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정원사들이 함께 공부하는 모임이 있었다. 릭 다크(Rick Darke)가 저술한 『American Woodland Garden(미국 숲정원)』이라는 책을 번역하고 해설하는 모임이었다. 이것이 저자와 내가 처음 만나게 된 계기였다. 저자는 책에서 비중 있게 소개한 북미 동부 숲의 식생에 익숙했기 때문에 우리는 그 지역의 전반적인 숲 생태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받았다. 낯선 땅에서 기존의 전공과 무관한 새로운 분야를 공부하고 불과 몇 년 만에 수천 종의 식물 분류와 생태 그리고 원예적 지식을 갖추고 정원의 식물들을 관리하는 일은 도전과 모험의 연속임을 잘 알고 있다. 무엇보다도 놀라운 것은 그의 새로운 직업이 그의 인생의 큰 주축을 이루고 있는 종교인으로서의 삶에 깊은 울림을 주었다는 것이다. 자연을 통해 바라보는 교회에 대한 진솔한 회고와 성찰은 그의 표현대로 순례자의 길과 다름없어 보였다. 일상의 언어로 쉽게 풀어냈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메시지들이 순간순간 가슴을 울린다. 깊은 사색과 성찰이 정원 이야기 곳곳에 겨울눈처럼 웅크리고 있다가 어느 순간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으며 독자들을 맞이한다. 정원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교회 이야기이고 더 나아가 모든 삶의 이야기이다. 책을 읽는 동안 정원과 함께 지내온 나의 삶도 순례자의 마음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느꼈다. 그리고 정원의 길을 걷는 많은 이들과 함께 자연의 흐름 안으로 들어가 나를 비우고 고요히 그 거대한 순환의 체계를 호기심 어린 눈으로 다시 들여다보고 싶었다. 그 시간이 누군가에게는 깨달음으로 혹은 영감으로 혹은 자비와 사랑으로 다가올 것을 기대한다.
- 김봉찬 (더가든 대표)
믿음은 잃지 않았으나 오래전 교회를 떠난 크리스천으로서 이성희 정원사의 글을 읽으며 문득 정원이 곧 나의 예배당이라는 깨달음이 왔습니다. 교회를 떠남과 동시에 망설임 없이, 거의 무의식적으로 조경의 길을 택하고 평생을 탐한 까닭이 그의 글을 통해 뒤늦게 이해됩니다. 이성희 정원사와의 만남은 놀라움의 연속입니다. 어느 날, 뉴욕 식물원 정원사로 일한다는 분이 필자의 식물적용학 온라인 강좌에 등록했습니다. 이름만 보고 당연히 여성이라고 여겼습니다. 그런데 수료증에 넣을 사진을 보내왔을 때 비로소 멋진 남성임을 알고 얼마나 놀랐는지 모릅니다. 정원사는 육체적으로 고된 작업을 합니다. 일 끝나면 쓰러져 잠들기 바쁜데 한 번도 강의를 놓치지 않는 그의 성실함에 놀라고 감탄했습니다. 그의 글을 읽으며 그 깊은 통찰력에 놀라고 쉼 없이 갈고 닦아 거의 투명해진 그의 영혼에 감동합니다. 정원에서 자연과 식물을 탐구하는 즐거움이 곧 구도의 열망을 낳는다는 이성희 정원사의 말을 새겨봅니다. 이제 그의 책에서 정원의 길을 가는 사람과 신앙의 길을 가는 사람이 서로 만나 손을 잡고 여정을 함께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가슴 두근거리는 일입니다.
- 고정희 (3. SPACE BERLIN 환경아카데미 대표, 독일 칼푀르스터 재단 이사회장)
나는 그가 자연을 말할 때 세상으로 읽었고, 정원을 말할 때 교회로 들었고, 풀과 나무를 말할 때 사람으로 보였다. 그가 이끼를 말할 때 예수로 들렸고, 이름 없고 목소리 없고 언어도 없는 이들을 말하는 것 같았고, 어느 대목은 그냥 다 내 얘기로 들렸다. 그들의 아픔과 외로움과 고독과 견딤의 사연들을 들었고, 어우러짐과 기댐과 안음과 환대와 기다림으로 조율하고 빚어낸 그들만의 호흡과 질서와 리듬을 느꼈다. 그들에게도 인생이 있고, 희노애락이 있고, 생로병사가 있고, 구원이 있고, 소망이 있고, 사랑이 있더라. 말로는 다 못 할 신비가 있고, 찬란한 축제가 있고, 짧은 축제 뒤에 남은 긴 잊힘과 사멸, 침묵과 여백이 있더라. 이제 나는 이 책을 읽기 전과 같은 마음으로 식물을 대할 수 없다. 어제처럼 숲에 갈 수 없다. 내가 겪는 것을 그들도 겪고 있었고, 내가 중얼거리던 얘기를 다 알아듣고 있었고, 내가 부른 노래를 따라 부르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으니, 같은 마음으로 갈 수 없다. 더 친절하게 더 솔직하게 더 친근하게 더 가까이 갈 것 같다. 기도하듯 말을 건넬 것 같다. 아무 대꾸 안 해도 그들 사이를 거니는 것만으로 내 마음 개운해지게 하는 과묵한 상담가를 만난 것 같다. 좀 나이 지긋한 나무에 기대어 읽으면 좋을 책이다. 멀리 산이 보이고 눈앞에 꽃이 좀 보이는 곳에 앉아서 읽으면 더 맛이 날 책이다. 낙엽을 밟고 퇴근한 후에도 좋겠고, 나목의 쓸쓸함이 저리도록 다가올 때 한 번 더 꺼내 봐도 좋겠다. 유독 사람들이 만든 것들 속에서 사는 게 고달픈 날이면 ‘여기 좀 보세요’라고 말을 걸어줄 것 같은 책이다.
- 박대영 (광주소명교회 목사)
70년대 이후 급격한 경제성장과 더불어 동반 성장한 한국교회는 현재 한국 사회가 겪고 있는 병증을 고스란히 공유하며 황폐화 되고 있다. 파릇하고 멋진 잔디 정원이 실은 환경파괴를 일으키는 ‘초록 콘크리트’라 불리듯, 밤하늘을 비추는 붉은 네온 십자가가 상징하는 한국교회는 '붉은 콘크리트'에 비유할 수 있겠다. 성희 형제는 외모와 내면까지 모두 수도사를 닮은 정원가다. 불혹의 나이에 안전하고 익숙한 대형교회와 대기업을 떠나 정원가로 살아가며 자연주의 정원에 숨겨진 창조의 순리와 리듬을 발견하며 영적 지혜를 가꾸어 간다. 이 책의 제목이 그러하듯 실제 정원과 영적 정원의 이야기가 각 장마다 조화롭게 펼쳐진다. 전문적인 정원가로서 그가 설명하는 자연주의 정원의 역동적인 이야기가 재미있다. 더불어 그가 모험의 여정에서 거두어 담은 12가지 성찰은 한국교회 안팎에서 길을 찾는 많은 구도자들에게 귀중한 안내서가 되어 줄 것이다. 몸과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정원을 걸으며 회복을 경험하듯 세상에 상처받고 교회에 지친 사람들이 성희 형제의 아름다운 글과 지혜를 통해 영혼의 안식을 누리길 소망한다.
- 이남정 (바람빛교회 목사)
이성희 저자와는 함께 글을 쓰며 알게 된 사이다. 그가 써낸 첫 글이 내겐 아직도 생생한데, 어린 시절 뛰어놀던 모래 여울의 아름다운 풍경과 그 땅을 지키지 못하고 떠나온 부채감이 묘 하게 어우러진 아름다운 글이었다. 그 뒤 정원 공부를 함께 한 1년여의 시간과 그의 삶만큼이나 묵직하게 엮인 원고를 다 읽어낸 지금에서야 그가 썼던 ‘부채감’이란 단어를 새롭게 이해하게 된다. 영혼의 절망에서 시작된 새로운 순례길은 이성희를 자신이 사랑한 두 생태계(정원과 교회)를 연결하고 조명하는 저자의 자리로 이끌었다. ‘정원사의 역할은 손상된 관계를 회복하는 것이고 피조 세계의 삶을 윤택하게 돕는 것’이라는 그의 고백은 우리로 하여금 한 번도 연결 지어 본 적 없는 ‘정원’과 ‘교회’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한다. 정원과 교회가 어떻게 같은 섭리와 질서 아래 연결되는지, 두 세계를 넘나드는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회복해야 할지 밀도 있게 써 내려간 그의 글은 삶이 건넨 질문과 통찰이 녹아든 순도 높은 순례기이다. 초보 정원사이자 모태 신앙인인 나는 타인의 화려한 정원 앞에서 어지럼증을 느낄 때마다, 내가 속한 교회공동체에서 멀미를 느낄 때마다 이 글을 다시 읽으려 한다. 뿌연 시야로 혼란스러워하는 친구를 만날 때마다 이 책을 함께 읽으며 정원을 거닐자고 권해보려 한다.
- 이설아 (작가, 글쓰기 공동체 ‘다정한 우주’ 안내자)
“나는 정원을 문명과 자연의 경계라고 정의해왔다.” 본문의 한 문장이 이 책의 가치를 보여준다. 경계 양쪽에서 당기는 힘이 만드는 긴장과 모호함으로 인해서 새로운 생명과 생태시스템이 자라나는데, 이 중간 지대로 인해서 양쪽 모두 살 수 있게 된다. 어느 한쪽의 논리도 지배할 수 없는 이 미지와 신비의 영역이, 우리가 가꾸는 작은 정원에서 시작됨은 신비가 아닌가? 저자는 이 경계의 일상과 성찰을 교회와 연결시키고 있다. 교회야말로 경계에 서 있다. 신성과 인성이 만나며, 하늘과 땅이 연결되고, 미래의 완성과 현재의 미완이 만나는 애매모호함이 교회 안에 있다. 이 긴장과 모호함은 제거와 극복의 대상이 아니라, 함께 지나가야 하는 과정이며 인내(Resilience)이며, 동시에 기쁨이다. 어쩌면 지금 교회의 쇠락은 이런 경계의 긴장과 모호함을 인내하는 대신 종교적인 게토에 스스로를 가두고 세상을 배제했기 때문이 아닐까? 책의 목차만으로도 과거에는 시도되거나 성찰해보지 못한 귀한 가치들로 가득하다. 환대, 빛, 공유, 공감, 경계, 인내, 지역, 연결, 모두, 대지, 파송, 겨울 정원의 아름다움에서 진행되는 이 깊은 성찰을 조금씩 조금씩 읽어보자. 그리고 저자의 제안대로, 이제 다시 이 경계선 속에 손을 담그자. Get involved.
- 조샘 (선교사, 인터서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