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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어먹을 어른들의 세계

: 때론 영화 같고, 때론 음악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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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10월 07일
쪽수, 무게, 크기 392쪽 | 314g | 115*180*20mm
ISBN13 9791191716337
ISBN10 1191716333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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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지 않고 생활보호를 받으며 살아간다는 선택지가 당당하게 존재하는 세계에서는 그렇지 않은 세계의 도덕 및 가치관과는 다른 것이 생겨나는 게 당연하고, 타국의 사람들이 끊임없이 밀려들어와 거리를 점령해가는 사회에서는 종교관도 선악의 기준도 미의식도 다양해지게 마련이다. 그런 세계에는 사람이 믿고 기댈 ‘단 하나의 진실’이라는 것이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곳에서 나를 통치하는 것은 자기 자신이다.
--- p.16

무언가를 남기고 죽겠다니, 나 참. 나는 절대 그렇게 생각 안 해.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부끄러운데, 뭘 남기고 죽겠다는 걸까. 내가 사라진 뒤에도 이 세상에 나와 관련된 무언가가 남아 있다고 생각하면 소름이 돋아. 인간이란 망신을 당하면서 오래 살다가 죽을 때는 아무 흔적 없이 깨끗하게 사라지면 되는 거야. 그뿐이라고.
--- p.41

‘삶’이라고 하면 거창하게 들리지만, 실은 이토록이나 가볍다. 많은 것을 쌓아온 인생도, 아무것도 쌓지 않은 인생도, 마찬가지로, 동등하게, 갑자기 뚝 끊겨서 끝난다. 의미 있는 인생을 살아온 인간도, 그냥 저냥 우물쭈물 살아온 인간도, 마찬가지로, 동등하게, 어느 날 홀연히 사라진다.
--- p.87

소외당한다는 의식을 지닌 사람들이 깃발을 내걸고 타인을 소외시키려 한다. 영국 사회의 계급이란 이제 직업과 수입만으로 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성적 지향과 인종 같은 요소도 포함되면서 눈에 띄게 복잡해졌다. 예를 들어 중산층의 이성애자 파키스탄인과 노동자 계급의 게이 잉글랜드인은 누가 누구를 차별하는 쪽일까. 그처럼 엉망진창으로 뒤섞였음에도 계급이 변화하지 않는 것은 타인과 나 사이에 선을 긋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이랄지, 깃발을 내걸고 싶어하는 애달픈 욕심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 p.205

마거릿 대처 정권은 지방의 제조업을 죽여버림으로써 가축화된 인간들을 양산해냈다. 지방 사회라는 우리 안에서 정부가 주는 사료를 받아먹으며 동물처럼 살아가는 젊은이들. 학력도, 돌파구도, 전망도, 아무것도 없었다. 교양인들은 “패자는 아름답다.” “패자로서 살아가는 것이 진짜 아닌가.”라고 하지만, 그들이 말하는 패자란 스스로 패배를 선택한 사람들이지, 무언가를 해보기 전부터 패배하고 있는(=사육되고 있는) 가축을 가리킨 것은 아니다.
--- p.254

기존의 도덕과 사상이 무너져 혼란해진 사회에서는 터무니없는 불행도 일어나고, 노골적인 다툼과 배신도 벌어진다. 왜냐하면, 그곳은 도덕이라는 규칙이 인간을 보호해주지 않는 아나키한 세계이기 때문이다.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는 세계에서 인간이 살아가려면, 과거의 도덕을 따르는 ‘중산층 어른’이 되든지, 혼돈으로 가득한 길을 나아가며 ‘뭐, 할 수 없지.’라고 현실을 받아들이는 ‘빌어먹을 어른’이 되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 p.262

앞으로, 더욱 앞으로 나아가려 하는 고령의 예술가를 경애한다. 시간축으로 말하면 노화란 전진이라 할 수 있고, 안티에이징은 후퇴다.
--- p.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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