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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법소년 살인 사건

전건우 | 요다 | 2024년 10월 04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9.6 리뷰 17건 | 판매지수 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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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10월 04일
쪽수, 무게, 크기 248쪽 | 318g | 135*210*16mm
ISBN13 9791190749787
ISBN10 11907497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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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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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기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숨기고 싶었던 치부를 들키기라도 한 것처럼. 조민준은 이 순간을 기다렸다. 얼핏 단단해 보이는 표면에 균열이 생기는 순간을. 단 한 줄의 금이 다른 금을 불러오고, 그 금은 또 다른 금과 이어진다. 균열의 연쇄 작용은 겉을 산산조각 낼 때까지 계속된다. 외피가 깨져버린 인간은 결국 본성을 드러내게 마련이다. 자기를 과신하고 과대 포장하는 인간일수록 껍데기가 깨지는 속도 역시 빠르다. 이남기도 그런 부류의 인간이었다.
--- p.17

“죽은 사람 본 적 있어요?”
조승아는 눈을 빛내며 물었다. 천진함과 저열함이 반씩 섞인 눈빛이었다. 그리고 한 방울의 우월감까지. 소녀는 노숙자를 차도로 민 이유에 대해 사람이 죽는 걸 보고 싶었다고 진술했다. 거기에 더해 다른 애들은 무서워했는데 자기는 용기를 냈다며 자랑하기까지 했다. 윤민우는 그 내용을 떠올리며 되물었다.
“왜 그런 걸 보고 싶은 거니?”
“재밌잖아요!”
대답은 단번에 돌아왔다. 거기에 이어 조승아는 짧게 덧붙였다.
“조회수도 엄청 높았고.”
--- p.29

“하지만 그걸 악용하는 사례가 너무 많잖아요. 촉법소년일 때 범죄를 저지르면 그거야말로 완전, 아니 완벽 범죄가 되어버린다는 걸 아이들이 더 잘 알고 있어요. 결과적으로 그 사건에서 뉘우친 것도 한 명뿐인 거잖아요.”
하유리가 불만 섞인 표정으로 말했다.
“완벽 범죄라…… 어떻게 보면 그 표현이 맞겠네요. 범죄가 들통나도 처벌을 받지 않으니. 하지만 그런 소수의 아이가 있다고 해서 다수의 실수까지 처벌한다는 건…….”
그때였다. 조민준이 손을 들어 윤민우의 말을 끊었다.
“죄송합니다. 제가 질문을 드린 의도는 이런 소모적인 논쟁을 하자는 게 아니었습니다. 철저하게 범인의 관점에서 봤을 때, 교수님의 신념이 어떤 식으로 읽힐까 그게 궁금했을 뿐입니다.”
--- p.124

소년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놀란 어머니가 아들 손을 잡고 화장실로 들어갔다. 윤민우는 바닥에 고인 오줌을 보며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아버지가 양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었다. 그러고는 어깨를 들썩이기 시작했다. 소리 없이 흐느끼던 아버지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거지…….”
--- p.171

회의는 2시에 예정돼 있었다. 익숙한 패턴이었다. 사건 해결의 실마리가 안 보일수록 회의는 잦아진다. 일선 형사 대부분은 그 시간에 발품이라도 파는 게 낫다고 생각하지만, 윗선은 달랐다. 정례 회의, 긴급회의, 대책 회의 등 각종 이름을 붙여 회의하고 또 회의해야 초조함을 더는 게 간부의 습성이었다. 범인이 못 박은 5월 27일까지는 이제 반나절도 채 남지 않았다. 광수대 앞에는 벌써 기자들이 모여 장사진을 이뤘다. 다들 어디서 맞추기라도 한 건지 똑같은 투명 비옷을 입고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건물 밖으로는 카메라를 든 유튜버 여럿이 계속 실시간으로 방송하며 대기 중이었다.
--- p.193

“하윤이는 상당히 똑똑한 아이예요. 위기 대처 능력도 분명 뛰어날 겁니다.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윤민우가 조용히 말했다.
“제가 걱정하는 것처럼 보이나요?”
조민준은 진심으로 궁금했다.
“네. 김하윤 학생이 납치된 걸 본 후 눈에 띄게 동요하고 있잖아요. 그건 걱정한다는 뜻이에요.”
“저는…… 누군가를 진심으로 걱정해본 적이 없습니다.”
--- p.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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