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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 대한민국

: 몸은 한국인 정신은 조선인

최범 | 기파랑 | 2024년 08월 15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6.0 리뷰 12건 | 판매지수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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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8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216쪽 | 152*210*20mm
ISBN13 9788965234937
ISBN10 896523493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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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좌우대립은 사회주의와 자본주의의 대립도, 프롤레타리아와 부르주아의 대립도, 민족과 외세의 대립도 아니다. 아니, 한국의 좌우대립은 겉으로는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프롤레타리아와 부르주아, 민족과 외세의 대립인 것처럼 보인다. 대체로 좌파는 사회주의와 프롤레타리아와 민족의 편에 서고, 우파는 자본주의와 부르주아와 외세의 편에 서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한국의 좌우대립은 그러한 것들의 대립 이전에 먼저 근대화를 둘러싼 대립이다. 다시 말해서 한국의 좌우대립의 본질은 근대를 보는 관점의 대립인 것이다. 즉 근대화에 대한 반응이 한국의 좌우를 나눈다. 좌파는 반근대화 세력, 우파는 근대화 세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한국의 좌파는 수구파, 우파는 개화파의 후예인 셈이다.

이는 정치적으로는 자유민주주의와 민중민주주의(인민민주주의)의 대립으로 나타난다. 자유민주주의는 서구 근대의 핵심적 가치인 개인의 정치적 자유(인권)와 경제적 자유(소유)를 중심으로 하는 정치경제적 체제이다. 따라서 자유민주주의는 우파의 세계관이다. 그에 반해 민중민주주의 또는 인민민주주의는 민중이라는 집단적 주체를 중심으로 하는 체제이다. 이는 민중이라는 집단적 주체로 이루어진 공동체를 최고선으로 보며 개인의 인권이나 소유권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거나 적어도 부차적으로 본다. 따라서 민중민주주의는 전체주의이며 좌파의 세계관이다. 자유민주주의가 정치적 자유와 경제적 자유를 지닌 개인을 사회의 기본 단위로 본다면, 민중민주주의는 개인 위에 있는 공동체를 사회의 기본 단위로 삼는다. 여기에서 핵심은 사회의 기본 단위를 개인으로 볼 것인가 집단으로 볼 것인가이다.

물론 개인은 홀로 살 수 없으며 어떤 형태로든 공동체를 이룰 수밖에 없다. 반대로 공동체 역시 개인들로 이루어져 있음은 분명하다. 하지만 여기에서도 결정적으로 중요한 것은 개인으로 이루어진 공동체와 공동체 내의 개인들에서 무엇을 중시하고 우선시하는가이다. 개인이 공동체에 앞선다는 것이 개인주의이며 자유주의이고 우파의 세계관이다. 그에 반해 공동체가 개인에 우선한다는 것이 집단주의이며 전체주의이고 좌파의 세계관이다. 이 둘은 결코 화합될 수 없다. 한국의 좌우대립은 자본주의냐 사회주의냐 이전에, 세계관에 있어서 바로 이러한 자유주의와 전체주의의 대립인 것이다. 그리고 이는 근대와 전근대의 대립이기도 한 것이다.

보수와 진보는 상대적이다. 무엇을 기준으로 삼는가에 따라서 보수와 진보는 달라질 수 있다. 나는 한국의 보수와 진보를 나누는 기준 역시 근대로 삼아야 한다고 본다. 그런데 앞에서도 이야기했듯이, 근대를 기준으로 할 때 가장 기본적인 균열은 수구와 개화이다. 즉 반(反)근대와 근대의 분화이다. 앞서 근대화를 반대하는 좌파는 수구이며 근대화의 주역은 우파라고 말했다. 그런데 수구는 보수가 아니다. 왜냐하면 보수와 진보는 근대를 인정하는 범위 내에서의 입장의 차이를 가리킬 때만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근대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보수도 진보도 아닌 수구일 뿐이다.

따라서 한국 좌파는 수구이지 보수가 아니다. 보수는 우파이다. 그렇다면 진보는? 여기에서 한국의 근대를 둘러싼 관점과 태도의 차이가 다시 한 번 드러난다. 말했듯이 좌파는 수구이지 보수도 진보도 아니다. 자유민주주의 체제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보수도 진보도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에서 보수와 진보를 나누는 것은 우파 내에서만이 가능하다. 보수우파와 진보우파? 그렇다. 한국에서 보수와 진보는 우파를 다시 나누는 기준인 것이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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