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화를 추상화처럼 그린 이유?
프랑스 대표 인상파 화가 클로드 모네(Claude Monet·1840~1926). 그의 색감과 묘사, 붓 터치는 나이 들어가며 바뀌었다. 시력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모네는 양쪽 눈에 백내장을 앓았다. 빛이 통과하는 렌즈가 퇴행되어 혼탁해지는 병이다. 모네는 백내장으로 화가 업을 하기 힘들 정도가 됐어도 그림을 계속 그렸다. 72세에 백내장 진단을 받았고, 78세에는 더 이상 색을 구별하기가 어려워졌다. 사물을 정확하게 묘사하기도 힘들어졌다. 모네 그림에는 같은 장소를 배경으로 그린 시기가 다른 그림들이 꽤 있다. 백내장을 앓기 전 59세에 그린 [수련 정원]과 백내장 후유증에 시달린 82세에 그린 [일본식 다리]를 보면, 같은 사람이 동일 장소를 그린 것이 맞나 싶을 정도로 다르다.
고요함 속 찾아온 심장 발작
네덜란드 화가 요하네스 페르메이르(Johannes Vermeer·1746~1828)는 갑자기 쓰러지며 앓아 누운 지 반나절 만에 세상을 떠났다. 정황상 심장 발작이 사망 원인으로 꼽힌다. 흔히 하트 어택(heart attack)이라고 하는데, 정식 의학 용어는 아니다. 이용구 한양대구리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의학계에서는 이런 경우 급성 심정지(sudden cardiac arrest)라고 한다”며 “목격자가 있는 경우 증상 발현 후 1시간 이내에 심정지에 이르거나, 목격자가 없다면 24시간 전까지 무사한 것이 확인된 사람이 심정지 상태로 발견되는 경우”라고 말했다. 원인은 심근경색증과 같은 관상동맥 질환이 압도적으로 흔하다. 35세 이하에서는 원인 미상 부정맥 심실 빈맥도 많다. 전체 급성 심정지 환자의 50%가 심정지가 첫째 증상으로 알려져 있을 정도로 예고 없이 찾아온다. 조용히 있는 게 무서운 법이다. 이용구 교수는 “전형적 증상인 흉통은 주요 관상동맥의 70% 이상이 좁아져 있어야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서, 그 전까지 무증상인 경우가 흔하다”며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흡연, 수면 무호흡증, 비만, 심방세동, 심비대증 등이 있는 경우는 관상동맥 경화 정도를 체크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요즘 남자들도 우아함을 드러내느라 진주 목걸이나 귀걸이를 하는 경우가 늘었다. 페르메이르가 강심장이었다면 ‘진주 소년’을 그렸지 싶다. 어찌 됐건 진주는 어두워야 더욱 빛난다.
난청으로 얻은 우울증
스페인의 대표적인 낭만주의 화가 프란시스코 고야(Francisco?Jose de?Goya?y Lucientes·1746~1828)의 화풍은 중년의 나이에 질병을 앓기 전과 앓은 후로 급격히 달라진다. 교회의 누드화 금지에도 [옷 벗은 마야]를 그리고 몇 년 후 [옷 입은 마야]를 그렸는데, 그때가 난청을 앓기 시작해 악화되어 갈 때다. 난청에 이명, 현기증, 환청, 우울증 등이 더해지면서 고야의 그림은 기쁨과 빛의 캔버스에서 공포와 유령의 화면으로 바뀐다. 고야 난청의 원인은 당시 흔하게 돌던 매독이거나, 색상 물감에 포함 된 수은 노출 또는 매독 치료에 쓰이던 수은 연고 때문이라는 설이 있다. 송창면 한양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난청은 신경에 문제가 생긴 감각신경성 난청과 소리가 전달되는 경로인 고막, 중이 등에 문제가 생기는 전음성 난청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며 “고야 난청은 감각 신경성 난청으로 매독균 같은 세균이나 바이러스 감염, 나이 들어감에 따라 생기는 노인성 난청, 돌발성 난청 등에서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감각신경성 난청은 대표적인 난치성 질환이었는데 최근에는 인공 와우 이식, 인공 중이를 이식하는 중이 임플란트, 보청 장치를 뇌 안에 넣는 뇌간 이식 등으로 난청을 해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고야는 난청에 시달리면서 그림이 소심해졌는데, 요즘 살았더라면 이비인후과 기술의 도움을 받아 밝고 담대한 그림을 더 많이 그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질병은 몸도 생각도 바꾼다. 고야 후기 작품들에는 질병의 고통이 검게 배어 있다. 고통 없이 어찌 위대해질 수 있겠는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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