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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처스 8 신라괴물해적전 : 금저 편 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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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8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144쪽 | 210g | 128*188*10mm
ISBN13 9788950926908
ISBN10 8950926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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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금저는 산불의 한가운데를 지나고 있었다. 이글거리는 불꽃 뒤에서 숲의 비명이 들렸다. 시커먼 연기를 피해 굴에서 도망쳐 나온 여우와 너구리. 무너져 내리는 둥지 주위를 맴돌 수밖에 없는 작은 새들. 금저는 스러져 가는 짐승들의 목숨에 숨이 막혔다. 걷잡을 수 없는 불길을 바라보며 그렇게 한참을 서 있었다.
(중략)
처음 인간들은 금저를 괴물이라 불렀다. 하지만 금저는 진짜 괴물을 알고 있었다. 탐욕스럽고 무자비한 괴물, 인간.
‘인간도 이제 이 수많은 죽음을 알아야 한다.’
금저의 황금빛 눈동자에 관청이 비쳤다.
--- pp.20-21

“참 답답한 소리 하네. 자네가 만든 해적오계를 떠올려 보란 말이야. 임전필퇴! 지금은 싸울 때가 아니라 도망칠 때라고. 금저는 다음에 잡으면 돼. 황금보다 소중한 게 목숨일진대, 일단 살아야 다음을 기약할 게 아닌가.”
사실 바다선녀도 알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선 철불가의 말대로 도망치는 게 현명했다. 알고 있지만……. 바다선녀의 시야 구석에 대피해 있는 소소생과 아이들이 들어왔다. 사람들을 데리고 거리를 벗어나는 범이도 보였다.
성벽이 무너지면 저들이 희생될 것이다. 바다선녀는 발걸음을 멈췄다.
“도망칠 거라면 다른 사람들도 데려가야 하오.”
“저들을 다 어찌 데리고 간다는 건가? 우리 목숨도 간신히 건질 판인데.”
“해적오계 중 다섯 번째 계율, 살생유택! 사람들을 죽게 내버려둘 수 없소.”
“갑자기 원화로 돌아가고 싶어진 거요? 해적한테 살생유택은 강도질할 때 칼부터 들이대면 위험하니 조심하라는 뜻 아니겠나. 지금 인정을 베풀 때가 아니라니까?”
바다선녀는 분명 다른 방법이 있다고 믿었다. 어떻게든 다 같이 살 방법이. 금저가 독 안개를 뿜지 않는 걸 보면 아직 희망은 있어 보였다.
“철불가, 당신이라면 무슨 방법이 있을 거 아니오? 천년만년 질긴 명줄을 이어왔으니! 나와 한 약속을 어겼으면 살 방법이라도 알려 주고 가는 게 도리 아니오?”
바다선녀의 말에 철불가가 한숨과 함께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철불가는 성벽 위를 보더니 말했다.
“소소생병이 옮은 사람이 여기 또 생겼군. 좋소. 저기, 저어어기에 방법이 있소!”
철불가가 바다선녀 너머 어딘가를 가리켰다.
--- pp.38-39

고래눈은 금저와 다니며 많은 것을 깨달았다. 바다 넓은 줄만 알았지 산이 이토록 깊은 줄은 몰랐다. 금저가 다니는 길은 위험천만했으나 아름다웠다. 깎아지른 절벽과 그 사이로 흐르는 거친 폭포, 숲을 지나는 바람 속에 담긴 풀 내음, 나뭇잎 사이로 부서지며 흩어지는 햇살까지. 바다에만 있었다면 몰랐을 것이다.
(중략)
어쩌면 금저도 평범한 사람과 다를 게 없을지도 모른다. 다친 이를 보면 치료해 주고 싶고, 곤경에 빠진 이들을 구하고 싶고, 악한 이들을 벌주고 싶은, 그런 마음.
‘우리는 그것을 선하다고 부르지 않는가…….’
금저의 행적을 떠올리고, 목적을 추리하다가 고래눈의 생각은 자신의 삶으로 이어졌다.
‘나는…… 선하다고 할 수 있는가…….’
--- p.67

“난 누구도 왕으로 모신 적 없소. 바다에선 모두가 평등하니까.”
--- p.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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