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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7월 31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420쪽 | 115*188*30mm
ISBN13 9791141606442
ISBN10 1141606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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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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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이이이잉.
등뒤에서 다시 컴퓨터 켜지는 소리가 났다. 형섭은 재빨리 뒤로 돌아섰다. 방금 덮었던 노트북이 다시 열려 있었다. 놀란 형섭의 눈에 화면이 팟 하는 소리를 내며 켜지는 것이 보였다. 다시 화면에 파란 빛이 가득찼다. 형섭은 놀라서 전원 스위치를 꾹 눌러 컴퓨터를 껐다. 그러나 화면은 잠시 꺼졌다가 다시 켜졌다.
--- pp.68

그들은 말없이 각자 오늘 있었던 믿을 수 없는 일을 떠올리며 그것을 잊어버리려고 애썼다. 그때, 성진의 뒤에 등을 기대고 앉아 있던 유정이 흠칫하며 놀랐다.
“왜? 무슨 일이야?”
성진은 눈을 비비며 귀찮다는 듯이 물었다. 아무 말도 없는 유정의 등을 타고 떨림이 느껴져왔다. 성진은 뒤를 돌아보았다. 유정이 한 손으로 입을 막고 다른 한 손으로는 길 반대편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곳에 어떤 흰 물체가 움직이고 있었다. 그 물체는 점점 커지며 뚜렷한 형태를 드러냈다. 흰옷을 입은 한 중년의 여인이었다. 그녀는 연신 손을 흰 앞치마에 닦으며 산길을 걸어왔다. 그녀가 가까이 오자 그녀의 손과 흰 앞치마에 묻은 어두운 색의 얼룩을 볼 수 있었다.
‘피?’
셋은 동시에 같은 생각이 들었다.
--- pp.96~97

하얀 안개 사이로 무언가 시커먼 물체가 어른거리는 것이 보였다. 하나가 아니었다. 여러 개의 물체들이 안개 속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물체들은 점점 또렷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그 물체들은 성진과 혜린이 등을 맞대고 서 있는 곳을 중심으로 얼마간 빈 공간을 형성하며 빙 둘러쌌다. 성진과 혜린은 그제야 그 물체들을 똑바로 볼 수 있었다. 그것은 조악하게 만든 천 인형이었다. 여성의 모습을 한 등신대 인형으로 얼굴은 눈, 코, 입 없이 흰 천으로만 되어 있었고 알록달록한 한복이 입혀져 있었다.
--- pp.181~182

“비나이다, 비나이다. 파평 윤에 이름은 흥신이요, 첨사 윤흥신 대장군께 비나이다. 물에서 올라온 자들이 백성을 괴롭히고 있사오니, 부디 강림하시어 백성을 구제해주시옵소서. 물에서 올라온 자들이 백성을 괴롭히고 있사오니, 부디 강림하시어 그들을 물리쳐주시옵소서.”
성진의 이마에 땀이 솟았다. 말을 한마디 할 때마다 그는 몸속의 힘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한마디, 한마디를 그 뜻을 새기며 천천히 되뇌었다. 그때, 사당 안에 놓인 제기祭器가 이리저리 흔들리다가 바닥에 나뒹굴었다. 사당의 안쪽에 그려진 어떤 장군의 영정에서 희미한 영기靈氣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분노의 기운이 서린 그 영기는 마치 연기처럼 사당의 창문 틈새로 빠져나와, 홍살문까지 서서히 흘러왔다.
--- p.213

“분신사바, 분신사바, 오디세이, 구다사이.”
학생 둘이 눈을 지그시 감고 간절한 표정으로 주문을 외었다. 혜린은 방해하고 싶지 않아서 끝날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어차피 엉터리니까.’
그녀는 팔짱을 끼고 그들의 의식을 지켜보았다. 혜린의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듯, 붉은 볼펜이 요동을 치며 하얀 종이 위에 동그란 점을 그렸다. 그녀는 깜짝 놀라 우산을 떨어뜨릴 뻔했다. 붉은 볼펜 위에 무언가 검기도 하고 하얗기도 한 연기가 뿌옇게 서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쳐다볼수록 멍한 기분이 드는 빛깔을 띠는 연기였다. 붉은 볼펜 꼭대기에 서린 연기는 아이들이 점점 큰 소리로 주문을 외자 함께 짙어지기 시작했다.
--- pp.249~250

혜린은 자신의 목소리가 십대 여자아이의 목소리로 들린다는 것을 깨달았다. 소녀의 울부짖는 목소리였다. 혜린은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손이 온통 시뻘건 피로 물들어 있었다. 혜린은 다시 비명을 질렀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대신 소녀의 울부짖는 소리만이 귀를 쟁쟁 울릴 뿐이었다. 소녀는 마치 세상의 모든 악귀를 불러모을 듯 짐승처럼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그 순간, 혜린의 몸이 자석처럼 주위의 공기를 끌어당기기 시작했고, 땅속 깊은 곳부터 그늘진 숲과 서늘한 물속까지, 어둠 속에 도사리고 있던 모든 기이한 형체들이 무시무시한 소리를 지르며 그녀의 주위에 포진하기 시작했다. 혜린은 그들이 모두 귀매라는 것을 알았다.
--- pp.256~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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