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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한 미식가

: 나를 돌보고 남을 살리는 초식마녀 식탁 에세이

[ 초판한정 사인 인쇄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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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6월 18일
쪽수, 무게, 크기 272쪽 | 322g | 135*190*17mm
ISBN13 97911721307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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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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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비해 문화생활은 (많이) 부족하지만 자연생활은 풍족한 동네에서 살고 있습니다. 유명한 공연과 야생동물 중 하나만 보고 살아야 한다면 저는 언제나 후자를 고를 겁니다. 어떤 작품도 자연보다 충만한 영감을 줄 수 없습니다. 인간으로서는 조금 외롭더라도, 자연의 일부로서 공존하는 기쁨을 발견할 수 있는 이곳이 점점 좋아집니다. 들깻가루를 걸쭉하게 푼 국물이 유독 뜨겁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구수한 용암을 떠먹는 것 같습니다.
--- pp.46~47

초여름쯤 부모님이 사시는 시골집에 가면 방울토마토가 선명하게 익어갑니다. (중략) 흙과 분리되어 콘크리트 위에 사는 저는 언제든 수고롭지 않게 토마토를 구매합니다. 사계절 내내 죽은 토마토를 먹습니다. 차갑게 식은 토마토의 온도에 익숙해져 싱싱한 토마토는 뜨거울 수 있다는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습니다. 입술과 혀에 옅은 화상을 입었습니다. 살아 있는 채소와 과일은 날씨를 그대로 품고 있습니다.
--- p.57

살짝 식은 밥 위에 잘게 썬 토마토를 올리고 고추장과 참기름을 두릅니다. 얇게 저민 청양고추를 취향껏 올립니다. 고추장 대신 간장을 넣고 비벼도 산뜻하게 짭짤해서 맛있습니다. 꼭 큰 토마토를 쓰지 않아도 됩니다. 방울토마토로 만들면 손질은 오히려 더 쉽습니다. 밥만 지어두면 불을 쓰지 않고 3분만에 만들 수 있어 ‘요리’라기보다 약간의 몸짓에 가깝습니다. (중략) 자주 마주하는 사람들에겐 가벼운 인사를 하고, 여러 번 먹는 음식은 간단하게 만듭니다. 토마토 비빔밥은 여름마다 자주 먹고 있습니다. 매일 가볍고 단순하게 깊어집니다.
--- p.71

고기 없이 채소와 면을 넣고 끓인 마라탕은 비교적 깔끔하고 개운해서 먹고 난 뒤에도 불쾌감이 별로 없습니다. 육수를 쓰지 않는 마라탕집을 찾기 어렵다는 부분이 있지만, 100퍼센트가 아니어도 식물성 식단을 지향하는 시도는 그 자체로 유의미합니다. 여느 사람들처럼 마라탕을 먹고 탕후루를 즐기며 비건과 논비건의 경계를 허뭅니다. 식도락의 즐거움은 ‘이 음식이 동물이냐 식물이냐’가 아닌 ‘맛’ 그 자체에서 오니까요.
--- p.83

계절을 만끽하는 최고의 방법으로 다음 두 가지를 추천합니다. 하나는 온몸으로 바람을 맞는 달리기이고, 다른 하나는 두릅 파스타처럼 계절의 향이 물씬 나는 제철 음식 먹기입니다. 지금 당장 자리에서 일어나 날씨 속으로 뛰어드세요. 향긋한 제철 채소로 장을 보고 요리하세요. 사라지는 계절 속으로 한 걸음씩, 한 입씩 행복해지세요.
--- p.89

닭은 지구상의 모든 새를 합친 것보다 많이 태어나고 많이 죽습니다. 한국에서만 한 달에 1억 가까이, 하루에 약 284만 명의 닭이 조각납니다. 공장에서 길러진 닭의 뼈가 지구를 뒤덮습니다. 닭 뼈는 ‘인류세’를 나타내는 지표 화석이 될 것입니다. 여섯 번째 대멸종으로 향하는 우리에게 치킨은 더 이상 잔치에 어울리는 음식이 아닙니다. 카타르 월드컵은 11월에도 섭씨 30도를 넘길 수 있는 중동의 더운 날씨를 고려해 최초로 겨울에 개최되었습니다. 월드컵은 여름에 열린다는 공식을 깨고 상황에 맞는 적절한 선택을 했지요. 이처럼 ‘응원할 땐 치킨’이라는 공식도 깨질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 pp.113~114

구운 바게트 사이에 팥빙수용 팥과 비건 버터를 끼워 먹습니다. 씹을 때마다 고소한 바게트 사이로 짭짤하고 기름진 비건 버터와 동글동글한 팥이 쏟아져 나옵니다. 나의 삶은 얼마나 쉬운가요. 달콤함을 포기하지 않아도 엄마 소와 아기 소를 먹이로 죽이는 산업에 반대할 수 있습니다.
--- pp.195~196

만사지식일완. 세상만사의 이치가 밥 한 그릇에 담겨 있다고 했습니다. 우리는 고립된 각자가 아닌 연결된 모두입니다. 매일 먹는 식사에서 생명의 링크를 발견합니다. 순리대로 선택한 음식은 나를 포함한 모두를 잘 살게 합니다.
--- p.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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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이 희생된 밥상 앞에서 올라오는 미안함과 불편함. 그 마음이 옆 사람에게 들킬까 봐 더욱 눈치 보이고 위축되던 시간들. 하지만 초식마녀의 솔직한 글 덕분에 위로를 얻고, 신박한 레시피 덕분에 군침을 얻는다. 습관적 육식을 기반으로 식성도 ‘복붙’한 듯한 ‘답정너’ 같은 세상에서, 《비건한 미식가》는 고통 없는 식재료로 엄선된 나만의 ‘편집숍’ 같은 부엌을 운영하는 길로 우리를 이끌어준다. 그것은 자유와 존중, 작은 성취의 경험이자 놀라운 맛과 즐거움의 여정이 될 것이다.
- 안현모 (방송인)
비건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초식마녀를 우연히 보았다. 어쩌면 저리 씩씩하게, 자기만의 속도로 하루하루를 요리할까. 내 핸드폰 작은 화면 속 그녀가 꼭 히어로 같았다.
집에서 요리하면 새로운 비건 레시피를 떠올리기 쉽지 않다. 하지만 초식마녀는 달랐다. 가볍게 툭 던지는 초식마녀의 레시피는 마법같이 나의 식탁을 바꾸어놓았다. 냉장고 구석에 있던 식재료는 손쉽게 미식이 되어 어느새 소스까지 싹싹 긁어 먹게 되고, 뒤돌면 자꾸만 생각났다. 그런 그녀가 또 일을 냈다. 비건한 미식 레시피를 한 권의 책에 담았다니, 얼른 이 책을 꺼내 뒤적거리고 싶다.
- 임세미 (탤런트, 영화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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