의 27.1퍼센트를 제조업을 통해 벌었는데, 한국보다 GDP 중 제 조업 비중이 높은 국가는 아일랜드(36.6퍼센트)밖에 없다. 고용 면에서 보면 그 특징이 더 도드라진다.1 세계은행의 산업별 고용률 자료를 참고해 보면, 2019년 기준 한국은 총 고용에서 제조업이 25퍼센트를 담당한다. 국제노동기구(ILO) 기준으로 OECD 국가 중에서 한국보다 제조업 고용 비중이 더 높은 나라는 독일(27퍼센트)이나 이탈리아(26퍼센트) 정도다.
--- p.74

사실 불황기에는 세계 많은 산업도시가 쇠락을 경험했다. 영국 북잉글랜드의 맨체스터와 리버풀, 스코틀랜드의 글래스고, 미국 북부의 러스트 벨트Rust Belt 등 선진 자본주의 국가의 산업도시 대부분이 위기 상황에서 쇠락하며 왕년의 영화를 쉽게 되찾지 못했다. 왜 그랬을까? 일본의 이마바리나 기타큐슈 같은 산업도시에서 왜 이주 노동자와 노인만 생산직으로 고용하면서 공장을 운영하고 있을까? 울산의 제조업 내 위상이 바뀌고 다수의 정규 생산직이 정년퇴직을 하고 나서 더는 정규직을 뽑지 않는 상황이라면, 울산의 3대 산업 현장과 도시는 어떠한 운명을 맞게 될까? 더불어 산업도시가 하청 생산기지로 전락하는 상황에서 수출 제조업에 의존하는 제조업 국가 대한민국은 문제가 없을까?
--- p.85

울산이 담당하는 3대 산업의 ‘두뇌’, 즉 구상 기능을 담당하는 연구소와 엔지니어링 센터가 대부분 수도권으로 이전했고 나머지 부분도 상경을 기다리고 있다. 더 우수한 두뇌를 얻기 위해서다. 이제 울산은 산업도시에서 생산기지로 추락하는 중이다. 심지어 ‘몸통’ 즉 실행 기능을 하는 공장마저 새로 지을 경우 입지로 수도권을 고려한다.
--- p.88

미국은 엔지니어를 생산직과 완전히 분리해서 회사의 경영 방침을 현장에 실현하는 사람으로 만들었다. 자동화, 로봇의 설치, 동선 설계 등 생산방식 실험을 엔지니어가 독립적으로 수행한다. 따라서 대졸 엔지니어가 하는 일과 고졸 생산직이 하는 일이 겹치지 않는다. 독일은 엔지니어의 경우에도 생산직처럼 도제 과정을 통해 육성된 비중이 적지 않다. 또 생산직 중에도 대학에 진학해 공학을 공부하고 엔지니어가 되는 경우도 많다. 결국 서로 현장 경험과 공학 지식을 공유하는 일이 적지 않고, 많은 일이 협의로 진행되는 경우가 흔하다. 일본과 독일이 생산직 노동자와 엔지니어의 괴리감을 줄이기 위한 제도와 정치가 발달한 편이라면, 미국이 반대편에 서 있는 셈이다. 한국식 생산방식은 일본이나 독일과 유사하게 애초 고졸 엔지니어도 많았고, 생산직과 엔지니어의 협업이 많았던 작업장의 역사가 있다. 하지만 1987년 이후 노사관계가 적대적으로 변함에 따라 사측이 미국식 경영 방식을 적용해 오고 있다. 자동화와 로봇 도입을 밀어붙이고 생산 현장에서 가능하면 노동자의 숙련에 기반을 둔 개입을 줄이는 방향으로 애썼다.
--- p.95

아버지들이 싸움으로 쟁취한 ‘노동 계급 중산층’은 한 세대로 끝날 위기에 처했다. 노동 계급 중산층이 되기 위한 입장권인 정규직 생산직의 문이 닫히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고용 절벽’은 숙련 노동력에 대한 수요가 줄었기 때문에 발생했다. 이는 생산직 노동자의 숙련에 기대지 않는 생산방식이 자리 잡았다는 데 기인한다. 산업도시 울산의 재생산 문제를 묻기 위해서도, 정규직 생산직 신규 채용에 대해 묻기 위해서도, 정규직 생산직 노동자가 필요 없는 상황을 만들어 내는 현대자동차의 생산방식에 대해 질문을 던져야 한다.
--- p.150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 포스코의 사례를 함께 살펴보면 노사 관계가 어떠한 역사적 궤적을 거치며 형성됐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생산성 동맹은 노사관계가 신뢰에 기반을 두고 있을 때 가능하다. 포스코의 생산성 동맹은 노사관계에 따라 노동자의 임금이나 복지뿐 아니라 생산성 관점에서 노동자의 숙련 형성 자체가 영향받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노사관계의 신뢰는 역사적으로 발생했던 노사 분규와 갈등을 어떻게 조율하느냐에 달려 있다. 생산성 동맹은 노사관계만의 문제는 아니다. 좀 더 넓게 보면 국가가 노사관계에 어떠한 방식의 인센티브를 주거나 강제하는지에 따라서도 영향을 받는다.
--- p.187

생산기지로 전락하고 있는 울산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일단 가장 큰 부가가치를 만드는 3대 산업에서 정규직을 거의 뽑지 않으니 청년은 울산의 공장을 더 이상 찾지 않는다. 아버지 세대의 고임금과 복리 후생을 경험한 청년 세대는 현재의 비정규직 하청 노동을 감내하기 힘들다. 덩달아 정규직에 기초한 노동자 가족의 남성 생계 부양자 경제가 작동하지 않으면 여성도 지역을 떠난다. 지역의 인구가 줄고 특히 청년 인구가 줄어드니 도시의 활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 p.191

산업 가부장제라는 말은 낯선 말이고, 기존의 가부장제와는 좀 다른 개념으로 정의할 수 있다. 산업 가부장제는 특정 산업이 지배하고 있는 지역에서의 불균등한 성별 분업 구조가 만들어 내는 가부장제를 의미한다. 한편에서는 전통적 가부장제가 여성의 고학력화와 화이트칼라 및 전문직 노동 시장 참여를 통한 ‘맞벌이 모델’로 무너지고 있다. 그에 비해 앞서 설명한 공간 분업과 국가의 공간 계획으로 조성된 산업지구에 역사적으로 누적된 가부장제가 바로 산업 가부장제라 할 수 있다.
--- p.206

1998년 이후 한국 사회는 가정경제의 표준이 ‘외벌이’(1인 남성 생계 부양자 경제)에서 ‘맞벌이’로 급속히 전환됐다. 엄밀하게 표현하면 외벌이 남성 생계 부양자 경제는 19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부터 1998년 IMF 전환기까지 잠시 ‘환상’처럼 떠올랐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IMF 이후 평생직장이 사라지고 여성이 일자리를 찾아 사회로 나왔다는 서사가 있다. 하지만 그 전에도 여성은 ‘야쿠르트 아줌마’부터 시작한 각종 방문판매원이나 미싱사 같은 다양한 경공업 노동을 전업과 부업의 형태로 수행해 왔다. (…) 노동사회학의 개념으로 표현하자면 다양한 서비스 산업과 비공식 경제, 그리고 경공업 근처 외부 노동 시장을 계속 맴돌았던 것이 해방 이후 대다수 한국 여성의 노동 경험이었다.
--- p.255

영국의 노동 계급은 1970~1980년대 극심했던 노사 간 ‘계급 전쟁’과 영국 제조업의 경쟁력 약화 상황에서 와해됐다. 영국의 노동자는 숙련을 그들만의 노하우로 묶어 두는 데는 성공했으나 산업 발전에 맞춰 ‘진화’해 나가는 데에는 실패했다. 게다가 산업의 중심이 제조업 생산보다는 런던의 엔지니어링과 바이오기술, 시티The City의 금융 산업 위주로 이동하면서 국가 내에서의 위상도 떨어졌다. 북부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의 기계 산업, 조선 산업, 철강 산업 등이 모조리 어려움에 처하고 점차 축소됐다. 결국 노동 계급 중산층 모델이 붕괴했다.
--- p.281

기후 위기가 울산 3대 산업에 기회가 됐지만 산업 고도화와 신사업 진출의 전망을 열어 주지 않고 있다. 친환경 전기차와 수소경제는 현대자동차에 기회를 주지만 울산의 자동차 부품 생태계는 이에 대응하기에 취약한 상태이고 개선책도 뚜렷하지 않다. 자동차 부품 업계가 고용하는 5만 개의 일자리는 곧 위기에 노출될 공산이 크다. 탈탄소 전환을 요구하는 IMO의 규제는 조선 업계에 선박 수주의 기회를 제공한다. 하지만 고착된 노동 시장 이중 구조로 인한 원하청 간 임금 격차와 불황기의 임금 하락 문제를 풀지 못하면서 질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지 못하고 있다.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친환경 자동차 생태계에 필요한 정밀화학의 전환 역시 정책 역량과 기존 석유화학 산업의 보수성 때문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 p.345

국가의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한 동남권 메가시티 프로젝트가 다시 진행돼 광역 간 지역 정치의 기회 구조가 열리거나 해오름동맹을 통해 산업도시 연맹으로서의 프로젝트가 진행되더라도 울산이 풀어야 하는 산업 구조상의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울산은 제조업을 영위하는 산업도시의 경쟁력을 어떻게 확보해야 할까. 양질의 일자리는 어떻게 만들고 우수한 노동력을 어떻게 지켜 내고 육성해야 할까. 국가는 울산과 한국의 제조업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고 울산은 어떤 입장을 견지해야 할까.
--- p.367

산업도시 울산이 고진로 전략을 택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도그마를 깨부술 필요가 있다. 먼저 경제 평론을 하는 이들은 한국의 산업 문제를 원가절감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한다. 그들은 원가를 지나치게 높이면서 생산을 마비시키는 노조 때문에 기업이 해외로 떠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울산의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 노조를 등장시키곤 한다. 생산 원가는 올라가는데 생산성이 그만큼 향상되지 않으면 기업이 끊임없는 도전에 노출되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웃돈을 주면서 고학력 엔지니어를 영입하고 높은 부동산 비용까지 감당하면서 공장을 수도권으로 진출시키려는 SK하이닉스 같은 대기업과 그 하청 클러스터의 결정은 이것이 단지 비용의 문제가 아님을 반증한다. 오히려 문제는 좋은 인재가 없다는 것이다.
--- p.376

자연스럽게 구축된 노동의 공간 분업을 국가가 정책을 통해 한 단계 더 전개시키고 말았다는 데 있다. 수도권 공장 총량 규제를 풀어 버리고 수도권 인근에 공장이 입지하는 것을 허용한 것이다. LG디스플레이(당시 LG필립스)가 파주에 들어서고, SK하이닉스는 이천부터 청주까지 터를 잡았다. 삼성은 수원부터 천안까지 공장을 세웠다. 이때 ‘천안 분계선’이라는 단어가 언론에 등장했다. 천안 이남에는 인재가 오지 않는다는 말이다.
--- p.394

어떻게 하면 새로운 산업도시 울산의 꿈을 다시 꿀 수 있을까? 우선 제조업 클러스터로서 울산의 가치에 대해 충분한 공감대가 필요하다. 제조업 고도화, AI 및 ICT 연계를 통한 4차 산업혁명 모두 울산에서 시작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기계 분야에서 가장 고도화된 제조 역량을 갖고 있기 때문이고, 50년간 누적된 숙련과 체화된 기술을 갖춘 전문가가 머물고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조선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거제가 어려워지자 동남권이 몸살을 앓았다면, 앞으로 울산의 고용이 무너지고 제조 경쟁력이 사라진다면 동남권뿐 아니라 전국의 제조업이 흔들릴 수 있다. 고용뿐 아니라 산업 생태계의 공급망과 가치사슬 차원에서도 그렇다. 울산을 방치하고 제조업을 논할 수 없다.

둘째로 국가, 지자체, 대자본, 노동조합 누구도 일방적으로 끌고 갈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결국 명확하게 문제를 공유하고 각자의 이해관계를 인정하면서 최소한의 것부터 차근차근 풀어나가는 협상을 지역 단위에서 시작할 수밖에 없다.
--- p.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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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실한 연구와 탁월한 통찰력으로 한국 사회의 복잡한 직조를 예리하게 해체하는 이 작업은, 제조업 강국으로서의 한국을 새로운 시각에서 성찰하며 조망하게 한다.
- 이승윤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지리경제학, 노동과정론, 공학, 도시사 등 다양한 접근법으로 쉽고 흥미롭게 읽히지만 실은 무시무시한 답변을 제공한다. 이 책의 주제는 산업도시 울산이지만 진정한 주인공은 한국의 사회·경제 시스템이다.
- 이종태 (《시사인》 기자)
청년과 여성이 없고, 더는 중산층을 만들어 낼 수 없게 된 지역의 미래를 걱정하는 모든 시민께 추천한다. 아니, 제조업 강국 한국의 내일을 걱정하는 모든 분께 추천한다.
- 천현우 (《쇳밥일지》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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