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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먼 가라사대, 우리는 모두 별이다

[ 2024년 뉴베리아너상 수상작,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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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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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4년 08월 08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472쪽 | 612g | 137*208*35mm
ISBN13 9788965467007
ISBN10 8965467004
KC인증 kc마크 인증유형 : 적합성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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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비행기를 타고 하늘을 날던 그때는 겨울이었다. 착륙할 당시는 새벽녘이었는데 눈밭에서 하얀 눈안개가 피어오르고, 언덕의 소나무들은 시커먼 데다, 눈안개와 비탈진 검은 언덕 위로 삐죽 솟아난 그것들은…. 뼈대는 롤러코스터처럼 복잡하고 키는 등대만큼이나 큰, 백골처럼 허연 안개 속 유령들. 아니, 전파 망원경이었다. 우주로부터 희미한 전파 신호를 탐지하는 장치. 그앤베, 혹은 반경 50킬로미터 안에 살겠다고 동의한 사람은 외계 전파 신호 탐지를 방해할 수 있는 그 어떠한 전파도 방출해서는 안 된다. 그 얘길 처음 듣고 난 이렇게 해석했다. 라디오가 없겠네. 실제로 그렇다. 그런데 텔레비전도 없고 휴대 전화도 없고 전자레인지도 없고 인터넷도 없다. 그 얘기를 들었을 때 난 이렇게 생각했다. 완벽해.
--- p.14

“야, 넌 왜 이리로 이사를 왔어?” 선생님이 대신 답했다. “그게… 사건이 하나 있었어요.” 내가 끼어들었다. “알파카들 때문에 쫓겨났어. 사연이 좀 길어.” 열 사람도 넘게 너도나도 손을 들었고, 조금 전 초록 머리 남자애가 다시 말했다. “뭔데, 말해 봐!” “사이먼.” 나를 부르는 선생님의 목소리는 당장이라도 동정심이라는 웅덩이 속으로 스르륵 녹아내릴 것만 같았다. 무슨 말이 됐든 선생님이 입을 열기 전에 내가 빠르게 선수를 쳤다. “또 있어. 우리 엄마가 ‘도살장 아들들’을 샀거든. 오래된 장례식장 알지? 농담 아니야. 그 장례식장 이름이 진짜 그래.”
--- p.22

새로 이사 온 동네에서 괜한 분란을 일으키기는 싫다. 가짜 우주 메시지를 만든다는 건 분란의 소지가… 크다. 그런데 아게이트가 은하수 같은 푸른 눈으로 나를 보고 있고 한바탕 말을 쏟아낼 것처럼 혀로 이를 밀어 대는데, 솔직히 거기다 대고 싫다고 하는 게 당장은 더 두렵다. 아게이트가 화를 내지야 않겠지만. 아니, 화를 낼 수도 있다. 슬퍼하며 가 버릴 수도 있다. 아게이트 가 버린다면 그것도 싫을 것 같다.
--- pp.50-51

갑자기 가슴이 옥죄어 왔다. “잠깐. 난 집에 컴퓨터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줄 알았는데?” 내 입장에선 그앤베에 온 이유 중 절반은 ‘컴퓨터 금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케빈이 말했다. “그렇진 않아. 특별한 방어 장치만 갖추면 상관없어.” 나는 숨을 들이마셨다. 숨을 세면서 마음을 가라앉히는 호흡법이 있다. 다섯을 세는 동안 숨을 들이마시고, 여섯 셀 동안 숨을 참았다가, 일곱을 셀 동안만큼 천천히 숨을 내쉰다. 그런데 이 호흡법은 좀 티가 나서 하기가 싫다. 하지만 난 불안을 극복해야 한다는 불안감이 어마어마한 사람이라, 대신 상자 호흡에 도전하기로 했다. 넷 셀 동안 들이마시고, 넷 셀 동안 참고, 넷 셀 동안 내뱉고, 넷 셀 동안 참기.
--- p.57

좋다. 지금까지 난 ‘가짜 외계인 메시지 만들기 대작전’이라는 그 대작전에 장단만 맞추고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엄마는 이걸 나의 ‘사이먼 가라사대’ 모드라고 부른다. 원래 ‘사이먼 가라사대’ 라는 게임이 있다. 그 게임에서는 사이먼 가라사대라고 시작하는 말에 대해서는 무엇이든 시키는 대로 행동하되, 질문 따윈 허락되지 않는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시키는 대로 하는 것, 그게 사이먼 가라사대 게임의 규칙이다. 아니, 그 게임보다 나는 훨씬 단순한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난 아게이트가 좋고, 난 친구를 원했다.
--- p.79

“아, 이거 되게 재밌는 얘기야. 어떤 신호의 근원을 알려고 엄청 오랜 시간을 들인 오스트레일리아의 SETI 프로젝트가 있었단 말이지. 그런데 결국 그 신호가 불량 전자레인지로 관리실 수위가 커피를 데웠던 것에서 나왔다는 게 밝혀졌어.” “그럼 그 사람들은 그게 우주에서 온 신호인 줄 알았던 거야?” “우주에서 온 신호는 아니라고 여기긴 했어. 밤이나 주말에는 한 번도 온 적이 없었으니까. 그런데 듣자 하니 불량 전자레인지의 주파수가 외계인하고 딱 들어맞았다나. 그 정체를 알아내는 데만 17년이나 걸렸대.” 아게이트가 커다란 눈으로 나를 쳐다보고는 오동통한 빨간 머리 벌새처럼 고개를 얼마나 빠르게 끄덕이는지 몸이 부르르 떨릴 정도다. 지금 이런 생각을 하는 게 확실하다. 보아라, 우리의 가짜 외계인 메시지를 만들어 줄 주인공을!
--- p.145

“난 그냥…, 아게이트. 난 그냥 평범해지고 싶어. 난 여기 그앤베에서 엄마와 엄마의 시체들이랑 아빠랑 아빠의 색버트 강박증이랑 도우미견 헤라클레스랑 가짜 우주 메시지를 만들고 싶어 하는 내 친구와 함께 평범한 삶을 살고 싶다고. 알겠어? 난 그런 삶을 사는 아이가 되고 싶고, 다시는 사이먼 오키프가 되고 싶지 않아.” “그런데 넌 사이먼 오키프잖아.” 아게이트는 어리둥절한 목소리다. “난 그냥…. 난 그냥 지금부터 지금의 사이먼이 되고 싶어.”
--- p.166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열두 살 사이먼 오키프는 가톨릭교회 성직자인 아빠와 장례지도사인 엄마와 함께 그앤베로 이사를 왔다. 그런데 이 동네는 이상하다. 전파 천문학자들이 외계인이 보내는 신호를 포착하기 위해 방해되는 모든 것을 금지한 동네다. 인터넷, 와이파이, 스마트폰 심지어 전자레인지까지. 그래서 사이먼은 더 이곳으로 이사 오고 싶었다. 사이먼에게는 따라 다니는 꼬리표가 있다. 그 사실을 사이먼은 말하고 싶지 않고, 모두가 다 잊어버리길 바란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라면 사이먼은 무슨 짓이라도 할 수 있다. 그런데 사람들이 알아 버렸다. 그래서 사이먼은 친구 아게이트가 제안한 ‘가짜 외계인 메시지 보내기’ 프로젝트를 하려고 한다. 전파 천문학자들이 오랫동안 듣고 싶었던 그 신호. 전파 천문대에 둘러싸인 그앤베 마을이 기다리던 그 선물을 폭탄처럼 선사하려 한다. 그렇게 하면, 사이먼의 이야기는 잊혀지지 않을까? 비극적 사실을 중심으로 조그만 마을에서 벌어지는 요절복통 코미디가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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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풍부한 유머와 활기 넘치는 등장인물, 믿기 힘든 진실을 향한 조심스러운 접근, 재미와 의미 사이에서 완벽한 균형을 이루는 작품이다. 놀라운 성취다.
- 알리 벤자민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
트라우마는 무뚝뚝하며, 치유는 섬세하고, 중학교 시절은 유쾌하면서도 비극적이다. 매 장면이 딱딱 맞아떨어지며, 가장 만족스러운 하나의 퍼즐을 완성해 낸다. 한 권의 책이 가질 수 있는 모든 것에 더없이 근접한 작품.
- 카일 루코프 (뉴베리 수상 작가)
개성 있는 등장인물들로 가득한 속도감 넘치는 이야기이자, 비극을 유머와 감성 및 뛰어난 인간애로 봉합시킨 작품.
- 잭 갠토스 (뉴베리 수상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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