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 청소를 할 때 바닥을 제대로 닦지 않아 물이 남아 있으면 지나가는 사람들이 미끄러지기 쉽다. 대부분의 사람은 미끄러질 뻔할 뿐 별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또 어떤 사람은 넘어져 멍이 들거나 약간의 찰과상을 입기도 한다. 하지만 어떤 사람은 뼈가 부러지는 골절상을 입기도 하고 아킬레스건이 끊어지기도 하고, 심한 경우 머리를 바닥에 부딪혀 뇌진탕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처럼 어떤 사람은 부상을 입지 않는 사고에 그치지만, 어떤 사람은 경상을 입고, 운이 나쁜 사람은 중상을 입기도 하고, 최악의 경우 사망하기도 한다.
이와 같이 부상을 입지 않은 사고, 경상, 중상처럼 정도에 따라 발생 횟수를 비교해보면 일정한 비율이 나온다. 허버트 하인리히는 1931년에 발간된 자신의 책에서, 산업재해로 인해 중상자가 1명 나올 경우 그 전에 같은 원인으로 발생한 경상자가 29명 있었고, 부상을 당하지는 않았지만 같은 원인으로 경미한 사고를 겪었던 사람이 무려 300명 있었다는 사실을 밝혔다. 다시 말해 중상major injury과 경상minor injury, 그리고 부상이 발생하지 않은 사고no-injury accident의 발생 비율이 1 : 29 : 300이었다는 것이다. 오늘날 1 : 29 : 300 법칙은 그의 이름을 따서 ‘하인리히 법칙Heinrich’s Law’이라 일컬어진다. - P16
1 : 29 : 300 법칙으로 산업재해의 횟수를 ‘강도별’로 제시했던 허버트 하인리히는 산업재해 발생의 원인을 또 다른 숫자로 제시했다. 이른바 2 : 10 : 88 법칙이다. 사고가 발생하는 세 번째 요인 중에서 산업재해의 88퍼센트는 인간의 불안전한 행위 때문에 발생하고, 10퍼센트는 안전하지 못한 기계적·신체적 상태 때문에, 나머지 2퍼센트는 아무리 노력해도 막을 수 없는 이유 때문에 발생한다는 것이다. - P28
세계적인 물류기업 페덱스FedEx는 1990년에 서비스 부문에서 최초로 이 상을 수상했다. 페덱스는 최상의 서비스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1 : 10 : 100의 법칙을 철저히 적용하고 있다. 이 법칙의 의미는 간단하다. 불량이 생길 경우 즉시 고치는 데는 1의 원가가 들지만, 책임소재를 규명하거나 문책당할 것이 두려워 불량 사실을 숨기고 그대로 기업 문을 나서면 10의 비용이 들며, 이것이 고객 손에 들어가 클레임 건이 되면 100의 비용이 든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작은 실수를 그대로 내버려뒀을 경우 그 비용이 작게는 10배, 크게는 100배까지 불어나는 큰 문제로 비화된다는 뜻이다. 이러한 페덱스의 1 : 10 : 100 법칙은 품질경영 부문에서 이미 교과서처럼 인식되고 있다. - P36
타이타닉 호에 준비되어 있던 구명정은 총 20척으로, 여기에 정원대로 모두 태웠더라면 1,178명이 살 수 있었다. 그러나 첫 번째 구명정에는 정원 65명 중 28명만 탔으며, 두 번째 구명정에도 37명만이 탔을 뿐이었다. 선장이 여자와 아이들을 먼저 태우라는 명령을 내려 남성들은 일단 제외했는데, 여자와 아이들이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 구명정에 오르기를 두려워하여 빈자리가 생겨버린 것이다. 물론 여성과 아이를 배려한 것은 잘한 결정이었지만, 자리가 비어 있으면 당연히 남성을 더 태웠어야 했다. 결국 구명정은 정원에 훨씬 못 미치는 711명만을 구조하는 데 그쳤다.
물론 탑승 정원을 채우지 않고 먼저 떠난 구명정들이 생존자를 구하기 위해 타이타닉 호 쪽으로 다시 돌아올 수도 있었다. 실제로 이들은 다시 배로 돌아가 사람들을 구할지 말지에 대해 투표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은 돌아가지 않기로 결정했다. 배로 돌아갈 경우, 너무 많은 사람들이 구명정으로 몰려들어 모두가 위험에 빠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마지막에 떠났던 몇 척의 구명정만이 정원 65명을 모두 채웠다. 그중에는 70명이 탄 구명정도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도 두 척의 구명정은 여전히 배에 매달려 있었다. - P68
리슨은 1995년 프랑크푸르트 감옥에 있으면서 자신의 파란만장한 인생역정을 글로 기록했는데 이는 1996년 《악덕 거래인Rogue Trader》이란 자서전 형식의 책으로 출간되었다. 이 책은 또한 이완 맥그리거Ewan McGregor 주연의 〈겜블Gamble〉이라는 영화로 제작되었다. 또 영국의 타블로이드 신문들에 자신의 이야기를 실어 거액의 돈을 받기도 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4년 6개월 만에 가석방된 리슨에게 미국의 한 은행이 고액 연봉을 제시하며 스카우트 제의를 했다는 사실이다. 미국 은행의 논리는 단순했다. 그가 처절하게 겪은 실패 경험을 매우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으니 은행 입장에서 볼 때 엄청난 이익이라는 것이다. 사실 맞는 이야기다. 금융사에 길이 남을 그의 실패담을 들은 사람들은 그런 일이 자신이 근무하는 회사에서 재발하지 않도록 경각심을 갖게 된다. 실제로 자신의 실패 경험에 대한 리슨의 강연에는 10만 달러나 되는 엄청난 수강료를 내고 강의를 듣겠다는 사람이 줄을 섰다. - P149
17분 후, 9시 3분에 두 번째 비행기가 타워2를 들이받았다. 전기는 나가고 사무실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레스콜라는 직원들이 공포에 얼어버리지 않게 확성기를 들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이는 레스콜라가 베트남 전쟁에 참전했을 때 전우들이 두려움을 이기고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부른 노래이기도 했다. 그의 노래는 세계무역센터의 계단에서 대피 중인 직원들에게도 도움을 주었다. 그는 노래를 부르다가 아내에게 전화했다. 그는 “울지 마. 나는 이 사람들을 밖으로 안전하게 대피시켜야 해. 만약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다면, 내가 당신 덕에 이보다 더 행복할 수는 없었을 거라는 걸 알아줬으면 해. 당신이 내 삶을 만들어주었어”라고 말했다.
9시 45분에 모건스탠리 사무실 대피가 거의 마무리되었다. 그러나 밖으로 거의 다 나왔을 때 레스콜라는 다시 몸을 돌려 위층으로 향했다. 안전요원들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아직 밖으로 탈출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모두들 레스콜라가 마지막 한 사람이 구조될 때까지 밖으로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릭 레스콜라를 마지막으로 본 사람은 그가 10층에서 더 위로 올라가고 있었다고 했다. 얼마 지나지 않은 9시 59분, 타워2가 무너져 내렸다. - P165
한편 가족과 함께 태국 푸켓에서 크리스마스 휴가를 보내던 영국 소녀 틸리의 이야기도 인상적이다. 당시 11살이던 틸리는 12월 26일 아침에 일어나 창밖을 보다가 바닷물이 일시에 빠져나가는 것을 목격했다. 그것은 바로 2주 전, 학교 지리시간에 틀어주었던 쓰나미 동영상에서 봤던 그대로였다. 틸리는 쓰나미가 몰려오고 있다고 크게 소리 질렀다. 그 소리를 들은 틸리의 부모가 호텔 직원들에게 전하고 해변에 있는 사람들을 빨리 대피시키라고 말했다. 덕분에 그곳은 푸켓 섬에서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은 유일한 해변으로 기록되었다. 재해·재난 교육이 미래의 위험을 방지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어선이 된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가르쳐준 사례다. - P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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