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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키메리즘

: 내 안에서 나를 만드는 타인의 DNA

[ 반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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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8월 23일
판형 반양장?
쪽수, 무게, 크기 212쪽 | 410g | 147*217*15mm
ISBN13 9791188569724
ISBN10 1188569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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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3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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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물의 격변’이 일어난 지 20년이 지난 현재 또 다른 혁명이 진행되고 있다. 혁명에 따르면 우리의 절반조차도 ‘나’로만 구성되어 있지 않다. 우리와 관련 있을지 모르는 이 마지막 단위마저 갈라지고 있고, 이 단위 역시 다원적이다. 성인의 몸을 구성하는 수십조 개의 인간 세포가 모두 하나의 수정란 세포핵에서 유래한 것은 아니다. 이 중 일부는 다른 곳에서 온 별처럼 화학적 특징이 우리 세포와 다르고, 다른 DNA를 숨기고 있다. 그 이유는 이 세포들이 다른 인간에게서 유래했기 때문이다.
--- p.13

고유의 떠돌이 세포들은 어디로 갈까? 놀랍게도 이 세포들은 모체와 태아 사이만 이동하는 것이 아니다. 모든 형제자매 간에도 이동하며, ‘사라진 쌍둥이’, 즉 우리와 동시에 수정되었지만 너무 빨리 사라져서 아무도 존재를 알아차리지 못한 배아들을 소환하기도 한다. 때때로 이 기묘한 이동은 자기 사이의 이동을 넘어서서 다른 ‘자기들’을 받아들인다. 이를테면 이식을 통해 말이다. 보이지 않는 왕래 덕분에 타자의 것은 자신의 것이 된다. 과거는 미래에 슬그머니 끼어들고 미래는 과거를 거슬러 올라간다. 죽음은 더 이상 세포의 소실을 의미하지 않는다.
--- p.15

논리적으로 생각하면 부모의 유전자를 전달받는 건 자식이고, 그 반대는 말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세포들은 가계도를 거슬러 올라가며 시간을 역행한다. 그야말로 논리를 벗어나는 일이었다. 게다가 태아 세포의 지속성은 면역의 중심 패러다임, 즉 자기와 비자기 식별에 문제를 제기했다. 당시 지배적이었던 관점에서는 외래 세포가 면역 체계에 의해 포착되어 제거되지 않고 한 유기체 안에서 27년 동안 돌아다닐 수 있다는 견해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 p.34~35

남녀 상관없이 모든 인간은 부모든 아니든 간에 키메라 무리다. 철학 박사학위 논문을 위해 카로셀라의 면역학 연구실에 4년간 있었던 프라되는 “우리는 순수하고 동질적인 자기 구성적 자아의 산물이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우리의 개체성은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있다. 그것은 변화와 외래 요소들의 통합을 통한 정체성이다.”
--- p.46

1953년 3월 매케이McK라는 익명의 한 여성이 영국 북부의 병원에서 헌혈을 했다. 생물학자들은 그의 혈액형을 알아내기 위해 혈액을 다양한 항체와 섞은 후 실수했다고 생각했다. 적혈구가 O형이면서 A형이었기 때문이다. 반세기 전 증명된 사실대로라면, 인간은 O형이나 A형 혹은 B형이나 AB형이어야 한다. 절대 동시에 두 가지 유형일 수 없다. 생물학자들은 여러 차례 다시 검사해봤지만 결과는 같았다. --- p.83

태아 세포나 모체 세포와 마찬가지로 쌍둥이의 세포는 다른 곳에도, 그러니까 모든 장기에 통합될 수 있다. 예컨대 이 세포들이 자궁에서 다른 쌍둥이의 몸 어디에 언제 들어오는지에 따라 신장의 일부를 형성할 수도 있고 장기의 100퍼센트를 구성할 수도 있다.
--- p.87

두 개의 세포계는 난소 내부에서도 발달했다. 그렇게 해서 일부 난자는 캐런의 유전적 프로필을 가지고, 다른 일부 난자는 사라진 쌍둥이 자매의 유전적 프로필을 가지고 있었다. 따라서 정자가 어떤 난자를 향해 달려드는지에 따라 캐런은 자기 아이를 낳을 수도 조카를 낳을 수도 있었다. 실제로는 엄마가 존재한 적 없던 ‘조카’ 말이다.
--- p.90

그의 키메리즘 현상은 아찔한 질문을 제기한다. 두 개의 유전적 정체성이 상당한 비율로 공존한다면 어느 것이 자기를 나타낼까? 정맥에 주로 흐르는 것일까? 뇌를 구성하는 것일까? 아니면 생식세포에 숨어 있는 것일까? 아니면 두 개의 자기를 가지고 있다고 해야 할까? 일종의 ‘추가적 존재’를 가지고 있는 걸까?
--- p.91

한 미국 남성은 보조 생식을 통해 태어난 자신의 아이에게 친자 확인 검사를 했다. 검사 결과에 따르면 그 남성이 아버지일 가능성은 매우 희박했다. 그래서 그는 병원이 자기 정자를 잘못 처리한 탓에 피해를 보았다고 주장하며 병원을 고소하려 했다. 이후 그는 더 정밀한 검사를 통해 아기와 25퍼센트의 DNA를 공유하고 있음을 알게 됐다. 즉, 유전적으로 그는 아이의 삼촌이었다. 계속된 연구를 통해 남성의 몸에 있는 정자의 10퍼센트에는 다른 DNA, 바로 자궁 속에서 사라진 쌍둥이 형제의 DNA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 p.97

이제 분명한 점은 용의선상에 오른 인물이 장기이식을 받았다면 DNA 검사에서 오류가 발생할 위험성이 너무 크기 때문에 DNA를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익명의 장기 기증자가 자신이 저지르지도 않은 범죄 때문에 기소될지도 모른다. 비록 드물게 발생하긴 해도 이러한 상황들은 ‘DNA 증거’를 절대적인 것으로 여기지 않을 필요가 있음을 강조한다. 친부모를 밝혀내기 위해서든 범죄자를 밝혀내기 위해서든 마이크로키메리즘이 판을 뒤흔들 수도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 p.105

연구팀은 임신부들이 출산할 때 제대혈 표본을 수집해서 신생아의 몸에서 순환하는 마이크로키메라 세포를 찾아봤다. 실험 대상이 된 전체 신생아 중 18퍼센트인 5명이 외할머니와 정확하게 똑같은 특징이 있는 세포들을 가지고 있었다. 자궁에서 엄마가 물려받은 세포들이 이후 엄마의 장기 중 한 곳에서 재생되었다가 태반을 다시 건너가 새로운 세대의 혈류에 도착한 결과였다. 회전목마를 또다시 탈 수 있는 탑승권인 셈이다.
--- p.126

오늘날 마이크로키메라 세포, 특히 태아 유래 세포의 여러 역할 중에서도 재생이 가장 많은 자료로 뒷받침되고 있다. 쥐의 피부 상처에서는 이 세포들이 혈관으로 변신하고 혈관 신생에 가담하면서 상처 치유를 도왔다.
--- p.143

만약 우리가 배 속이나 개체에 계속 집중하지 않고 인간을 인간과 미생물에서 유래한 세포 집단, 나아가 유전자 집단으로 간주한다면 어떨까? 그럼 인간의 각 구성 요소는 각자의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수렴하는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을 것이다. 우리의 전체적 균형은 구성 요소들의 상호작용에 달려 있다. 이 정도 규모에서는 마이크로키메리즘이 특히 유익해 보인다. 마이크로키메리즘은 몸을 가로지르고 시간을 가로지르는 영원한 항해에 들어서는 문이 아닐까?
--- p.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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