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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딩과 시

일상시화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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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7월 04일
쪽수, 무게, 크기 140쪽 | 110*180*20mm
ISBN13 9791189467548
ISBN10 1189467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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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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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생각을 하면 감히 쓸 수 없지만, 다시금 생각해보면 나는 언제나 빌딩에 대해 쓰고 있었던 것 같다. 그 속에 든 사람에 대해, 사랑에 대해. 그런 걸 쓰고 싶어서 더 빨리, 더 오래 걸었던 것 같다.
--- p.9 「들어가며, 빌딩으로」중에서

빌딩이라는 크고 단단한 상자 속에 든 작고 무른 사람. 이따금 상자 밖을 어슬렁거리는 사람. 상자 안을 물끄러미 들여다보는 사람. 결국 사람. 사람을 그다지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 p.19 「사람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중에서

찢어진 마음으로 마음의 찢어진 자리를 친친 동여매주는 사람이 있었다
--- p.22 시 「오르골」중에서

옥상은 참 묘한 공간이다. 옥상을 생각하면 맨 먼저 나는 난간에 기대어 먼 곳을 헤아리는 사람이 떠오른다. 저 깊은 아래를 응시하는 사람의 젖은 눈망울 같은 것.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막막한 마음 같은 것. 그와 동시에 한숨을 삼키며 다시금 가파른 계단을 걸어 내려가는 사람의 구부정한 등도 떠오른다. 그의 묵묵한 뒷모습.
--- p.28 「‘나’라는 옥상」중에서

나는 떨어지고 싶었다. 모든 걸 던지고 싶었다. 단번에 짓이겨지고 싶었다. 거짓말, 거짓말, 다 거짓말이다. 나는 날고 싶었다. 살고 싶었다.
--- p.39 「비상, 계단」중에서

앓는 이가 병원에 누워 있을 적 내 꿈은 하나였다. 그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는 것. 작은 방에 함께 누워 새 이불을 깔고 낮잠을 자는 것. 그러나 그것은 꿈, 끝내 이루지 못했지.
--- p.70 「어떤 방」중에서

그가 복도 끝 작은 점으로 사라지고 나면 다시 짙은 어둠만이 남는다. 나는 미동도 없이 서 있다. 아, 지금은 꿈속이고, 꿈에서도 꿈이라는 걸 아는 그런 꿈속이다. 나는 혼자 있다. 주위는 어둡고 음산한 기운이 감도는 복도를 다시 천천히 걷고 있다.
--- p.91 「사랑하는 악몽」중에서

나는 아직 답을 알지 못한다. 지금 내게 아무도 상처 입히지 않는 쓰기란 그저 신기루에 가까운 듯 보인다. 아무리 애를 써도 쓰는 나는 언제든 무너지고 또 무너뜨릴 수 있다. 진심은 전해지지 않을뿐더러 너무 쉽게 훼손되고 붕괴되는 처지에 놓여 있다. 다시 말하지만, 쓰기란 얼마나 위험천만한가. 위태롭기 짝이 없는가. 그리고 그만큼 얼마나 막강한가. 쓰는 나는 얼마나 잔혹한가. 나날이 체감하고 있다.
--- p.122 「붕괴, 그리고」중에서

시를 쓰며 본다
사람이
사라지지 않는다
가까웠다가 멀었다가 가까웠다가
--- p.128 시 「사다리를 타고」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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