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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쿠르는 처음이라

처음이라 시리즈-05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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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6월 14일
쪽수, 무게, 크기 236쪽 | 242g | 120*188*13mm
ISBN13 9791191383461
ISBN10 11913834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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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일곱 살의 나는 서서히 죽어 가는 느낌이었다. 태어나 보니 해야 할 일들이 모두 정해져 있는 것 같았다. 좋은 성적을 내서 좋은 대학에 간 뒤 취업 준비를 열심히 해서 좋은 직장에 들어가 좋은 사람과 결혼하고, 좋은 집과 좋은 차를 소유하고, 자식을 명문대에 보내야 하는 세상. 심지어 좋은 장례식장까지 기준이 정해진 세상. 탄생부터 죽음까지 마치 공장의 컨베이어 벨트처럼 모든 것이 정해진 삶에는 인간 김지호의 삶이 들어설 틈이 없었다.
--- p.23

창문을 열고 찬바람을 들이켠다. 폐부까지 깊이 찔러 오는 찬 공기가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한다. 신발을 신고 세상을 향한 첫걸음을 내디딘다.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는 동네에서 목적 없이 발걸음을 옮긴다. 하얀 발자국이 남아 있는 놀이터에서 손으로 차디찬 난간을 잡는다. 뇌리에 장애물과 춤추는 즐거운 상상이 시작된다. 어느새 힘센 발을 움직여 난간 사이를 오르고 뒤집고 뛰어넘는다. 얼얼한 손바닥은 동시에 뜨거워진다. 거친 호흡에 흰 입김이 새어 나온다. 뛰는 심장만큼 감각은 또렷하다. 멀리서 구경하던 어린이가 다가와 저만치서 동작을 따라 한다. 표정이 살아난다. 아이가 다가와 말을 건다.

“다른 것도 보여 주세요.”
--- p.88

길거리에서 파쿠르를 하다 보면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파쿠르를 왜 하나요?”라는 질문을 가끔 받는다. 대체로 “그냥 좋아서요”라고 가볍게 넘기지만, 속으로 되묻는다. ‘당신은 언제 파쿠르를 그만두었나요?’

어린 시절을 떠올려 보자. 혹은 주변의 아이들을 관찰해 보자. 똑같은 코스로 걷는 아이들은 없다. 직진하면 빠른 길을 지그재그로 뛰어다닌다. 앞서가는 사람이 있으면, 기다리지 않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 끼어들어 요리조리 피한다. 걸어야 하는 곳에서 뛰고, 뛰어야 하는 곳에서 점프한다. 담장 위를 걸으면서 환호하고, 놀이터에서는 가장 높은 곳을 향해 거침없이 올라간다. 고정관념 없이 지형지물을 가지고 자유롭게 노는 모습, 파쿠르 본연의 모습이다. 단지 나이가 들면서 상상력을 잃고 움직임을 멈췄을 뿐이다.
--- p.92

현실의 위험을 ‘데인저(danger)’와 ‘리스크(risk)’로 구분한다. 데인저는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천재지변, 통제가 불가능한 위험의 영역이다. 리스크는 반대로 인간이 통제할 수 있고 예측할 수 있는 영역이다. 예를 들어 암벽등반은 떨어질 것을 대비해서 하네스와 로프를 활용한다. 그래서 인간이 통제하는 위험(risk)이 된다. 이렇게 예측할 수 있는 위험을 통제하는 것을 ‘리스크 테이킹(위험 감수)’이라고 부른다. 많은 사람이 파쿠르를 생명을 내던지는 익스트림 스포츠로 오해하지만, 파쿠르는 인간이 예측하고 관리할 수 있는 위험 감수 훈련이다.
--- p.112

위험을 감수하고 두려움을 극복한 성공 기억은 자신감뿐 아니라, 매사에 긍정적인 태도를 견지하고 부정적인 상황에 직면하더라도 긍정적인 상황으로 뒤집을 힘을 준다. 파쿠르 수업을 마치고 좋은 경험을 얻어 가는 사람들에게 자주 하는 말이 있다. 지금까지 배운 것은 다 내려놓고 집으로 돌아가라고. 파쿠르는 소유하지 않는 마음일 때만 제대로 기쁨을 만끽할 수 있다. 파쿠르는 무상한 행위이기에 즐거움과 기쁨을 느낀다면 충분하다.
--- p.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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