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오래전부터 바닷가는
“바다마을 사람들은 한 목소리로 바다가 죽었다고 말한다. 누가 무엇이 소중한 삶의 공간을 저렇듯 피폐하게 만들어 버렸는가. 붉은 해당화가 지천으로 피어나던 명사십리 금모래 밭과 하굣길에 바닷가에서 발 비벼 조개 잡던 그 청정하고 아름다운 바다가 왜 심각하게 아픈 바다로 변했을까.” - 14쪽 (김만수 시인, 바닷가 부족들 곁에서)
“해안사구는 주변 모든 생태계와 연결돼 있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동적인 생태계다. 위치도 변하고, 규모도 달라지며, 사구에 생물들이 정착과 이동을 반복해 왔다. 잘 보전된 해안사구는 회복탄력성이 매우 큰 생태계다. 그 중심은 사구 모래와 해안사구 식물이다.”
- 22쪽 (이규송, 생물학과 교수, 해안사구를 지키는 식물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모래에 큰 빚을 졌다. 여기에 더해 강을 막아 모래가 더는 흘러 쌓이지 못하게 하고, 준설을 통해 강모래를 고갈시키고, 바다 모래까지 함부로 퍼 올리기 시작했다. 이는 기후변화 시대에 바다 생태를 무너트리고 미래를 갉아먹는 일이다.”
- 40쪽 (오경섭, 지형학 교수, 강과 바다, 한반도 모래의 역사)
“지하수는 연안 환경에 미량금속, 유기물, 박테리아를 실어 나르는 중요한 통로다. 지하수 유출이 연안을 따라 서식하는 해조류, 고착생물, 어류의 생물량에 영향을 미치며 생태계 조성에도 변화를 일으킨다. 지하수는 한 번 오염되면 그 영향이 오래 지속되고 정화하기 어렵다.”
- 45쪽 (김규범,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지하수는 바닷가로 흐른다)
“열린하구는 강과 바다를 연결해 주는 생태통로다. 먹이그물을 통해 생태적 연결성을 갖는다.
자연스럽고 긴 기수역은 생태적 원형을 가지고 있어 ‘생태적 온전성’이 높은 곳이다. 따라서 방조제나 하굿둑으로 막힌 닫힌하구는 이러한 연결성과 온전성이 모두 파괴된 생태계다.”
- 50쪽 (한동욱, 보전생태학자, 강과 바다를 연결하는 기수역 생태계를 지키는 길)
“동해, 서해, 남해 바닷가 환경이 다 다르고, 바닷가 환경과 지질적인 조합 탓에 아주 다양한 지형들이 나타나요. 동해안의 사빈, 서해안의 조간대, 남해안의 만과 곶, 우리 바닷가는 다양성 측면에서는 매우 뛰어납니다.” - 62쪽 (최광희, 지리교육학과 교수, 바닷가, 경계의 지리학)
〈2부〉 지금 바닷가에서
“바닷가를 산책하다 멈춰 선다는 것은 바다와 나의 ‘관계짓기’다. 짓는다는 것은 다른 성질의 재료를 필요하고 알맞은 방법을 찾는 것이다.”
- 60쪽 (최영순, 건축가, 바쁜 사람들의 바다를 생각하다)
“사람들은 바닷가 생태에 무심하다. 휴가철이나 휴일에 바닷가에서 바다를 소비할 뿐이다. 끝없는 매립 탓에 많은 해안선이 직선으로 바뀌고, 옹벽이나 철책으로 가로막히는 현실에 눈감는다. 지금 이 순간에도 생명의 공간이, 우리 미래가 사라지고 있다.”
- 94쪽 (박주희, 환경활동가, 인천 바다 매립의 역사를 바꾼 사람들)
“해변에서 일어나는 침식과 퇴적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지금처럼 침식 뒤 회복되지 못하는 것은 연안환경에 가해진 교란 때문이다. 하천 곳곳에 댐과 보 건설로 강 하구로 유입되는 토사 공급량이 감소했고, 방파제 같은 구조물 탓에 모래 흐름에 변화가 생긴 탓이다.”
- 104쪽 (박성준, 환경활동가, 사라지는 바닷가, 사라지는 삶)
“속초·고성·양양은 산, 바다, 호수로 연결된 동해안 도시이다. 오랜 세월 바다가 만든 고유한 해안지형에서 사람도 자연도 생명의 역사를 이어 왔다. 1994년 청초호 매립부터 2024년 송지호 바닷가와 설악산에 이르기까지 관광을 내세운 환경파괴의 역사는 아직 진행 중이다.”
- 114쪽 (장석근, 목사, 환경운동가, 송지호 바닷가에서 설악 오색까지 이어지는 이야기)
“핵오염수 방류는 결국 해양생태계를 조금씩 죽어가게 만드는 일입니다. ‘당장은 안전하다’는 말로 덮어버리고 있지만, 결국 바다 생태계와 바닷가 삶, 바다에 기대 사는 모든 사람들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요. 무엇보다 미래 세대에게 무너진 생태계를 떠넘기는 셈이잖아요.” -122쪽 (신종호, 환경잠수사, 바다는 오로지 미래의 것입니다)
"현재 지구 바다에서 8퍼센트 정도만 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고, 인간의 행위가 강력하게 금지되는 완전한 또는 높은 보호 수준의 해양보호구역은 2.9퍼센트에 불과하다. 현재 보호구역과 조업 수역 현황을 보면 바다가 얼마나 이용 쪽에 치우쳐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해양보호구역이 현재 수준 보다 대폭 늘어나야 하는 이유다."
- 130쪽 (김은희, 시민환경연구소 부소장, 해양보호구역, 기후위기 지구를 위한 선택)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