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아침, 그레고르 잠자는 불안한 꿈을 꾸다 깨어났고 끔찍한 해충이 되어 침대에 누워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갑옷 같은 등을 바닥에 대고 누운 그가 고개를 살짝 들어 보니 단단한 활 모양으로 구분된 둥그스름한 갈색 배가 보였다. 불룩하게 솟은 이불은 배를 제대로 다 덮지 못한 채 금방이라도 흘러내릴 듯한 모양새였다. 다른 신체 부위와 비교해 안쓰러울 정도로 가느다란 수많은 다리가 그의 눈앞에서 속절없이 버둥거렸다.
--- 「변신」 중에서
왼쪽 방에 끔찍한 정적이 흘렀다. 오른쪽 방에서는 누이가 훌쩍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누이는 왜 다른 사람들과 같이 있지 않은 걸까? 아마도 이제 막 일어나서 아직 옷을 차려입을 준비가 되지 않은 것일 게다. 그럼 왜 울고 있는 걸까? 일어나지도 않고, 지배인을 방에 들이지도 않기 때문에? 그래서 직장을 잃을 위험에 처할까 봐? 그러면 예전처럼 사장이 쫓아와 빚 독촉을 하며 부모님을 괴롭힐까 봐 그러는 걸까? 아직 그런 걱정을 할 필요는 없었다. 그레고르는 아직 여기에 있었고 가족을 저버릴 생각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당분간 그는 카펫 위에 누워 있기로 했다.
--- 「변신」 중에서
그는 이미 탐욕스럽게 치즈를 해치우기 시작했다. 신문지 위에 놓인 다른 음식들보다 훨씬 더 즉각적으로, 거의 눈을 뗄 수 없게 만든 것이 바로 치즈였다. 그의 두 눈엔 차례로 기쁨의 눈물이 차올랐고 그는 치즈에 이어 채소와 소스도 먹어 치웠다. 반면 신선한 음식들은 전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심지어 냄새를 견딜 수가 없어서 신선한 음식들은 멀찌감치 밀어두고 싶기까지 했다. 그가 식사를 끝낸 후 무기력하게 한참을 누워 있던 중, 누이가 자물쇠에 열쇠를 넣고 천천히 돌렸다. 그에게 어서 도망을 치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 같았다. 반쯤 잠이 들었던 그는 깜짝 놀라 다시 소파 밑으로 잽싸게 들어갔다.
--- 「변신」 중에서
누이가 손으로 탁자를 쾅 때리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렇게는 못 살아요. 두 분은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저는 못 참겠어요. 난 이 괴물을 오빠라고 부르고 싶지 않아요. 당장 저걸 없애버려야 해요. 우린 저걸 돌보기 위해서 인간적으로 할 수 있는 걸 모두 다 하며 참아왔어요. 우리 행동이 잘못되었다고 욕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예요.”
“네 말이 전적으로 맞다.”
그레고르의 아버지가 말했다. 아직도 제대로 숨을 고르지 못한 어머니는 손으로 입을 막고 기침하기 시작했다. 뭔가 정상이 아닌 눈빛이었다.
--- 「변신」 중에서
“없애버려야 해요!”
누이가 소리쳤다.
“그 방법밖에 없어요, 아버지. 저게 그레고르라는 생각 자체를 버려야 해요. 지금까지 그렇게 믿고 있느라 우리만 손해를 봤어요. 저게 어떻게 그레고르예요? 저게 그레고르라면 저런 동물이 인간과 함께 사는 건 불가능하다는 걸 오래전에 깨닫고 알아서 나갔을 거예요. 우리에겐 더 이상 오빠가 없어요. 우리의 삶을 살면서 그를 기리고 기억하면 돼요. 저 동물은 우리를 못살게 굴고 하숙인들도 쫓아내려 하고 있어요. 이제 이 아파트를 모두 차지한 다음에 우리까지 거리에서 밤을 보내게 할 게 분명해요. 아버지, 보세요, 그냥 보시라니까요.”
--- 「변신」 중에서
그들은 그레고르가 고른 지금 아파트보다 더 작고 싼 집을 찾기로 했다. 위치도 더 좋고 무엇보다 훨씬 실용적인 곳이 필요했다. 어느 때보다 그레테가 활기를 되찾았다. 점점 창백해지는 딸의 뺨을 보며 걱정이 많았던 잠자 부부가 딸과 이야기를 나누다 거의 동시에 깨달았다. 딸이 건강을 되찾아 아름다운 아가씨의 모습으로 활짝 피어나고 있었다는 걸 말이다. 두 사람은 딱히 말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서로의 눈빛만으로도 같은 생각을 나누고 있었다. 딸에게 어울리는 좋은 남자를 찾아줘야 할 때가 머지않았다는 생각이다. 그들의 새로운 꿈과 선의를 확인이라도 하는 듯, 그레테는 목적지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일어나 젊은 몸을 쭉 뻗었다.
--- 「변신」 중에서
내가 말하자 고분고분한 하녀는 바로 마구를 채우는 마부를 도와주러 달려갔다. 하지만 하녀가 그의 곁에 다가오자, 그는 하녀의 얼굴을 붙잡고 자기 쪽으로 홱 끌어당겼다. 하녀는 비명을 지르며 내게로 도망을 쳤다. 하녀의 얼굴에는 두 줄로 된 이빨 자국이 벌겋게 남아 있었다.
“이 몹쓸 짐승, 매질을 당하고 싶은 거냐?”
나는 분노하며 소리쳤지만, 그 순간 그가 낯선 이라는 걸 곧바로 깨달았다. 그가 어디에서 왔는지도 모르지만, 다른 사람들은 다 거절하는 와중에 그만이 나서서 자발적으로 나를 도와주려 했음을 깨달은 것이다.
--- 「시골 의사」 중에서
나는 창문을 활짝 열고 싶었지만 일단 환자부터 봐야 했다. 수척하긴 했지만 열도 없고,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았던 젊은 환자는 셔츠를 벗은 채로 털 이불을 덮고 있다가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내 목에 팔을 두르고는 귀에다 대고 이렇게 속삭였다.
“의사 선생님, 저를 죽게 놔두세요.”
나는 얼른 방을 둘러보았지만 아무도 그의 말을 듣지 못한 것 같았다. 환자의 부모는 그저 내 판단을 기다리며 조용히 몸을 숙이고 있었고, 누이는 내 가방을 내려놓을 수 있게 의자를 가져왔다. 나는 가방을 열어 안을 뒤졌다. 청년은 자신의 간청을 잊지 말라는 듯 계속 나를 꽉 붙들고 있었다. 나는 핀셋을 하나 꺼내 촛불에 비춰보았다가 다시 내려놓았다. 나는 불경스럽게 혼자 생각했다.
‘그래, 이런 상황에서도 신은 우리를 도와주시는구나. 말을, 그것도 급하다고 두 마리나 보내주셨지. 더군다나 마부까지 내려주셨어.’
--- 「시골 의사」 중에서
“저를 구해주실 거죠?”
청년이 흐느끼며 속삭였다. 상처 안의 생명체 때문에 잠시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았다. 우리 마을 사람들도 다 마찬가지다. 그들은 언제나 의사에게서 불가능한 것을 기대한다. 그들은 오랜 믿음을 잃어버렸다. 목사는 집에 앉아 제의를 차례차례 벗고 있지만, 의사는 자비로운 외과의의 손으로 전능한 모습을 보이기를 바라고 있다. 휴, 좋을 대로 하라지. 나는 그들에게 나를 데려다 쓰라고 강요한 적이 없다. 그들이 신성한 목적을 위해 나를 남용한다면 나도 기꺼이 놔두리니. 시골 의사인 내가 더 이상 무얼 바라겠는가. 하녀마저 잃은 이 마당에!
--- 「시골 의사」 중에서
“그거 아세요? 저는 당신을 별로 신뢰하지 않아요. 왜냐, 당신은 그저 여기로 불려 왔으니까요. 그것도 제 발로 오지도 않았죠. 당신은 나를 도와주는 대신 내 침상을 비좁게만 만들고 있어요. 내가 제일 하고 싶은 건 당신의 눈알을 파내는 거예요.”
내가 말했다.
“맞아, 부끄럽군. 하지만 난 의사야. 내가 뭘 어떻게 해야 할까? 나로서도 쉽지 않다는 걸 믿어줬으면 좋겠군.”
“이런 사과에 만족하란 건가요? 아, 그래야겠군요, 어쩔 수 없죠. 저는 늘 참고 견뎌왔습니다. 이 멋진 상처가, 내가 세상에 갖고 태어난 전부입니다. 내 유일한 재능이지요.”
--- 「시골 의사」 중에서
이 속도로는 집에 갈 수 없을 것이다. 나의 뛰어난 실력은 사라지고, 후임자가 내 자리를 넘보지만, 그가 내 자리를 대신할 수 없기에 상관없다. 집에서는 역겨운 마부가 제멋대로 행동하고 있다. 로자는 그의 희생양이다. 나는 더 이상 이런 생각을 하고 싶지 않다. 가장 불행한 시대의 서릿발에 벌거숭이 상태로 노출된 채로, 세속적인 탈 것과 이 세상 것이 아닌 듯한 말들과 나, 이 늙은이가 길을 잃고 헤맨다.
--- 「시골 의사」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