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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라는 거짓말

[ 양장 ] 풍월당 시선-01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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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6월 13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144쪽 | 282g | 122*188*13mm
ISBN13 9791189346683
ISBN10 11893466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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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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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부피를 떠받드는 일
아직 물 밖으로 나오지 못한 너의
팔과 어깨를, 네가 참아 낸 숨만큼의
청각과 우뭇가사리와 소라고둥이
물 속에서 차지하던 부력을 떠받드는 일
--- 「물 마중 - 숨비소리」 중에서

숨죽이고 써 내려간 당신의 교지,
읽으려는 찰나 또 한 말씀 남기시니
유배지로 전송된 조난신호를
오래오래 제 살갗 아래 봉인하겠습니다
--- 「.-- .- ...- .」 중에서

두 사람의 질주를 곁눈질하다
앞이 안 보이는 이와 앞날이 안 보이는 이 중
누구 손을 잡아줄지 망설인다
나도 주사 폴대 끌고 가느라 손이 하나뿐인데
마음의 눈 감은 사람들 무심히 지나친다

바람이 풍경風景 지나듯
서로 비껴갔으면 되었을 것을

물고기가 풍경風磬 울리듯
서로 울렸으면 되었을 것을
--- 「풍경 風景, 風磬」 중에서

해냈습니다
고통 앞에 비굴하지 않았고
율법 앞에 무릎 꿇지 않았어요

외줄타기의 끝과 끝이 맞닿은 겨울 바닷가,
임랑의 온기를 잊지 마세요

임랑林浪은 수풀을 헤치고 일어서는 파도입니다
--- 「임랑林浪」 중에서

파도는 멈춰 설 수 없어서 파도가 된 것입니다
--- 「파도라는 거짓말」 중에서

이태리산 수건 한 장 들고
이마에 난 뜨거운 땀을 뿌리며
불룩 나온 배를 쿡쿡 쥐어박으며
정성을 다해 삼만 원어치
눌어붙은 누룽지 같은 비늘을 벗겨 내며
습襲과 반함飯含과 소렴小殮 대렴大殮을 하는
장의사처럼
--- 「할매탕」 중에서

몸을 덥히는 것은 믿음
그 믿음이
이불 아래를 덥히더라
그 어둡고 신비로운 말이
--- 「믿음」 중에서

해가 졌으나 지지 않은 시간보다, 해가 졌으되 완전히 져서 땅에서도 바다에서도 하늘 어디에서도 그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지는 시간까지를 나는 황혼이라 부르고 싶습니다. 인생은 해처럼 떠서 달처럼 저뭅니다. 어둠 속에서만 빛나는 별처럼 말입니다. 나의 황혼은 항해박명이었으면 합니다.
--- 「항해박명航海薄明」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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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사는 부산은 여러 번 갔었다. 대개 놀러간 길이었다. 해운대와 송도가 주로 걸음한 곳이었다. 하지만 다음에는 임랑을 찾아가 볼 생각이다. 한 시인이 내준 시의 영지를 직접 체험한다는 것은 남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누군가 삶을 힘들어하면 그에게 가능하면 제주에 가서 해녀의 숨비소리를 들어 보라 권할 것이며, 깨금발로 세 발 정도 뛰어 보라는 권유도 잊지 않을 것이다. 또 부산에 내려가 임랑을 한번 찾아보라 말해 줄 생각이다. 그가 다시 돌아왔을 때 파도처럼 일어난 그를 마주하게 될지도 모른다. 시의 영지는 신비로워서 그 세상으로 들어온 세상 사람을 물들인다. 세상에 그가 내준 시의 영지가 여기저기에 있다.
- 김동원 (문학평론가)
그는 지금 목숨이 경각에 달린 투병자입니다. 자신의 생을 헤아리는 모래시계가 눈앞에서 급속히 줄어가는 것을 매순간 보며 이 시들을 썼습니다. 그의 시는 죽을 수도 있는 거센 파도 위에서 쓴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래서 그의 시는 누구보다도 진실하고 섬세하고 절박합니다. 그래서 아름답고 또 안타깝습니다. 한 마디 한 구절이 세상과 사랑하는 사람들과 이별하려는 이별할 수 없는 이의 숨 한 숨 한 숨처럼 들립니다.
- 박종호 (풍월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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