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역사 연구는 우리로 하여금 지적인 활동에 필수적인 모든 측면을 훈련하게 하고 발휘하게 한다. 또한 호기심과 탐구심을 자극하며, 이성의 능력을 훈련시키며, 표현능력과 전달의 능력을 배양하게 한다. 나아가 교육받은 사람이 지녀야 할 정신적 태도들을 발전시키는 데도 필수적인 요인이 된다. 즉, 역사 연구는 회의하고 비판하는 태도, 관점과 객관성을 갖고 사고하게 하는 태도, 인간사에서 선악 및 그 중간적인 것을 판단하는 능력, 찬반을 저울질하여 흑백 중간에 위치하는 회색의 여러 미세한 차이들을 분별하는 능력을 갖게 해 준다. 그러므로 역사 연구는 지혜를 가진 교양 있는 인간을 만드는 데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 제1장_우리는 왜 역사를 배우는가? p. 18
무한한 탐구의 주제가 되는 역사는 진리에 대한 호기심과 갈증을 자극하는 강력한 자극제라 할 수 있다. 역사 탐구의 정신은 개인의 의견, 가치관, 상상력이 작용하는 주관적인 측면이 정당성을 지님으로써 생기를 얻는다. 학생들은 일단 자신의 의견을 지식의 바탕 위에 올려놓고 나아가 새로운 지식이 그것을 필요로 할 때 자신의 의견을 수정할 용의를 갖추는 때에는 그 의견이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배우게 된다. 역사학의 작업은 과학보다는 인문학에 더 가까운 것으로 항상 개인의 지적인 모험의 성격을 띤다.
- 제1장_우리는 왜 역사를 배우는가? p. 21
그러나 역사를 특수한 관심 영역으로 나누는 모든 구분법은 편의를 위한 것일 뿐이므로 결코 절대적인 것으로 간주되어서는 안 된다. 역사적 활동을 여러 종류나 수준으로 구분하여 각각 그
에 적당한 중요성을 부여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이들 간의 상호관계를 항상 명심할 필요가 있다. 또 관찰자의 관심도에 따라 정치적인 사건으로 보일 수도 있고, 경제적인 사건으로
보일 수도 있으며, 사회적인 사건으로 보일 수도 있고, 문화적인 사건으로 보일 수도 있는, 다시 말해 경계를 정하기가 어려운 사건들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 제2장_무엇을 기준으로 역사를 나눌 것인가? p. 53~54
다른 연구 분야들이 인간 사회를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종교적, 지적, 예술적으로 인위적이지만 필요한 만큼 구분해 놓으면 역사학은 우리 인간을 이해하는 데 있어 통일성을 회복시켜 주는 역할을 한다. 역사학은 전체적이고 포괄적인 성격을 지닐 뿐만 아니라 개체와 특수에 대해 이렇듯 폭넓은 시야를 갖기 때문에 사회과학으로 간주되면서도 아울러 인문학의 한 분과로 인식되게 되는 것이다.
언제나 이와 같은 고상한 목표에 부응해 왔던 것은 아니지만, 역사학은 다른 모든 지식의 영역과 이들의 다양한 접근을 모아서 종합하는 것을 이상으로 삼아야 한다. 오로지 역사학만이 인간
생활에서의 동기와 원인, 기회와 환경의 현실적이고 복잡한 상호 작용의 관계를 이해할 수 있는 만큼 그것은 넓은 컴퍼스를 갖추고 있다. 선과 악, 희극과 비극이 어떻게 인간 삶의 드라마를
구성하는지를 보여 주는 궁극적인 과제가 바로 역사학자에게 주어져 있는 것이다
- 제3장_역사란 무엇인가? p. 80~81
역사학 과정을 밟는 목적은 백과사전적인 사실적 지식을 얻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는 데 있으며, 역사적으로 사고하는 능력을 키우는 데 있다. 역사는 지식과 원리를 단계적으로 암기해 나가는 무미건조한 연속과정인 수학이나 외국어 공부와 같은 방식으로 가르치거나 배울 수 없다.
앞의 여러 장에서도 밝혔듯이, 역사 연구는 창조적으로 사고하고, 정보를 조직하고, 의미 있는 관념들을 발견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사실들을 이용하는 능력을 습득하는 것을 뜻한다.
사실들을 기계적으로 학습하는 것을 강조하는 관례가 생긴 이유 중의 하나는 바로 시험제도에 기인한다.
- 제4장_역사 연구의 방법 p. 91
가장 손쉽고 가장 단순한 조감도, 예를 들면 한 과정의 개요나 한 권의 책의 목차를 얻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라. 그다음 주요한 하위의 지점들을 찾아보라. 예를 들면 전체상에 내용을 부여
하는 중간적 일반화가 그것이다. 그리고 기초적인 연대를 가리켜 주는 연대표를 작성하라. 그다음 세부적인 사항들을 조사해 보자. 그렇다고 세부적인 사항들을 다 조사해 보거나 반드시 처음에 나오는 세부사항들부터 조사할 필요는 없고, 전체 범위 가운데서 가장 흥미롭거나 가장 의미 있는 부분과 관계된 세부사항들을 조사해 보는 것이 좋다. 이 세부사항들을 읽어 보라. 이때 외우려 하지 말고 그저 친숙해지기만 하라. 그리고 이 세부사항들을 보다 의미 있는 추상(significant abstractions)과 관련시켜 이해해 보라. 가능한 곳에서는 원인과 결과, 의미에 대한 질문들을 구
성해 보고 이런 질문들에 대한 대답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세부사항들을 찾아보라.
역사를 연대적으로 추적하는 데 얽매이기보다는 이런 방식을 통해서 학생들은 주제를 한 층 한 층 점진적으로 잘 연구해 갈수 있다.
?
- 제4장_역사 연구의 방법 p. 108~109
이와 같은 서술조직상의 요점들, 즉 세부사항들을 중요한 점에 종속시키는 일, 적절한 서론과 결론을 첨부하는 일, 한 패러그라프와 다음 패러그라프 그리고 한 절과 다음 절을 반드시 논리
적으로 연결시키는 일을 명심하면서 역사적 설명을 준비하는 역사서술가는 역사서술에서 가장 많이 나타나는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그것은 바로 숲과 나무라는 해묵은
문제다. 역사서술가가 조직화되지 않은 세부사항들에 빠져 전체적인 요점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이보다 흔히 나타나는 경우는 아니지만 역사서술가가 일반적인 것에 압도되어 설명에 구체적인 역사적 의미를 부여해 주는 세부사항들을 드러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 제5장_역사에 대한 서술 p. 127~128
역사연구는 학생들로 하여금 편견의 근원이 역사상의 인물들 못지않게 학생들 자신과 동시대인들에게도 있음을 인식하게해 줄 것이다. 일반적으로 편견은 ‘우리와?그들’로 나누어 보는 세계관(a we-they view of the world)에서 유래한다. 이 세계관속에서는 스스로를 이중 한편의 집단?대개 민족(또는 국민) 혹은 종교일 경우가 많으며, 때로는 한 사회계급이나 정당일 경우도 있다?과 일치시키게 된다. 이 같은 편견은 무의식적인 것일 경우가 많다. 자기 민족의 생활방식이 다른 모든 생활방식을 판단하는 적절한 기준이 된다고 생각하는 자민족중심적 태도(ethnocentric attitude)나 특정한 전통의 노선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이에 속한다. 무의식적인 편견은 과거로부터 이어져 온 것일 수 있다. 십자군이 이슬람교도를 살육한 사실을 전통적으로
서양이 미화시켰던 것에서 그 예를 찾을 수 있다. 객관적으로 따져 보면 오히려 이슬람교도가 야만적 침략의 희생이 된 더 문명화된 사람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 제6장_역사적 조사연구 p. 151~152
역사의 흐름은 너무나 복잡하고 예측할 수 없는 것이기에 동기와 결과 사이에 직접적인 관계를 가정하는 것은 항상 위험스럽다. 결과로부터 되돌아보는 때에도 역사를 만든 사람들이 자신들이 이루어 놓았던 일을 처음부터 의도했다고 가정하는 것도 이와 마찬가지로 불확실하다. 미국 이주자들과 개척자들이 미국을 건설하는 데 분명히 기여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당시에 자신들의 개인적 구원이나 번영이 아닌 미래의 국가 건설을 위해 투쟁하고 있다고 생각했다고는 말할 수 없다. 역사적 과정의결과는 개인들의 의식적인 동기와 행동들이 작은 역할밖에 하지
못하는 여러 가지 요인과 상황의 거대한 상호작용의 산물이다
- 제7장_역사의 해석 p. 206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