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은 어쩌자고 엄마가 여기에 와 있어요?” “남편이 허락해줬어요?” 이런 자신의 사정을 말한 엄마가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다. 그들은 50대의 중년 여성을 어딘가에 매여 있는 소유물로 생각하곤 했다. 그러나 그는 굴하지 않았다. “나는 나일 뿐, 누군가의 허락으로 여기에 와 있는 게 아니에요.” 그린 듯한 정답을 말하며 보란 듯이 대학, 간호학과로 발걸음을 옮겼다.
--- p.9, 「들어가며」 중에서
“공부도 공부지만, 컴퓨터와 정보력이 기본은 되어야 하는구나. 역으로 말하면, 익숙해진다면 뭐든 할 수 있다는 뜻이야!”
낙담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만 동시에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그 후부터 누군가 “나도 만학도 전형으로 가려고!” 할 때마다
“인터넷 서치! 타자! 칠 줄 알아? 설사 몰라도, 배우고 싶다면! 컴퓨터가 싫지 않다면! 들어와!” 물어보고 다니셨다.
--- pp.77∼78, 「요즘 문물에 익숙해져야 해!」 중에서
“물론 자기 관리를 하는 건 좋은 일이지만, 남의 시선에 밀려 쫓기듯 시술받지는 말자.”
“하지만 나이 들어 보이는 건 누구나 다 싫어하지 않아?”
“응, 당연하지.”
“나이 들어 보이는 건 나도 싫어! 하지만 단순히 싫은 거랑 혐오하는 건 다른 문제야. 사람은 시간의 흐름을 거스를 수 없고, 노화는 당연하게 찾아와. 노인이 될 우리가 경계해야 하는 건 주름 따위가 아니라, 시대에 뒤떨어진 낡은 사람이 되는 거라고 생각해. 그런 의미에서 엄마는 아주 잘 지내고 있다고 생각하고.” (중략)
대학교에 다니며 나이 강박, 동안 강박이 심할 텐데도 굴하지 않고 잘 대처하는 모습이 굳건해 보였다. 계속 이 씩씩한 모습이 이어졌으면!
--- pp.146∼153, 「엄마의 눈주름」 중에서
“특히 한국은 저출생 국가잖아요? 나라를 위해서라도 낳아야 해요! 얼마나 행복한데요?”
학생 모두가 조용할 때, 엄마는 홀로 의문을 가졌다.
‘왜 이런 말을 하지? 왜 다 조용하고? 대학은 열렬하게 토론이 오가는 곳 아닌가?’
결국 엄마는 마이크를 켰다.
“교수님∼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저는 아이를 셋 낳은 50대 만학도입니다.”
“아아, 네네!”
“교수님 말씀에 공감합니다. 아이는 정말 사랑스러워요. 키워본 사람만 알죠∼”
“맞아요, 맞아요!”
“그 행복감은 정말 엄청나요∼”
“맞아요!”
“하지만 그 감정을 느끼기 위해 꼭 아이를 낳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요즘 세상에는 재밌는 것도, 맛있는 것도 많고 발전도 척척척 되어서 할 수 있는 것도 많기 때문에,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방법은 아이가 아니어도 무수히 많더라고요∼ 아이를 원하면 낳는 게 좋겠지만, 반드시 낳아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학생들은 여전히 조용했다. 교수님 또한 잠시 침묵하고 계시다가 “그렇군요. 그렇죠. 요즘은 달라졌죠. 학생 말이 맞아요…” 하셨다.
어쩌면 첫인상이 이랬어서 학교에서 인기가 많은 걸지도….
--- pp.167∼174,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방법」 중에서
어디를 가나 펜을 놓지 않는 엄마를 보고 누군가가 말했다.
“아줌마가 높은 성적 받아서 뭐 하게? 큰 대학병원 들어가려고 면접 볼 것도 아니면서 창창한 애들 성적으로 밀어내도 괜찮은 거야? 그냥 적당히 하고, 적당히 낮은 성적 받아서 고만고만한 병원에 입사해. 애들 자리 뺏지 말고. 아줌마가 유난 부리지 말아… 좋은 성적은 20대 애들에게 양보해.” (중략)
누구는 아줌마가 욕심이 많다고 하고 공부하지 말고 집에서 밥이나 차리라고도 하지만, 엄마는 꿋꿋하게 강의실 앞자리를 사수했다. 그는 가장 열정적인 학생이었다.
“좋은 직장에 들어가기 위해서 공부하는 게 아니야. 집안 형편 때문에 내가 젊었을 때 못 배운 게 한이 되어서 공부하는 거지. 못 배운 사람이라고 그만 불리고 싶어서 그래. 나도 살림만 하는 여자가 아니라,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고 싶어서 그래. 그렇게 내 자식 앞에서 당당해지고 싶어. 점수는 아무래도 상관없어. 내가 최선을 다했다는 기록이기만 하면 돼.”
엄마는 낮은 점수를 받아도 그것마저 자랑스러워 하셨다.
“내 최선의 점수! 누가 뭐래도 괜찮아. 기죽지 않아. 계속 열심히 공부할게! 그러니 아줌마의 마지막 유난이라고 생각하고 지켜봐줘!”
--- pp.191∼199, 「아줌마의 마지막 유난」 중에서
하루하루 보람차게 학교생활을 하고 있던 와중에 같은 만학도 동기가 불쑥 말했다.
“나 그냥 자퇴할까?”
“갑자기 왜?”
“그냥∼ 수업 진도도 못 따라가겠고, 이 길도 내 길도 아닌 것 같아서…”
“차라리 휴학은 어때?”
“휴학한다고 해서 뭐가 달라지려나? 다 그대로일 텐데…”
“다시 돌아올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것이 달라질 수 있지! 자기는 아직 삼십대 중반밖에 안 됐잖아. 20년을 쉬다 온데도 지금의 나보다 어려. 늘 노력한 만큼, 힘든 마음 이해해. 그러니 푹 쉬다가, 천천히 다시 돌아오자. 그때쯤이면 마음도, 생각도 다 달라져 있을 거야. 곧 4학년인데 여기서 그만두기엔 너무 아깝잖아?”
“그래 맞아. 내가 언니에게서 이런 이야기를 듣고 싶었나 봐…”
그렇게 동기는 휴학을 했고 엄마는 밥친구 한 명을 잃었지만, 왜인지 무척이나 다행스런 기분이 들었다고 하셨다.
--- pp.286∼292, 「만학도 동기의 고민」 중에서
엄마는 대학 졸업반이다.
“엄마, 졸업하고 뭐 하고 싶어?”
“그야 당연히… 취직을 해야지. 그리고 전국을 돌아다니며 1년씩 살아보고 싶어! 겁나서 못했던 거친 운동도 할래. 세계 곳곳의 맛있는 음식도 먹어보고 싶고 또 다른 자격증을 따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엄마는 벌써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왜 안 쉬고 또다시 뭘 하려고 그래?”
“도전으로 인해 달라진 나를 보았으니까! 새로운 도전은 경험이 되고, 그 경험들이 쌓여 가치관이 되는 거니까 나는 아주 다채로운 가치관을 가진 멋진 사람이 될 수 있을 거야! 세상은 홀로 살아가는 게 아니기에, 나는 그만큼 좋은 영향을 주변에 나눌 수 있겠지. 그거만큼 멋진 일이 또 어디 있겠니?”
--- pp.349∼353, 「졸업하면 뭐 하고 싶어」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