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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사의한 V양 사건

[ 양장 ] 초단편 그림소설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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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8월 26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64쪽 | 304g | 177*248*10mm
ISBN13 9788955827682
ISBN10 8955827687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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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3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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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중 속에서 혼자라고 느끼는 것만큼 쓸쓸한 일은 없다고들 말한다. 이런 주제가 소설에도 종종 나오는데 역력한 비애감을 담곤 한다. 나 역시 V양의 일 이후로는 그 생각에 동감하게 되었다. V양과 언니의 이야기 같은 사례나 두 사람이지만 한 이름으로 이야기하는 게 적당하겠다는 생각이 직감적으로 들었다. 이들과 비슷한 자매를 누구든 바로 여남은 명은 술술 읊을 수 있을 것이다.
--- p.17

피의 끈이 아니면 무엇이든 V양의 혈관 속을 타고 흐르는 어떤 액체가 나를 운명적으로 그 사람과 마주칠 수밖에 없게 혹은 그 사람을 통과하며 흩어놓을 수밖에 없게 만들어 나는 다른 누구보다 꾸준히 V양과 스치게 되었고 그래서 이 짧은 연극이 거의 습관으로 굳어졌다. 어떤 파티든 연주회든 전시회든 익숙한 회색 그림자가 그곳에 없으면 어딘가 허전하게 느껴졌다.
--- p.30

그러다가 어느 날 아침 이른 시간, 새벽에 눈을 뜨며 나는 소리 내어 외쳤다. 메리 V. 메리 V!! 누군가가 그 사람의 이름을 이렇게 확고하게 외친 것은 아마 처음이리라고 확신한다. 평소에 그 이름은 무색무취의 호칭, 그저 말을 맺으려고 쓰는 문장부호 같은 것이었다. 그렇지만 내가 반쯤 기대한 것처럼 내 목소리로 V양 본인이나 그 사람 닮은 모습을 내 눈앞에 불러내지는 못했다. 방안은 여전히 흐릿했다. 내가 외쳤던 소리가 종일 머릿속에서 울렸다. 그러다가 전처럼 길모퉁이 어딘가에서 V양을 마주치고 멀어지는 뒷모습을 보고 안심하게 되겠거니 하며 마음을 다독였다. 그런데 어디에도 V양은 나타나지 않았다. 마음속 어딘가가 불편했다.
--- p.36

해가 하늘에서 절반쯤 내려갔을 때 버스를 타고 큐 가든으로 블루벨꽃의 그림자를 만나러 간다면 어떻겠나! 아니면 한밤중에 서리 주 들판으로 민들레에서 흩날리는 솜털을 잡으러 간다거나! 내가 하려는 일은 이런 것들보다도 더 허황한 원정이었다. 집에서 나서려고 옷을 차려입다가 이 일에 이런 실질적 준비가 필요하다는 게 어처구니가 없어서 웃고 또 웃었다. 메리 V를 만나려고 부츠를 신고 모자를 쓰다니! 말도 안 되게 터무니없는 일이었다. 마침내 V양이 사는 아파트에 도착했고 현관 알림판을 보았는데 V양은 우리도 대개 그러듯 출타 중이면서 동시에 집에 있는 것으로 모호하게 표시되어 있었다. 나는 건물 꼭대기 층에 있는 아파트 문 앞으로 가서 문을 두드리고 초인종을 누르고 기다리고 살폈다.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그림자도 죽을 수 있나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만약 그렇다면 그림자를 어떻게 묻나.
--- p.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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