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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간의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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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9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376쪽 | 390g | 128*188*20mm
ISBN13 9791193149287
ISBN10 1193149282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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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등이 켜진 자동차 안에 음울하고 스산하며 오래된 기계유 같은 자극적인 냄새가 떠돌았다.
--- 첫 문장

“나는 이 모임을 만든 사람이야. 당신들 목숨줄을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 아무튼 이렇게 같이 죽을 자리를 만들었잖아.”
--- p.11

“범죄 냄새가 나는데…….”
“배낭에 토막 시체가 들어 있는 거 아니에요?”
리쿠토가 한 지점을 응시하며 추리하자 지요코는 짙게 칠한 입술을 일그러뜨리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럴 리가! 어떻게 여자 혼자 시체를 묻을 수 있겠어!”
“시체쯤은 누구나 묻을 수 있죠. 작게 토막 내서 여기저기 버리는 내용의 소설을 읽은 적 있어요.”
지요코는 혐오감을 드러냈지만 리쿠토는 억양 없이 말을 이었다.
--- p.37

“너는 정말 피도 눈물도 없는 놈이구나. 우리는 죽고 싶어서 죽지만 저 아기는 살고 싶어서 우는 거야. 이걸 못 본 척하는 놈은 사람도 아니라고.”
“참말로! 내 말이 그 말이야, 당신도 그렇게 생각하지?”
--- p.44

리쿠토는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아기를 경찰에 넘기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은 사람.”
나는 천장을 올려다보며 복잡한 생각을 정리한 뒤 손을 들었다. 왜 이렇게 됐을까. 나는 오늘 죽으려고 이곳에 왔건만 지금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싶은지 나 자신도 몰랐다.
“결정. 만장일치로 경찰에 넘기지 않는다.”
--- p.106

“윤리의식이 바닥인 사람이 사부로를 도우려는 이유를 도통 모르겠네. 혹시 속죄 같은 거야?”
“아니. 살해당할 운명이었던 아기가 어떤 어른으로 자라는지 보고 싶을 뿐이야.”
반은 진실이고 반은 거짓이다. 나는 갓 태어난 생명에 압도당했을 뿐이다. 그때 갓난아이를 버리는 행위 자체를 용납할 수 없었다고 해도 좋았다.
--- p.136

“꼭 청부살인자는 아닐 거예요. 본업은 따로 있고 일상을 살다가 가끔 사람을 죽일 필요가 생기는 것 같아요.”
“사람을 죽일 필요가 있는 일이 뭔데?”
하세베가 곧바로 끼어들었지만 그 답을 알면 이렇게 고민할 필요도 없겠지.
“그건 당장 떠오르지 않지만 이 조직은 뭔가 특수한 일을 하는 것 같아요.”
나는 이해가 가지 않는 꺼림칙한 감정을 남겨 둔 채 이야기를 끝냈다. 아직 결정적인 정보가 압도적으로 부족했다.
--- p.210

“지금은 여기 있는 게 훨씬 중요해. 나도 나 자신을 구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아 그렇구나. 나는 납득했다. 지난 며칠간 절실하게 깨달은 사실은 스스로 만족하지 못하면 타인을 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 네 사람은 사부로를 구한다는 목적으로 매 순간 스스로를 치유했다. 지금까지 찾지 못한 다시 살 기회를 탐욕스럽게 잡으려 하는 것이다.
--- p.273

이제야 비로소 깨달았다. 이렇게까지 선악이 뒤틀린 사고방식을 교정하기란 불가능하다. 가토 마도카를 불쌍하다고 생각하다 못해 자수를 권하려고 생각한 나는 화가 치밀 정도로 모자란 인간이다. 이 여자는 사회에서 확실히 뿌리 뽑아야 할 부류다.
--- p.326

“저리 비켜요. 당신이 하는 행동은 살인을 돕는 짓이야.”
“어머나 무서워라. 유괴범이 협박까지 하는 거야? 아이고 무서워라. 세상 참 말세야.”
“같잖네, 정말. 당신 계속 참견하면 죽어.”
--- p.332

“네가 어떤 대가를 치르게 할지 줄곧 생각했어. 경찰에 데려가도 벌을 받지 않을 테고 무릎을 꿇려도 그때뿐이지. 뭇매질이나 고문 같은 것도 생각했지만 그러면 금방 죽잖아? 그러니 그 광에 가두기로 했어. 그 대숲에는 사람이 들어가지 않으니까.”
협박이나 농담이 아니었다. 이 남자라면 분명 그렇게 하고도 남았다. 나는 타지 사람이 들어갈 수 없는 마을 변두리에 감금되어 설령 죽어서 썩어도 밖으로 나가지 못할 것이다.
--- p.351

“난 절대 안 죽어. 그러니 너도 죽음을 선택하지 않으면 좋겠어.”
리쿠토는 갑작스러운 말에 움직임을 뚝 멈추고 야구모자를 만지면서 모호하게 눈을 피했다. 리쿠토에게 가장 듣고 싶었던 ‘죽지 않겠다’는 한마디가 지금에 와서도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네 사람의 목적을 달성한 지금, 리쿠토가 세상을 더 살아갈 원동력이 사라진 것이다. 무엇보다 리쿠토는 왜 죽고 싶을까. 우리는 아직도 그 이유를 모른다.
--- p.364

“마지막으로 기념 촬영해요. 최악이자 최강의 팀, 이런 엄청난 동료는 앞으로 다시는 만나지 못할 테니까.”
--- p.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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