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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와 시

일상시화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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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6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176쪽 | 196g | 110*180*12mm
ISBN13 9791189467531
ISBN10 1189467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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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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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삶에 대해 명쾌하게 말할 수 없어서 시를 쓰기 시작했고, 시는 모르는 기쁨이나 해방감 같은 것을 물어다 주었다. 시는 반복으로 점철된 삶 속에서 일으킬 수 있는 작은 이변이었다.
--- p.18

어쩌면 일찍이 시를 쓰기 시작한 것은, 오랫동안 중얼거렸다는 뜻일 거다. 시를 계속 쓰겠다고 다짐하는 것은 하고 싶은 말을 하면서 살아야겠다는 자기 존중일 것이다.
--- p.32

고양이와 집에 있으면서 나는 혼잣말을 자주 한다. 고양이는 대답이 없고, 대꾸를 하지 않기 때문에 이 모든 말이 혼잣말이라고 여겨진다. 그럼에도 부르면 느즈막하게 다가오고, 밥을 먹자고 하면 졸졸 따라오는 것을 봐서 고양이는 혼잣말로 두지 않으려는 모양이다. 음성 언어를 쓰지 않는 고양이가 대뜸 서운하다는 듯이 울거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소리를 내어 나를 부를 때 나 역시도 고양이를 혼잣말로 두고 싶지 않아 하던 일을 제쳐두고 일어나 다가간다.
--- p.32

고양이와 시가 닮은 점이라고 한다면 딱 그것뿐이다. 나를 바보로 만든다는 것. 늘 서툰 사람으로 둔갑시킨다는 것. 이성적인 판단을 흐리게 한다는 것. 그렇게 하염없이 내게 순수를 내비친다는 것. 나는 이 원고를 쓰기 시작할 때부터 그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 p.42

고양이는 내게 바닥을 보여주면서 생활의 놀라운 허점을, 다시 일어서야 할 자리를 보여준다. 시는 내가 주저앉은 자리의 스케치라 여겼지만, 일어서려는 자의 비명이기도 했다. 어쩌면 쓰러지지 않으려는 안간힘이었다.
--- p.77

나의 창작 의도와는 상관없이 시가 새롭게 읽히고, 읽히는 와중에 더 넓어지는 일을 목격할 때마다 시를 더 내버려 두고 싶다. ‘그런 의미가 아니에요!’ 하고 나서는 마음을 잠재우고. 고양이의 속마음을 알고 싶다면 그 고양이를 최대한 내버려 두는 것이 첫 번째 순서다. 가까이서 지켜보고, 쓰다듬으려고 마음을 먹자마자 고양이는 그걸 알아차리고는 멀리 달아난다. 너와 나, 그 사이의 거리 안에서 조성되는 빈 괄호만큼이 우리의 미래다. 시가 더 나아갈 수 있는 보폭이자 우리가 담길 수 있는 여백의 말풍선이다.
--- p.138

받고 싶지 않은 선물이었더라도 좋아
나는 조그마한 너는 자그마치
호주머니가 많은 이 시를 읽어보렴
영원히 찾지 못하는 숨바꼭질이겠지만
우리는 술래에 익숙하니까
--- 시 「집사야, 내가 쓴 시를 읽어보렴」 중에서

우리를 움직이게 만드는 모든 사랑의 아른거림이
사실 나는 좋아요
헷갈림으로 서로의 뒷모습을 완성할 수도 있으니까
--- 시 「고양이가 되는 꿈」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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