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시 34분, 송지면사무소에서 2코스를 시작한다. 2코스는 땅끝해안도로를 따라 쪽빛 바다를 바라보며 작은 어선이 드나드는 남도의 소박한 어촌마을 풍경과 산길, 들길, 마을 길을 걸어서 영터버스정류장에 이르는 구간이다.
시골길을 걸어간다. 서해랑길이 시작되는 해남군(海南郡)은 전라남도 남쪽에 있는 화원반도, 산이반도, 해남반도와 섬으로 이루어진 한반도의 남쪽 끝, 땅끝마을이 있는 지역이다. 〈동국여지승람〉에서는 우리나라 전도(全圖) 남쪽 기점을 이곳 땅끝 해남현에 잡고, 북으로는 함경북도 온성부에 이른다고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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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세상에 태어나 첫날을 시작한 날이자 남은 인생의 첫날, 오늘은 남은 인생의 가장 젊은 날, 오늘은 살아온 날의 마지막 날이고 가장 늙은 날이다. 인생의 봄이 가고 여름이 갔다. 인생의 가을에서 겨울을 바라본다. 겸손히 관조하며 인생의 깊이를 더하는 사색을 한다. 봄, 여름에는 재기할 수 있는 시간이 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고, 설령 실패한다 해도 그 실패는 더 큰 성공의 밑거름이 된다. 하지만 추수할 시기에 좌절하고 방황하는 것은 고통을 한층 더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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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는 세상, 사람과 차가 붐비는 시끌시끌한 삼호읍 산호리 세한대학교 영암캠퍼스 앞에서 17코스를 시작한다. 17코스는 나불도 국민관광지, 한옥 호텔인 영산재, 전라남도 농업박물관, 영산강 하굿둑 및 영산호를 지나서 목포시 옥암동 목포지방해양수산청에 이르는 구간이다.
영암호와 영산호를 잇는 하천을 따라 동암교를 지나고 수로교를 지나가니 영산호가 그 모습을 드러낸다. 우측으로 돌아보니 월출산 능선이 당당하게 위용을 뽐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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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무안군과 신안군의 경계 지점, 신안군 지도읍으로 들어선다. 해제면과 지도읍을 잇는 연륙교가 다리가 아닌 방조제다. 육지와 연결된 진도는 섬일까 육지일까. 섬은 사전적으로 주위가 수역으로 완전히 둘러싸여 있는 육지를 일컫는다. 분포 상태에 따라 제도(諸島), 군도(群島), 열도(列島), 고도(孤島)로 나누며 생겨난 원인에 따라 육도(陸島)와 해도(海島)로 나눈다.
신안군이라는 이름이 등장한 것은 1969년이다. 무안군에 소속되었다가 1969년에 신안군이라는 이름으로 떨어져 나왔다. 은빛으로 반짝이는 백사장과 드넓은 갯벌, 울창한 해송들이 장관을 이루는 해수욕장이 많아 여름철 피서지로 제격이며, 홍어와 낙지 등 바다에서 나는 각종 어패류는 식도락을 즐기는 여행객에게 안성맞춤인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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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령이 500년 가까이 된 커다란 느티나무 노거수들이 위용을 자랑한다. ‘한 그루 큰 나무가 되어 천하 사람들에게 시원한 그늘을 드리우라.’라는 〈임제록〉의 글귀를 생각한다. 살아 있을 때 멋있었던 고사목은 죽어서도 멋있다. 고목은 옮겨 심을 수 없지만 묘목은 옮겨 심는다. 나는 고목일까, 묘목일까. 나에게 주어진 몇몇 해가 지나가고 몇몇 날이 지났다. 나는 내 세상 어디쯤 와 있는가?
빠르다. 세월이 참으로 빨리 흐른다. 매해 매달 매주 매일 매시간이 점점 빠르게 흘러간다. 나이가 들면서 시간이 빠르게 흘러가는 느낌을 받는 것은 매 순간 기억할 만한 일이나 자극, 경험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인간사에도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이 적용되는 것이다. 100세 시대라고 하지만 옛사람들의 인생칠십고래희 보다도 짧게 느껴지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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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항리패총을 지나서 해변으로 나아간다. 멀리 새만금방조제가 나타난다. 해안가에서 숲길로, 다시 백사장을 지나는 동안 새만금방조제가 점점 가까워진다. 바다를 가르는 길, 단군 이래 최대 건설이라는 새만금간척사업의 시초인 새만금방조제를 바라보며 걸어간다. 드넓은 파란 바다와 파란 하늘 아래 펼쳐진 새만금방조제가 한 폭의 그림이다. 새만금홍보관의 풍력발전기의 바람개비가 반갑다고 손짓을 한다.
새만금방조제는 길이가 기네스북에 오른 세계 최장인 33km이다. ‘새만금’이란 명칭은 예로부터 김제(金提), 만경(萬頃)평야를 ‘금만(金萬)평야’로 일컬어왔던 금만이라는 말을 ‘만금’으로 바꾸고 새롭다는 뜻의 새를 덧붙여 만든 신조어다. 오래전부터 옥토로 유명한 만경, 김제평야와 같은 옥토를 새로이 일구어내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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