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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잎 사이의 별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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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4월 22일
쪽수, 무게, 크기 664쪽 | 814g | 140*210*35mm
ISBN13 9788984374782
ISBN10 8984374784

카드 뉴스로 보는 책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엘리스가 밴의 시동을 걸 때도 레이븐은 계속 울어댔다. 밴이 주차장을 빠져나오자 리버가 더는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괜찮아.” 재스퍼가 리버를 달랬다. “우리가 집에 도착할 때까지 올챙이들이 살아 있을 거야.”
“아니야!” 리버가 외쳤다.
“아빠가 집에 있으면 올챙이들을 구해줄 거야.” 재스퍼가 확신에 차서 말했다.
엘리스는 입에서 쓴맛을 느꼈다.
왜 조나가 아이들의 영웅이 되었지? 집에서는 거의 볼 수도 없는 사람인데 어떻게 그런 자격을 부여받았을까?
오늘 아침에 그 개자식이 다른 여자와 키스하는 걸 봤다면 재스퍼도 아빠를 계속 신뢰하며 따르기 힘들 것이다.
엘리스는 조나가 이제껏 한 짓과 앞으로 저지를 짓을 생각하니 어지러웠다.
밴이 메인 도로로 접어들고 나서야 리버의 울음소리가 잦아들었다.
“엄마?” 재스퍼가 의아한 표정으로 말했다.
“왜?”
“비올라를 두고 왔어요.”
엘리스는 브레이크를 밟고 뒤를 돌아봤다. 비올라를 두고 왔을 리 없는데 재스퍼 옆 가운데 자리에 반드시 있어야 할 카시트가 보이지 않았다. 이제 생각해보니 리버가 올챙이 병을 엎질렀을 때 아기를 차에 태우는 걸 깜박 잊어버렸다.
몸이 차갑게 얼어붙었다. 아니, 갑자기 몸에서 모든 감각이 사라져버린 듯했다. 손에 쥔 운전대의 감촉이 느껴지지 않았다. 얼굴이나 팔다리에도 감각이 없었다. 엘리스는 가슴을 졸이며 가까스로 차를 유턴했다.
‘괜찮아. 비올라는 아직 잠들어 있을 거야. 괜찮아. 별일 없을 거야.’
--- pp.21~22

조나가 다가왔다. 안아주려고 다가온 듯했지만 조나의 양팔은 옆구리에 그대로 붙어 있었다. 마치 이제는 어떻게 안아주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이. 혹은 안고 싶지 않다는 듯이.
“소리 질러서 미안해. 다만…… 제발 떠나지 마. 후회할 거야. 당신도 알잖아.”
“그래, 내가 모를 리 없지. 난 숲에 아이를 두고 왔어. 쌍둥이를 두고 떠나는 게 얼마나 후회될지 너무나 잘 알아. 그 고통이 매 순간 나를 괴롭히겠지.”
“당신 자신을 벌주기 위해 쌍둥이 곁을 떠날 필요는 없어. 비올라에게 벌어진 일은 단지 사고였으니까. 당신 자신을 용서해야 돼.”
“당신은? 당신은 날 용서했어?”
시간이 1초씩 지날 때마다 조나의 침묵이 비수가 되어 그녀의 가슴에 꽂혔다.
“난 당신을 용서했어.” 마침내 조나가 말했다. “나 자신도 용서해야 하고. 그날 벌어진 일에 대해 내 책임도 크다는 걸 알게 되었으니까.”
“당신 잘못을 알게 된 후에야 날 용서할 수 있게 된 거야? 정말 고맙네. 당신과 결혼한 여자를 그렇게 무조건 지지해줘서 고마워.”
엘리스는 앞에 서 있는 조나를 밀치고 현관문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집 안으로 들어가자 쌍둥이가 꼬마 병정처럼 서 있었다. 창문을 통해 엄마 아빠가 싸우는 모습을 본 듯했다. 아이들의 불안한 표정과 상처받은 마음을 대하는 순간 엘리스는 더욱 결심을 굳혔다.
내가 지금 떠나면 아이들은 회복될 수 있어.
“안녕, 얘들아.” 엘리스는 종종 그랬듯이 아이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안녕, 엄마.” 재스퍼가 말했다.
리버는 아무 말도 없이 입술이 시퍼렇게 될 정도로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울음이 터질까봐 두려워 인사를 하지 못하는 듯했다.
엘리스는 무릎을 꿇고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췄다. “엄마는 이제 떠날 거야. 엄마가 언제까지나 너희들을 사랑한다는 걸 잊으면 안 돼. 알고 있지? 엄마가 어디에 있든 너희들이 어디에 있든 엄마는 너희들을 사랑해.”
“어디에 있을 건데요?” 재스퍼가 물었다.
“경치가 예쁜 곳에서 건강을 회복할 거야. 엄마가 보는 건 모두 너희들을 위한 거야. 작은 꽃도 나무도 새도. 그 모든 걸 너희들과 함께 나눌 거야.”
“아냐.” 리버가 악에 받쳐 말했다. “우린 거기 없잖아요.”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은 다른 방식으로 함께 있을 수 있어. 각자의 가슴속에서.”
--- pp.54~56

키스는 두 팔로 엘리스를 끌어안았다. “어떻게 하는 겁니까?”
“뭘요?”
“여기 있으면서도 여기 없는 거요. 손에서 녹지 않고서는 만질 수가 없는 이 눈송이 같잖아요.”
“당신은 취하면 시인이 되나봐요.”
키스는 그녀를 떼어내더니 눈을 바라보았다. “무슨 일이 있었기에 이러는 거예요?”
“이러다니요?”
“한겨울에 혼자 숲속으로 떠났잖아요.”
“왜 꼭 무슨 일이 있어서 그런다고 생각해요?”
“오늘 아침에 당신을 봤을 때 그게 제일 먼저 보였습니다. 당신은 분명 슬픔에 잠겨 있었어요. 마음 깊은 곳에서.”
“다들 그러지 않나요?”
“모르겠어요. 그럴 수도 있겠네요.”
둘 사이로 눈이 내렸다.
엘리스는 그의 뺨에 키스했다. 차갑고 축축한 살갗은 수염이 나서 까끌까끌했다. “오늘 밤에 당신과 함께 있어서 정말 좋았어요.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내게 훨씬 더 큰 의미가 있었죠.”
“당신이 전화해줘서 기뻤어요.”
엘리스는 다시 키스했다. 그의 입술에, 짧게. “난 이제 텐트로 들어갈래요. 추워요.”
그녀는 돌아서서 걸어갔다.
“잘 있어요, 엘리스.”
엘리스가 텐트 지퍼를 열고 안으로 들어가 부츠를 벗었을 때 눈 내리는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키스가 보였다. 엘리스는 그가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 텐트 지퍼를 잠갔다. 옷을 벗고 보온 내의와 트레이닝 바지, 기모 스웨터를 입고 울 양말을 신었다. 모자는 머리를 조금 말린 뒤에 쓸 것이다. 보온 기능이 있는 침낭으로 들어가 랜턴을 껐다.
--- pp.105~106

레이븐은 바지 주머니에서 주머니칼을 꺼낸 다음 둥지를 조심스럽게 셔츠 안에 넣어 새가 그녀의 따뜻한 가슴께에 자리 잡게 했다.
마마는 대견하다는 듯 레이븐의 뺨을 토닥였다. “어서 가봐라, 어미 새야. 해질 때까지 돌아오지 마. 어미 새는 해가 질 때까지 새끼를 먹인단다. 해가 떴을 때 부지런히 돌아다녀야 해.”
레이븐은 다부진 각오를 하며 숲속으로 들어갔다. 먹이를 잡아주지 못하거나 몸을 따뜻하게 해주지 않으면 아기 새는 살 수 없을 것이다.
레이븐은 우선 부리를 만들어야 했다. 작고 튼튼한 나뭇가지를 찾아내 끝을 뾰족하게 다듬었다. 이제는 먹이를 구할 차례였다. 땅에 떨어진 나뭇가지를 옆으로 밀었더니 지네가 나왔다. 독이 있을지도 모르는 지네를 아기 새에게 먹일 수는 없었다. 통나무도 들춰보고, 낙엽을 헤쳐 보다가 마침내 통통한 귀뚜라미 한 마리를 잡았다. 레이븐은 두 손가락으로 귀뚜라미를 꾹 눌러 죽였다. ‘네 영혼을 땅으로 돌려보내는 날 용서해줘.’
그런 다음 낙엽 위에 앉아 끝을 뾰족하게 다듬은 나뭇가지로 죽은 귀뚜라미를 찔렀다. 둥지 입구를 벌리자 아기 새가 겁에 질려 몸을 움츠렸다. “난 네 마마야. 겁내지 마.”
레이븐은 예전에 마마랑 함께 개똥지빠귀에게 어떤 방법으로 곤충을 먹였는지 기억났다. 아기 새의 부리 옆쪽을 부드럽게 살살 눌러 부리를 벌리도록 달래야 했다.
레이븐은 귀뚜라미를 꿴 나뭇가지를 아기 새의 부리에 대주었지만 아기 새는 좀처럼 부리를 벌리지 않았다. 귀뚜라미가 나뭇가지에서 자꾸만 떨어졌다. 레이븐은 몇 번이고 다시 시도했다. “난 포기하지 않을 거야, 아기 새야. 넌 반드시 먹어야 해.”
--- pp.140~141

아이가 물을 가르며 레이븐에게로 걸어왔다. “너희 개울에 들어가서 미안해.”
“응. 미안해. 우린 당장 갈게.” 오렌지색 머리가 말했다.
레이븐은 아이들이 가는 걸 원치 않았다. 하지만 나이 많은 두 아이는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레이븐을 바라보며 티셔츠를 입었다. 오렌지색 머리에 키 큰 아이는 눈이 푸르고 예뻤다.
재키도 개울가로 걸어와 셔츠를 입더니 다른 아이들과 똑같은 표정으로 레이븐을 바라보았다. 당장 무슨 말이라도 하지 않으면 아이들은 곧 떠날 것이다.
“내 개울이 아니야.” 레이븐이 말했다.
“너, 이혼한 부자 아줌마랑 함께 사는 아이 아니야?” 갈색 머리 아이가 말했다.
마마를 말하는 걸까? 레이븐은 ‘이혼한’이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몰랐지만 ‘부자’가 돈이 많은 사람을 지칭한다는 건 알고 있었다. 마마에게 돈이 많다는 건 지난번 이모가 왔을 때 들어서 알게 되었다.
“여기에 살긴 하지만 이 개울은 우리 소유가 아니야. 다른 어느 누구의 소유도 아니고 그냥 개울일 뿐이야.” 레이븐이 말했다.
그 말에 아이들이 씩 웃었다. “그러니까 아무도 소유할 수 없다는 거네.” 오렌지색 머리 아이가 말했다.
레이븐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 아이 엄마가 네 엄마 좀 만나봐야겠다.” 오렌지색 머리 아이가 말했다.
“그러게.” 갈색 머리 아이가 맞장구를 쳤다.
잠시 정적이 흐르고 나서 갈색 머리 아이가 말했다. “우린 이만 갈게.”
“원하면 여기서 수영해도 괜찮아.”
세 아이 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레이븐 앞에서 수영하고 싶지 않은 듯했다. 레이븐은 아이들이 마음 편히 수영할 수 있도록 자리를 비켜줘야 했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왜 그런지 몰라도 아이들을 지켜보고 싶었다. 누군가 가까이 있는지 모르고 아이들이 맘껏 떠드는 얘기를 듣고 싶었다. 레이븐은 차라리 계속 숨어 있을 걸 그랬다고 후회했다.
--- pp.144~146

레이븐은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레이븐이 아기 새에게 먹이를 주기 시작한 몇 주 동안 마마는 하루 종일 집을 비웠고, 그 덕분에 몰래 재키의 집에 갈 수 있었다. 아기 새가 스스로 먹이를 구할 수 있게 된 어느 날, 마마가 말했다. “아기 새를 키우기 시작하면서 넌 숲속에서 혼자 지내는 게 훨씬 편안해 보이는구나. 숲속에서 네 친족들과 보내는 시간이 즐겁지?”
“네.” 레이븐이 말했다. 위장이 단단한 옹이처럼 뭉쳤다. 집 밖에서는 혼자가 아닌 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마마는 레이븐의 죄책감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환하게 웃었다. 마마가 손으로 레이븐의 뺨을 감싸며 말했다. “나도 네 나이에 땅의 정령들과 함께하는 즐거움을 알게 되었지. 네가 땅의 정령들과 돈독해진 걸 보니 기쁘구나. 아기 새를 키우는 일이 너에게 중요한 교훈을 준 거야.”
태프트 부인은 레이븐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았다. 재키처럼 마마에 대한 질문으로 레이븐을 몰아세우지도 않았다. “지난번에 했던 얘기 생각해봤니? 학교 말이야.”
“많이 생각해봤어요.”
“엄마랑 얘기해봤어?”
“아뇨.”
태프트 부인은 걸음을 멈추고 레이븐을 마주 보았다. “아줌마가 교장 선생님이랑 얘기했단다. 교장 선생님은 학교에서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사람이라고 말했던 걸 기억하지?”
레이븐은 고개를 끄덕였다.
“교장 선생님에게 네가 집에서 얼마나 공부를 많이 했는지 이야기했어. 그랬더니 교장 선생님이 널 기꺼이 2학년에 넣어주시겠대. 네가 2학년 과정에 들어가도 괜찮은지 간단한 시험을 보게 될 거야. 네 실력이면 쉽게 통과할 수 있어.”
“그럼 재키랑 같은 반이 되는 거예요?”
“재키는 한 살 많으니까 3학년이 될 거야. 넌 동갑내기 아이들과 같이 2학년이 될 거고.”
“학교에서 재키를 볼 수 있을까요?”
“쉬는 시간에 운동장에서 볼 수 있지. 헉이랑 리스, 크리스도.” 태프트 부인이 미소 지었다. “아까는 너보다 나이 많은 남자애들과도 무리 없이 잘 어울려 놀았잖아. 수업이든 놀이든 너에게는 그리 어렵지 않을 거야.”
--- pp.198~200

금발이 사슴뿔로 만든 손잡이가 달린 엘리스의 칼을 들어 올리더니 유심히 바라보았다. “사냥용 칼이 멋지네. 오래된 칼이야.” 그런 다음 엘리스의 눈을 바라보았다. “이 칼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알아? 혹시 사냥할 줄 알아?”
엘리스는 얼굴을 돌렸다.
“사냥칼을 쓰는 방법을 알 리 없지.” 남자가 말했다. “쓸 줄도 모르는 칼을 지니고 돌아다니면 안 돼.” 남자가 오랫동안 뜸을 들였다가 말을 이었다. “내가 사용법을 가르쳐줄까?”
엘리스는 눈을 질끈 감았다. 도저히 남자를 쳐다볼 수가 없었다.
“나는 인체 구조를 잘 알아. 사람뿐 아니라 사슴, 주머니쥐에 대해서도. 네 몸 어디에 칼을 꽂아야 아파 뒤질 것 같지만 죽지 않을지 알고 있다는 뜻이야. 우리가 재미를 보는 동안 네가 죽는 건 원치 않아. 하지만 칼을 휘두른 대가는 치러야 해.”
남자가 엘리스의 셔츠를 들어 올려 배를 드러나게 하더니 바지 허리춤을 아래로 홱 끌어내렸다. 그런 다음 엘리스의 복부 왼쪽에 칼끝으로 동그라미를 그렸다.
엘리스는 눈을 꼭 감았다. 이러다가 공포에 질려 죽을 것 같았다.
차라리 죽고 싶었다. 아니면 기절이라도 하고 싶었다.
“바로 여기야. 여기를 찌르면 생명과 연결된 장기를 비켜 갈 수 있지. 그냥 아프기만 할 거야. 내가 약속해. 넌 죽지 않을 거야.”
“야.” 수염을 기른 남자가 말했다. “설마 정말로…….”
칼날이 푹 들어왔다. 뜨거웠다. 엘리스는 소리를 질렀다.
“이런 미친!” 수염을 기른 남자가 말했다.
금발이 낄낄대며 웃었다. “토하지 마라. 적어도 여자 위에는 토하지 마. 여자랑 할 때 보고 싶지 않으니까.”
엘리스의 귀에 그들의 대화가 들리긴 했지만 의미가 입력되지는 않았다. 엘리스는 어두운 방에 갇힌 기분이었다. 산소가 부족할 만큼 좁은 방. 산소 대신 통증만 있었다. 통증은 산소를 대신할 수 없었다. 엘리스는 죽어가고 있었다. 남자는 죽지 않을 거라고 했지만 틀림없이 죽어가고 있었다.
--- pp.238~240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대학에서 생물학을 전공한 엘리스는 대자연 속에서 캠핑을 즐기고, 동식물에 대한 연구를 하며 살아가고 싶었지만 아이를 임신하는 바람에 일찍 결혼해 집에서 살림을 하며 아이들을 양육하는 전업주부의 생활로 접어든다. 시아버지인 바우해머는 국회의원이고. 남편 조나는 유명 로펌 변호사다. 엘리스는 아빠의 얼굴이 전혀 기억나지 않는 가운데 알코올의존증 엄마와 단둘이 살았던 어린 시절의 아픈 기억이 있다. 엄마가 유명을 달리하고 나서 외할아버지가 거두어주어 겨우 대학을 마칠 수 있었던 엘리스의 불우한 환경에 비해 바우해머 의원 집안은 대단한 명문가이고 재산도 많다. 엘리스는 사사건건 잔소리를 입에 달고 사는 시어머니, 그런 어머니에게 쥐어 사는 남편 조나에게 불만이 많다. 가끔 남편이 근무하는 로펌을 찾아가 점심 식사를 하거나 잠시 얼굴을 보기도 했던 엘리스는 그날도 쌍둥이 두 아들을 차에 태우고 로펌을 찾았다가 봐서는 안 될 장면을 목격한다. 남편 조나가 주차장 차 안에서 테니스 선수 출신 여성과 키스를 하고 있다.

엘리스는 극도로 배신감이 느껴지는 한편 단단히 화가 나고, 머릿속이 멍해질 정도로 정신이 없다. 엘리스는 심란한 일이 있을 때마다 즐겨 찾아가던 숲으로 차를 돌린다. 쌍둥이 아이들이 숲속 개울에서 올챙이를 잡는 동안 엘리스는 남편의 외도 문제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볼 작정이었다. 아이들이 신이 나서 올챙이를 잡고 있는 동안 엘리스는 생후 2개월 된 비올라가 앉아 있는 시트를 숲속 바닥에 내려놓고 자꾸만 아래로 가라앉는 기분을 추스른다.

이제 올챙이를 그만 잡고 돌아가야 할 시간이다. 차에 오른 아이들은 여전히 시끌벅적하게 떠들어대고, 그 와중에도 비올라는 새근새근 잠들어 있다. 아이들이 급기야 유리병에 담아온 올챙이를 차 바닥에 쏟고 나서 엘리스에게 올챙이를 찾아달라고 아우성친다. 엘리스는 올챙이를 찾으려고 차 바닥을 뒤지느라 비올라가 앉은 카시트를 떼어내 주차장 바닥에 내려놓는다. 주차장 근처 숲에서 레이븐이 울어대는 소리가 엘리스의 마음을 더욱 싱숭생숭하게 만든다. 엘리스는 겨우 올챙이를 찾아내 아이들을 달래주고 나서 차를 출발시킨다. 일 킬로미터쯤 갔을 때쯤 엘리스는 비로소 비올라가 앉아 있는 카시트를 주차장 바닥에 두고 온 사실을 깨닫는다. 엘리스는 급히 차를 돌려 숲속 주차장으로 돌아갔지만 카시트와 비올라는 어디로 사라졌는지 종적이 없다. 엘리스는 눈앞이 캄캄해지면서 깊은 절망감을 느끼고, 경찰은 대대적인 수색 작업을 펼치지만 끝내 비올라의 행방을 찾아내지 못한다. 극심한 자책감을 느끼며 술과 약에 의존해 살아가던 엘리스는 가족들에게 더는 짐이 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집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엘리스는 대자연 속에서 캠핑 생활을 하며 상처받은 영혼을 치유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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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치유력에 대한 경이롭고 감동적인 이야기.
- 퍼블리셔서 위클리
사랑과 상실, 그리고 비극에 맞서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매혹적인 소설.
- 수잔 레드펀 (《하들리와 그레이스》의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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