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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지금 칼스루에행 기차를 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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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9월 23일
쪽수, 무게, 크기 270쪽 | 148*210*13mm
ISBN13 9791198890719
ISBN10 119889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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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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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씨는 단돈 천 원도 빌리거나 빌려주는 사람이 아니었다. 여윳돈이 없었던 나는 고마운 마음에 가슴이 뭉클했다.
“다른 일 찾으면 이자까지 갚을게요.”
“이자는 막걸리로 갚아, 현장 말고 다른 일은 없을까?”
내가 갈 곳이 없다는 건 그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얼른 대화거리를 바꿨다.
“어쨌든 임금 받으면 베개부터 바꾸라고.”
--- p.40

당신은 몹시 궁금했다. 당신의 여자가 다른 남자를 언제부터, 어떻게 만났는지보다 담배를 언제부터, 어떻게 피게 되었는지부터 알고 싶었다. 참으로 순결한 여자였다. 정직한 여자였다. 영원히 정직한 모습으로 존재해 줄 것 같아 그녀를 받아들였다. 그녀의 젖가슴을 애무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과 마음의 준비가 필요했던가. 당신은 그녀 앞에서 많은 본능적 표현을 자제했었다. 어쩌면 아주 오래전부터 이성에 대한 성적 흥분의 신경선을 스스로 마비시켰을지도 모른다.
--- p.89

“나도 당신의 건축물이 마음에 들어요.”
몇 달 뒤 나도 모르게 불쑥 이런 고백을 했다.
“그럼, 우리 함께 사는 게 좋겠네요. 서로의 작품을 좋아하니까, 곧 서로의 정신과 몸도 좋아할 거예요.”
그렇게 우리는 상대의 작품을 좋아하다 서로의 정신과 몸까지 좋아하는 사이로 발전했다. 우리는 1년간 동거를 했다. 서로를 향한 욕망이 날로 커져 서로의 몸속 곳곳을 헤집으며 탐색했다. 그는 나보다 더 나를 아는 존재가 됐다.
--- p.158

서른 중반을 달리고 있건만 남자 하나 없는 섬 처녀. 아니 노처녀다. 많은 초등학교를 놔두고 섬으로 되돌아온 한심한 여자. 스스로 열린 감옥을 선택했다.
“행복한 기억이 고단한 삶을 이겨내게 한단다. 어린 네가 뭘 알겠니?”
섬을 떠난 여자가 되돌아오는 건 무언가 섬에 묻어 놓은 게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것이 사랑이든 추억이든 대단한 이끌림의 힘이라며 큰형수가 과장 섞인 말을 했다. 아무리 시공간을 여러 방향으로 돌려봐도 작은누나와는 거리가 먼 묘사였다.
--- p.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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