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이 진화했다는 생각은 하늘이 파랗다는 사실만큼이나 자연을 서술하는 하나의 사실이다. 진화라는 생각은 다윈이 내세우기 오래전부터 이미 정립된 것으로서, 자연을 경험적으로 관찰한 바를 나타내기 때문에 과학계에서는 더는 논란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다윈이 내놓은 것은 자연선택이라고 부르는 진화 메커니즘이 들어간 이론이었다. 생명이 진화해왔고 지금도 진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 메커니즘이 충분히 설명해내느냐를 놓고 생명과학계에서는 늘 논쟁이 있어 왔다. 과학에서 입씨름과 논쟁은 좋은 것이다. 왜냐하면 정설로 섰다고 해도 늘 도전받고 있으며 어떤 가설도 의심 없이 받아들여지지 않음을 보여주는 징후이기 때문이다.
--- 「과학의 본성」 중에서
창조론자들이 쓴 글을 찬찬히 읽어보면, 새로운 과학적 생각 또는 진화론과 겨룰 만하고 이론의 자격을 진정으로 갖춘 대안적인 생명이론을 단 하나도 내놓지 못함을 보게 될 것이다. 그들이 논하는 건 오로지 자연의 몇몇 부분이 너무 복잡해서 자기들로서는 진화론적인 설명을 상상할 수가 없다는 것뿐이다. 중세시대를 돌아보면, 당시에 사람들은 하느님께서 하늘이 운행되게 하시고 별들과 행성들을 움직이게 하신다고 생각했으나, 코페르니쿠스, 갈릴레오, 뉴턴, 케플러가 그 모두는 하느님의 개입이 없어도 자연의 법칙들과 과정들로 설명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래서 자연의 그 부분을 설명하는 일에서 신학은 뒤로 물러섰으며, 그 뒤로도 줄곧 앞에 나서지 않았다.
--- 「과학과 창조론」 중에서
척추동물의 역사에서 크나큰 진화적 돌파구가 된 것 가운데 하나가 바로 턱이 생겨난 것이다. 턱이 등장하기 전의 척추동물은 먹을거리 선택에 심하게 제한을 받았고(대부분이 먹이를 걸러서 먹거나 퇴적물을 먹거나, 칠성장어와 먹장어처럼 기생했다), 따라서 생활 방식과 덩치에도 제한이 많았다. 그러다가 턱을 가지면서 척추동물은 먹잇감을 붙잡아 바술 수 있게 되었으며, 이는 곧 물고기부터 식물, 연체동물 등등까지 널리 다양한 먹이를 먹을 수 있게 되었음을 뜻했다. 그 덕분에 척추동물은 어마어마하게 다양한 생태자리로 진화해 들어갔고 덩치도 매우 다양해졌다.
--- 「물고기 이야기」 중에서
창조론자들은 ‘절반만 거북’인 생물을 상상할 수나 있겠냐며 과학자들을 조롱하곤 한다. 그러나 이번에도 화석 기록은 완벽한 과도기 꼴로 창조론자들에게 답을 주고, 비난의 화살을 그들에게 돌려준다. 이 과도기 화석의 공식 명칭인 오돈토켈리스 세미테스타케아는 글자 그대로 ‘이빨이 있고 딱지가 절반뿐인 거북’을 뜻한다. 중국의 트라이아스기 퇴적층에서 여러 점 발굴된 이 녀석들은 진정 놀라운 모습이다. 이 거북들에게는 배에 완전히 발달한 딱지가 있지만(배딱지), 등은 넓게 벌어진 갈비뼈들뿐이고 딱지(등딱지)가 없다. 말 그대로 ‘딱지가 절반뿐인 거북’이다.
--- 「양막류: 땅 위로 올라온 동물과 바다로 돌아간 동물」 중에서
아직까지도 공룡-새의 과도기 화석이 시조새뿐이라 하더라도 모자람이 없겠지만, 지금은 시조새 말고도 과도기 화석이 더 있다. 일련의 놀랍고도 새로운 과도기 조류 화석과 깃털 달린 비조류형 공룡 화석이 발견되어 서술되면서 수각류와 고등한 조류 사이의 빈틈 대부분이 채워졌다. 그 결과 지금 우리에게는 과도기 꼴이 풍부하게 있으며, 시조새는 여기서 고리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 「 공룡이 진화하다. 그리고 하늘을 날다」 중에서
공룡이 지구를 지배하는 동안 포유류는 계속 덩치가 작아서 눈에 잘 띄지 않는 동물이었고, 집고양이보다 큰 포유류는 거의 없었다. 포유류의 대부분은 수풀 사이에서 숨어 지내다가 주로 밤에만 돌아다니는 등 ‘무시무시한 도마뱀들’ 세상의 외진 구석에서 살았던 것이 분명하다. 사실 포유류의 역사에서 첫 3분의 2는 중생대의 이런 작디작은 포유류 이야기로 채워져 있다. 백악기 말에 비조류형 공룡들이 사라지고 난 뒤에야 비로소 포유류에게 세상의 문이 열렸고, 마침내 포유류가 지구를 지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 「포유류 폭발」 중에서
창조론자들이 하는 말과는 다르게, 비록 인류의 화석 기록이 40년 전까지만 해도 빈약했으나 지금은 더 이상 그렇지 않다. 수백 명에 이르는 과학자가 수십 년 동안 현장에서 고생고생하면서 수천 점에 이르는 사람족 화석들을 발굴했으며, 이중에는 700만 년에 걸쳐 인류가 어떤 식으로 진화해왔는지 분명하게 보여주는 상태 좋은 골격이 몇 점 있고 상태 좋은 머리뼈는 많이 있다. 사람족의 화석들이 연약하고 희귀하며, 동아프리카의 같은 지층에서 돼지나 말의 화석 표본이 100개 발견될 때 겨우 한두 개 발견되는 정도에 불과하다는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해마다 새로운 발견이 수두룩하게 이루어진다. 아프리카, 유럽, 아시아에 있는 수많은 박물관도 우리 초창기 조상들의 유골을 이와 비슷한 규모로 소장하고 있다. 그래서 지금은 가지고 연구할 수 있는 화석이 수없이 많다.
--- 「유인원의 반영」 중에서
우리에게는 선택권이 몇 개 되지 않는다. 창조론자들이 우리를 더욱 심한 과학맹으로 만들고 과학과 기술에서 우리가 가진 우위를 계속 망치도록 놔두든지, 아니면 과학 교육을 우선순위에 놓고 학교에서 다시 과학을 열심히 가르쳐야 한다. 소수의 종교적 관점을 위해 진화론, 천문학, 지질학, 고생물학, 인류학을 거부하든지, 아니면 과학이 세계에 대해 가르쳐준 바를 받아들이고 이 겸허하고 새로운 빛 속에서 우리 자신을 보아야 한다. 1961년에 고생물학자 조지 게일로드 심프슨은 이렇게 적었다. “다윈 없이 100년을 보낸 것으로 족하다[지금은 150년이 넘었다]!”
--- 「무엇이 중요한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