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에서 그라피티를 한다고요?” “네, 그것도 아주 잘합니다. 그라피티 아트 선수거든요.” 공공기관에서 일하며 그라피티 아트에 대한 물음에 답할 때마다 항상 드는 생각이 있다. 왜 공공기관에서 그라피티 아트를 하면 무슨 큰 범죄라도 저지르는 것처럼 보는지, 아니면 반대로 쉽게 하기 힘든 일이라 너무 좋아서 묻는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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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도 이와는 다른 방식이지만, 공공영역에서 그라피티의 예술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은 사건이 있다. [거리의 미술 Graffiti Art (Art on the Street)](경기도미술관, 2014) 전시는 아시아 최초로 그라피티 아트를 실천하는 한국 작가들을 조사하고 그들의 작품을 미술관 전시장에 현장작업으로 재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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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동두천 K-Rock 빌리지 공공미술은 한국 그라피티 작가들을 다 모아보자는 취지로 시작되었다. 특히나 1990년대 말 동두천 보산동에서 상업적 활동을 한 1세대 그라피티 작가부터 2017년 당시 가장 어린 2세대 그라피티 작가들을 한자리에 모이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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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토니는 개인적인 일로 한국에 방문하게 되었다. 한국 그라피티 아트를 검색하다가 동두천 보산동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작가는 여러 작가와 관계자들을 수소문하여 동두천 보산동에 찾아오게 되었다. 작품을 그릴 수 있는 장소만 준다면 제작비용과 재료는 스스로 준비하겠다며, 동두천에 작품을 남기게 해달라고 부탁하였다. 당혹스러우면서도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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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작은 도시 동두천은 그라피티 아트를 통해 도시 이미지가 변화한 사례이다. 특히나 보산동은 그라피티 아트가 아니었으면 아직도 양키동네, 무서운 동네, 한국인 출입 통제구역이라는 이미지만 남았을 것이다. 2019년에는 경기도, 동두천시, 경기문화재단이 ‘동두천 보산동 외국인관광특구 환경개선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지역 주제를 활용한 문화관광 개선사업을 시작하게 된다. 이전의 다소 소모적인 개발 사업에서 벗어나 문화 콘텐츠를 활용한 도시환경사업을 추구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그라피티 아트 작가 선정에 있어서도 도시환경과 작품 감상 방식에서 작품을 더 잘 활용하고 즐길 수 있는 방안으로 접근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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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의 그라피티 아트 제안은 신장동 도시재생활성화계획의 일부인 신장쇼핑몰 개선의 준비단계로 시작되었다. 신장 쇼핑몰은 평택 기지촌의 상징과도 같은 건물로 과거 영광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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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흥시 오이도 그라피티 아트 작업을 위한 장소는 두 번의 이동으로 현재 오이도종합어시장 건물로 결정된다. 최초에 지정된 공단 내 물류창고는 여러 이유로 변경되게 된다. 이유가 많기는 했지만, ‘그라피티’라는 단어의 부정적 이미지가 가장 컸다. ‘그라피티 = 낙서’라는 고정관념이 풀리려면 아직도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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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시 전곡항’. 그라피티 아트로 시작하여 미디어아트, 환경조경 미술, 라이팅 아트까지 안 해 본 것이 없을 정도로 집요하게 매달렸지만, 결과적으로는 건축으로 해결해야 했다. 무언가에 홀린 듯 그라피티 아트만을 고집하던 시기에 만난 시흥과 화성은 그저 점령해야 할 장소로만 보았다. 점령지에는 당연하게 그라피티 아트가 그려져야 했고, 주제만 적합하다면 문제 될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오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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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작가의 행보를 보면 이렇듯 DMZ 안 임진강 변 철책을 이용한 공공미술작품을 기획하고 만들어낸 것이 놀라운 일은 아니다. 이 작품은 남북한이 첨예하게 대치한 DMZ 내의 철책에 김소월의 ‘못 잊어’라는 시를 한글, 영어, 아랍어로 형상화해 전시했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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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는 공공예술 속 그라피티 아트를 통해 다양하게 분파된 공공적 성격의 미술을 확인할 것이며 공공적 가치를 위해 변화한 미술 형식 중 하나인 그라피티 아트와 공공예술이라는 것이 장소와 사람들을 통해 진화하는 사례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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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예술에서 바밍은 예술을 수행하는 방법적 의미도 있지만, 그것을 넘어선 환기의 기능을 빼놓아서는 안 된다. 공공미술의 한계로 거론된 그들만의 정책과 방식은 그라피티의 난해한 낙서와 다를 바가 없다. 공공영역에서 미술이 온전하게 대중들의 품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고민하는 부분에서도 서로 대화가 가능하고 이해 가능한 부분으로의 접근을 환기해 주는 그라피티 아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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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헌주 작가는 공항을 찾는 다양한 국가와 인종을 모델 삼아 사실적 표현으로 담아내었으며, 마스크를 착용하고 밝게 웃고 있는 인물의 대비를 통해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였다. 최진현 작가는 ‘한글 그라피티’라는 자신만의 독창적 스타일을 ‘사랑, 평화, 공존, 희망’이라는 글자에 담아내었다. 우리가 사는 세계는 함께 살아가는 공간인 동시에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해야 할 공간이라는 것을 잊지 않아야 하며, ‘희망’을 통해 극복하고 평화를 지켜가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 작품들은 그라피티 아트가 갖는 직설적이고 대담한 표현방식으로 가장 대중적인 메시지를 전달하였으며, 2020년 12월 31일에는, 당시 우리의 모습을 그대로 대변하는 작품으로서 우리가 이 위기를 이겨낼 것이라는 작품의 메시지와 함께 ‘2020년 코로나로 돌아보는 뉴스’의 오프닝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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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의 공공예술은 대집단보다는 소집단, 거대한 공간보다는 지역적 공간으로 펼쳐질 것이다. 우리가 늘 보아오던 공공성을 위한 공공예술은 미술관 안의 작품을 거리 밖으로 끌고 온 형태가 대부분이었다. 이러한 방식의 작품들은 대중들의 무관심을 받을 수밖에 없었으며, 작가들 역시 그들만의 리그에서 작품을 생산하는 공급자로만 남아있게 된다. 그라피티 아트는 거리가 만들어 놓은 예술 작품으로 존재해왔다. 필연적으로 대중들에게 직접 노출된 작품으로 냉정하게 평가받아왔으며, 공동의 동의가 없는 작품은 살아남기 어려웠다. 대중과 작품을 공유하는 방법도 전문가들만의 기준과 상관없이 작품도 공유물이라는 전제 아래 대중적 가격을 형성하며 거리에 그려진작품은 가격평가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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