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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탄다, 말을 탄다

: 승마가 내게 알려준 소중한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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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4월 26일
쪽수, 무게, 크기 256쪽 | 412g | 140*220*15mm
ISBN13 9791169780308
ISBN10 116978030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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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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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티는 난생처음 한국말을 들어 봤을 테지만 어쩐지 내 말을 알아듣는 것 같았다. 풀을 못 먹게 하니 이번엔 옆에 있던 나무의 잎사귀를 뜯어내 걸으면서 먹는 신공을 보여 줬다. 그러면서도 움직이기 싫다고 버티지는 않았다. 겨울에는 외승 손님이 별로 없다고 했으니, 부티도 오랜만에 바깥 나들이를 나와 신이 났던 것 같다.
한평생 이런 자연을 한 번도 만끽하지 못하고 승마장 울타리 안에서 뺑뺑이만 도는 말들도 있지 않을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어 마음 한편이 아려 왔다.
--- 「제2장 3개월 차 파리 여행을 갔습니다. 그런데 승마를 곁들인 _초식동물과 숲에 가면 생기는 일」중에서

겁이 많은 동물인 말이 높은 장애물을 뛰어넘는 것은 그만큼 기승자를 믿기 때문이라고 한다. 말이 내가 원하는 대로 움직여 주지 않는 것은 아직 그만큼 내가 말에게 믿음을 주지 못해서다. 왕초보 때 탔던 말들은 주로 나에게 모든 것을 맞춰 주는 베테랑들이었지만, 이제는 말에게 내 의사를 정확하게 전달하고 소통하면서 함께 움직임을 만들어 가야 하는 단계였다.
승마는 말과 내가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운동이다. 아무 말이나 잘 타고 싶다는 나의 목표는 말 탓을 해서는 절대 이룰 수 없는 일이었다
--- 「제5장 1년 차 장애물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_말이 말을 안 듣는 이유」중에서

말에게 내가 원하는 동작을 정확하게 전달하지 못하고 말 움직임에 그저 딸려 가기만 하면 그때부터는 이제 말이 나를 무시하기 시작한다. 아니 애초에 말이 초식동물이라 나를 잡아 먹지는 못해도(?) 덩치가 나의 10배 이상이 되는데, 등 위에 올라타 있는 조그마한 인간이 이런저런 명령을 한다고 들어주는 게 신기한 일이었다.
--- 「제5장 1년 차 장애물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_승마에 대한 흔한 오해」중에서

말들이 ‘아 저 사람 태우고 나면 사과를 먹을 수 있구나’ 이런 생각은 못 하겠지만 힘들게 일하고 오면 맛난 간식이 기다리고 있다는 기대를 할 수 있었으면 했다. 그래서 운동하는 시간을 즐겁고 뿌듯하게 기억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바람이었다. 운동하고 난 후에 허겁지겁 후루루챱챱 사과를 받아먹는 녀석들을 보면 그렇게 이쁠 수가 없었다. 그렇게 나는 점점 더 말 바보가 돼 갔다.
--- 「제6장 1년 6개월 차 말을 조금 더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_기승 후 뒷정리 시간이 소중한 이유」중에서

가끔 SNS에서 열 살도 안 됐을 것 같은 금발의 어린 여자아이 선수가 흰색 포니(*조랑말)를 타고 헬멧, 재킷, 재킹, 말이 쓰는 모자까지 깔맞춤을 한 채 요리조리 시합장을 누비는 영상을 본다. 마치 팀으로 출전하는 경기들에서 선수들이 유니폼을 맞춰 입고 나오듯이. 승마는 말과 사람이 한 팀이니까 말이다. 나도 다음에 정말 ‘내 말’이 생긴다면 이런저런 것들을 커플룩으로 사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전 세계 말 바보들이 재킹과 모자, 발목에 감는 밴디지까지 깔맞춤에 집착하며 승마 용품 산업의 부흥을 이끌고 있다.
--- 「제7장 1년 10개월 차 승마 시합에 참가했습니다 _또 한 번의 기회」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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