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는 일반적으로 세 가지 주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첫째로 정보의 허위성이 있습니다. 어떤 기사에 사실이 아닌 정보를 포함시키거나 사실을 과장 또는 왜곡하여 제시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실제 사실이 아닌 가짜라는 것이죠. 둘째는 다른 사람을 의도적으로 속이려는 기만적 의도성입니다. 대중을 혼란스럽게 하거나 어떤 사안에 대해 특정한 의견이나 태도를 갖도록 조장하려고 의도적으로 사람들을 기만하고자 합니다. 셋째는 진짜처럼 보이도록 뉴스와 똑같은 형식을 갖추고 있다는 점입니다. 가짜뉴스는 진짜 뉴스와 동일한 외양을 취하고 있어 사람들이 진짜로 받아들이게 합니다.
--- p.14 「가짜뉴스의 정의」 중에서

가짜뉴스라는 말이 항상 나쁜 의미로만 사용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이 용어는 사실 미국의 미디어가 오랫동안 ‘풍자적 가짜뉴스’의 뜻으로 써 왔습니다. 풍자적 가짜뉴스는 전통적인 방송뉴스 형식을 모방해서 시사와 정치, 사회 문제를 논평하면서 유머와 풍자를 전달하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나타내는 표현이기도 합니다. 미국 NBC방송의 코미디 프로그램 ‘Saturday Night Live(SNL)’의 한 꼭지인 ‘Weekend Update’는 이와 같은 가짜뉴스의 대표적 사례입니다. Weekend Update는 특히 미국 대통령 선거 기간 방송뉴스의 친숙한 형식을 사용하면서 과장된 유머와 아이러니를 사용해 선거 토론과 후보자의 실수 등을 비롯해 전반적인 정치 문제를 자주 다뤘습니다.
--- p.24 「시사 풍자로서의 ‘가짜뉴스’」 중에서

2024년 1월 실시된 방글라데시의 선거에서도 날조된 콘텐츠가 유권자를 현혹했습니다. 인공지능 이미지 생성 도구를 이용해 만든 딥페이크(deep fake) 동영상이 대량으로 유포된 것입니다. 이 중 여성 정치인들을 대상으로 한 저급한 내용의 영상이 특히 문제가 되었습니다. 야당 인사들이 비키니를 입고 수영장에 있는 것처럼 조작된 영상이 인터넷상에 퍼졌습니다.
--- p.45 「날조된 콘텐츠」 중에서

이렇게 많은 언론에서 이 문제를 기사로 다루면서 결국에는 많은 사람이 에이즈 바이러스의 기원에 관한 가짜뉴스를 믿게 되었고 미국에 대한 비난이 국제적으로 촉발되었습니다. 미군기지가 있는 우방국의 반미 여론에도 영향을 미친 것은 물론입니다. KGB는 이 정보작전의 이름을 ‘감염작전(Operation Infektion)’이라고 불렀습니다. 냉전이 끝난 후 소련의 해외정보국 원장이었던 에프게니 프리마코프 등이 에이즈의 기원에 대한 캠페인을 실행했다고 고백하면서 가짜뉴스의 허위성이 드러났습니다. 하지만 일부 국가에서는 에이즈 바이러스가 미국의 생화학 무기라는 가짜뉴스를 여전히 믿고 있습니다. 가짜뉴스를 사용한 여론 조작의 효과가 강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 p.55 「정치적 또는 이념적 동기」 중에서

확증 편향이란 사람들이 자신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신념이나 태도를 확인해 증명하는 정보를 선호하고, 그러한 정보에 더욱 주목하며 더 쉽게 믿는 경향을 말합니다. 이러한 경향에 따라 사람들은 자신의 관점에 일치하는 뉴스만 선택적으로 찾고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죠. 앞서 소개한 신림동 흉기 난동 사건의 경우 많은 사람이 피의자 조선이 조선족이라는 가짜뉴스를 쉽게 믿고 퍼뜨린 이유는 그 내용이 조선족 또는 중국인이 한국에서 범죄를 많이 저지른다는 선입견과 일치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큽니다.
--- p.74 「확증 편향」 중에서

인터넷의 등장은 정보 환경에 그야말로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인터넷은 정보 접근성을 극대화해 누구나 쉽게 정보를 생성하고 공유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이는 정보의 대중화를 촉진했지만, 동시에 가짜뉴스의 유포와 확산을 더욱 쉽게 했습니다. 소셜미디어와 같은 플랫폼은 이용자들이 자신의 관심사에 맞는 정보를 쉽게 찾고 공유할 수 있게 해 개인의 신념이나 선호에 따라 정보가 걸러지는 ‘여과거품막(필터버블 filter bubble)’ 현상을 촉진했습니다. 이러한 정보 환경에서 가짜뉴스는 더욱 빠르게 퍼지고, 사람들이 자신의 기존 신념을 강화하는 정보를 선택적으로 수용하는 경향은 한층 더 심해졌습니다. 이와 같이 정보환경의 변화를 일으킨 기술 발전의 영향을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 p.92 「기술 발전과 가짜뉴스」 중에서

생성형 인공지능으로 가짜뉴스 생산과 유포는 완전히 다른 양상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실제와 구분하기 어려운 가짜 문서와 이미지, 음성 등을 짧은 시간에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딥페이크 기술은 실제 인물의 얼굴을 다른 사람의 얼굴로 바꾸거나 존재하지 않는 사람의 얼굴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기술로 가짜뉴스의 설득력은 더욱 강해져 사람들은 가짜뉴스를 쉽게 진실로 받아들일 것입니다.
--- p.107 「인공지능 시대의 가짜뉴스」 중에서

상황을 반전시킨 것은 1990년 10월 미국 의회에 등장한 15세의 쿠웨이트 소녀 나이라였습니다. 나이라는 쿠웨이트에서 방금 전 빠져나왔다며 자신이 자원봉사자로 있었던 알이다르 병원에서 목격한 참상을 전했습니다. 총을 든 이라크 군인들이 인큐베이터에서 갓난아기들을 꺼내 차가운 바닥에서 죽어가도록 내버려 두었다는 것입니다. 이라크인들에게 잡혀가 고문을 당한 그녀의 친구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전했습니다. 그녀의 친구는 수영장에 머리를 처박혀 익사 직전까지 갔고 손톱을 뽑고 전기충격을 가하는 고문까지 받았다고 했습니다. 나이라의 증언 이후 44일간 미국의 조지 H. W. 부시(George H. W. Bush) 대통령은 군사 개입의 정당성을 설파하는 데 해당 증언을 무려 8번이나 인용했습니다. 하지만 나이라의 증언은 완전히 조작된 내용이었습니다.
--- p.135 「나이라의 거짓 증언」 중에서

학자들은 가짜뉴스를 자주 접하는 사람들의 심리가 어떻게 변하는지 연구했습니다. 2023년 발표된 한 연구결과는 가짜뉴스와 언론 불신 사이에 높은 관련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4개월의 간격을 두고 두 번의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가짜뉴스에 자주 노출될수록 언론 신뢰도가 낮아지는 현상이 발견된 것입니다. 또 다른 연구는 가짜뉴스가 사람들의 현실 인식을 혼란스럽게 한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가짜뉴스에 많이 노출된 사람들은 그 가짜뉴스가 다룬 정치적 사안을 정확하게 판단할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난 것이죠. 이러한 연구결과는 가짜뉴스가 언론 불신을 조장하는 동시에 사회 현실을 올바르게 이해할 수 있는 힘마저 약화시킨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 p.160 「언론을 믿지 못하다」 중에서

아르헨티나의 팩트체크 조직인 체케아도(Chequeado)는 라틴 아메리카에서 팩트체크의 선도자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작은 규모임에도 불구하고 아르헨티나의 주요 언론사와의 제휴를 통해 파급력과 수익성을 높이는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체케아도의 데이터 크라우드소싱 시스템을 활용하면 체케아도가 팩트체크에 이용한 데이터는 물론, 타사 또는 이용자가 공유한 데이터까지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체케아도는 X와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에서 수십만 명의 팔로어를 확보하고 있어 사회적으로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 p.177 「팩트체크 기관 및 언론의 국제적 협력」 중에서

이러한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교육과 캠페인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학교 교육과정에서 미디어정보해독능력 교육을 강화하고 공공 캠페인을 통해 일반대중에 미디어정보해독능력의 중요성을 알리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를 통해 개인들은 뉴스를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다양한 정보 출처를 비교하며, 자신의 편견을 인식하고 극복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습니다. 또한, 온라인 플랫폼과 소셜미디어는 이용자들에게 미디어정보해독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도구와 자료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들 플랫폼은 팩트체크 서비스와 뉴스 출처의 신뢰도를 평가하는 도구, 가짜뉴스에 대한 교육적 콘텐츠 등을 제공함으로써 이용자들이 정보를 더욱 비판적으로 소비할 수 있도록 합니다.

<b>탈진실의 시대, 참된 정보로 대웅하자</b><br/><br/>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를 전후로 가짜뉴스라는 용어가 전 세계에 폭발적으로 퍼지게 되었다. 희화화나 풍자를 위해 사용되던 기존의 거짓 뉴스와 달리 이 정교한 가짜뉴스들은 여론을 호도하고 조작하기 위해 고안된 기사였다. 이후 수년이 지나 가짜뉴스는 최신 기술과 함께 소셜미디어나 온라인 커뮤니티 등 디지털 플랫폼이 사용하는 알고리즘의 영향으로 급속도로 확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br/><br/>가짜뉴스는 사회적으로 아주 위험한 존재이다. 사회 구성원들이 서로를 믿지 못하게 하며 모든 제도에 대한 신뢰를 파괴하고 사회집단 간의 갈등을 조장한다. 개인적으로도 큰 해악을 끼친다. 중요한 의사결정의 순간, 잘못된 정보를 기반으로 해 선택할 경우 개인의 삶에 아주 해로운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br/><br/>이렇게 위험한 가짜뉴스에 대응하려면 이를 정확히 식별하는 능력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서는 정보 출처의 확인과 전문가에 의한 내용 검증, 비판적 사고 등이 필요하다. 이 책은 가짜뉴스의 역사와 변천 과정 그리고 진화해가는 가짜뉴스에 농락당하지 않기 위한 대응 방법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또한, 가짜뉴스의 확산을 막기 위해 개인적인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에 어떤 것이 있는지도 다루는 등 디지털 리터러시 기능 배양과 도덕성 회복에 꼭 필요한 한 권이라 하겠다.

차분하게 진실을 담은 뉴스뿐 아니라 자극적인 가짜뉴스도 매일 우리를 찾아옵니다. 가짜뉴스는 혐오와 차별을 조장하고 선거에 영향을 미치며, 심지어 사람을 죽이고 전쟁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가짜뉴스가 무엇인지, 어떤 의도로 만들어져 어떻게 확산되는지 그리고 이를 막으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를 생생한 사례와 함께 설명한 멋진 책입니다. 앞으로도 이어질 가짜뉴스와의 싸움은 이제 시작입니다. 가짜뉴스에 대한 모든 것이 담긴 이 책을 우리 모두에게 추천합니다. 미디어정보해독능력은 모두의 필수 교양이어야 합니다.
김범준 성균관대학교 물리학과 교수, 『세상 물정의 물리학』 저자

가히 가짜뉴스의 ‘퍼펙트 스톰(복합적 위기)’ 시대입니다. 곳곳에서 민주주의의 위기를 알리는 경고음이 울리고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가짜뉴스가 진화한다는 사실로, 이에 대처하려면 우리도 영리해져야 합니다. 개개인의 정보식별 능력과 비판 정신을 키우는 것이 근본적 해법이라 하겠습니다. 가짜뉴스의 역사와 작동 원리, 대책까지 두루 파헤친 이 책은 필수 안내로서의 자격이 충분하며 성인과 청소년 모두에게 일독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