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 197년 5월, 깊은 밤의 차가운 기운이 고요히 왕궁의 방 안으로 스며들었다. 고국천왕의 젊은 비, 우씨(于氏)는 깊은 잠에서 서서히 깨어났다. 그녀의 눈꺼풀이 무거운 채로 천천히 들어 올려졌고, 이내 차가운 공기가 그녀의 피부를 스치는 것을 느꼈다. 잠에서 깬 직후의 그 모호한 순간, 그녀는 무언가가 잘못되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방 안은 너무 조용했고, 왕의 평소 숨소리마저 들리지 않았다.
우씨는 조심스럽게 옆을 돌아보았다. 왕이 고요히 누워 있었다. 그의 얼굴은 평화로워 보였지만, 뭔가 이상했다. 그녀는 살며시 손을 뻗어 왕의 이마에 닿았다. 차가웠다. 그녀의 심장이 멎는 듯한 충격에 손이 떨렸다.
“대왕마마?”
그녀의 목소리는 떨리며 나직하게 울렸지만, 대답은 없었다. 우씨의 마음은 순식간에 공포로 가득 찼다. 그녀는 급히 왕의 얼굴을 살폈다. 그의 입술은 파랗게 변해 있었고, 더 이상 숨을 쉬고 있지 않았다. 그녀는 소리도 없이 입을 벌렸다. 이 순간, 세상은 마치 멈춘 것 같았다. 고국천왕, 그녀의 남편이자 이 나라의 왕이 이렇게 조용히 세상을 떠난 것이다.
우씨는 잠시 그 자리에 얼어붙어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왕비였고, 이제 해야 할 일이 있음을 깨달았다. 그녀는 신속하게 행동해야 했다. 왕의 죽음은 단순한 비극이 아니라, 권력의 공백을 의미했고, 이는 곧 궁중 내부의 정치적 소용돌이로 이어질 수 있었다.
--- p.29~30
안개가 자욱한 새벽, 산기슭에서 모용각의 두 군대가 고요함 속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모용각은 자신의 병사들을 세 부대로 나누어 놓았다. 한 부대는 자신이 직접 이끌고 염민의 진영을 정면에서 유인할 계획이었다. 다른 두 부대는 그의 수하 장수들이 숲을 통해 적의 측면으로 몰래 다가갈 예정이었다.
“지금이야말로 기각 전술을 발휘할 때다.”
모용각은 속삭이며 칼을 뽑았다. 그의 눈빛은 전투의 열기로 가득 차 있었다. 전투가 시작되었을 때, 모용각의 부대는 강렬하게 적을 압박했다. 염민의 병사들은 모용각의 부대에 집중하며 방어선을 구축했다. 하지만 그들은 또 다른 두 부대의 존재를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모용각의 부장들은 숲을 통해 적의 측면을 노렸다. 그들은 조용하면서도 빠르게 움직이며 적의 약점을 찾아 공격을 개시했다. 순식간에 적의 진영은 삼면에서 공격을 받으며 혼란에 빠졌다.
모용각은 자신의 두 부대가 염민의 측면을 공격하는 것을 보며, “이제 승리는 우리 것이다!”라고 외쳤다. 두 부대의 협공은 완벽했고, 적은 점점 더 압박을 받으며 후퇴하기 시작했다.
해가 높이 떠오를 무렵, 전투는 끝났다. 모용각과 그 부장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 기각 전술의 탁월한 실행은 그들에게 결정적인 승리를 가져다주었다. 모용각은 염민을 격파하여 7,000여 급을 참수하고 염민을 사로잡았다. 그를 용성에 보내니 그곳에서 염민을 베어 죽였다.
--- p.332~333
어느 날, 풍발의 동생 풍소불과 그의 친구들이 물가에서 놀고 있을 때,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그곳에서 황금빛을 띠는 금룡 한 마리가 물 위로 올라왔다가 사라졌고, 이 광경을 목격한 그들은 경이로움에 가득 찼다. 풍소불이 만니와 친구들에게 물었다.
“너희들 중에 금룡을 가까이서 본 사람 있어?”
이에 만니(萬泥) 등이 모두 대답했다.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요.”
이에 풍소불이 용을 잡아 모두에게 보여 주자 다들 상서로운 일이라며 경이로워했다. 풍발의 가문에 일어난 이 기적 같은 사건들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었다. 그것은 그의 가문이 천상과의 깊은 연결성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 주는 증거였다. 풍발의 지혜롭고 신중한 행동, 그리고 그 주변에서 일어나는 신비한 사건들은 모두가 그를 존경하게 만들었고, 그의 이름은 후세에도 불멸의 이야기로 회자되었다.
이 이야기는 후연의 황태자 모용희의 귀에도 들어갔다. 그는 풍발에게 금룡을 가져와 보라고 명령했다. 하지만 풍소불이 이를 숨겼고, 이로 인해 모용희는 풍발 형제에게 원한을 품게 되었다. 이후 모용희가 황제로 즉위한 이후, 비밀리에 풍발 형제를 암살하려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풍발은 모용희의 금지 사항을 위반했고, 풍발은 예기치 못한 변고가 자신에게 닥칠까 두려워 여러 동생들과 함께 산속으로 몸을 피했다.
풍발은 매일 밤 혼자서 산을 걸었고, 이상하게도 그가 다니는 길에서는 맹수들마저 길을 피했다. 이는 마치 자연이 그의 비범한 운명을 인정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이 모든 일련의 사건들은 풍발이 모용희의 정권을 이어받고 북연을 창건하는 길로 이어지는 중요한 전조로 작용했다.
--- p.660~6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