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갇힌 하늘

갇힌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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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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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4년 06월 04일
쪽수, 무게, 크기 364쪽 | 578g | 153*224*21mm
ISBN13 9788970637914
ISBN10 8970637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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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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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크리스틴 뢰넨스Christine Leunens
미국 코네티컷 주에서 이탈리아인 어머니와 벨기에인 아버지 사이에 태어났다. 벨기에의 유명한 화가 기욤 뢰넨스를 할아버지로 두어 예술적 재능을 물려받고 일찍이 활동을 시작했다. 십대에 프랑스 파리로 건너가서 지방시, 니나리치, 발망 등의 사진 모델로 활동하며 벤츠와 스즈키의 텔레비전 광고에 출연하기도 하였다. 유럽과 아시아, 아프리카를 여행하며 모델 일과 글쓰기를 했다. 1996년 프랑스 국립영화센터로부터 최우수 시나리오 상을 수상하면서 작가로서의 재능을 알렸다. 하버드 대학교에서 문학을 공부하고 헨리 제임스를 주제로 논문을 발표하였다. 소설 『원시 수프Primordial Soup』, 『갇힌 하늘Caging Skies』, 『태양빛 깡통A Can of Sunshine』을 차례로 발표하여 언론의 찬사를 받았다. 현재 가족과 함께 뉴질랜드에 거주하며 작품을 집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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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숨을 쉴 수 없었다. 시선을 돌릴 수도 없었다. 나는 최면에 걸린 듯 칼을 그녀에게로 가져갔다. 내가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싶었다. 칼이 그녀의 목에 닿았을 때쯤 나는 병적인 황홀경에 빠져 있었다. 그 순간 깨달았다. 내가 여자를 죽이지 않는다면 여자가 나를 죽일 것이다. 그녀는 유대인이니까. 하지만 그러한 위험이 묘한 쾌감으로 다가왔다. 내 집에 포로로 붙잡아둔 여자, 새장에 든 유대인. 사실 아슬아슬하지 않은가. 그와 동시에 임무에 실패한 내 자신에 대한 혐오감이 밀려왔다. 여자는 그 칼이 더 이상 자신의 적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차렸음에 틀림없다. 두 눈에 눈물이 차올랐고, 이내 시선을 돌렸다. 어리석게도 목줄기를 드러내며. 나는 판자를 닫고 방을 나왔다. (79p)

“검정은 색깔이 아니라고 나탄이 그랬어. 검정은 그냥 어떤 색도 없는 것이라고. 그러니까 나는 색의 부재 속에서 살고 있는 셈이야. 내 모습이 보이지 않으니까 내가 없다고 생각하기로 했어. 나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아.”
“내게는 존재해.” 나는 앞으로 몸을 기울였다. “사랑해.” 그녀가 입술을 일그러뜨리며 이를 악무는 바람에 그녀의 치아에 입을 맞추고 말았다. 그녀가 갑자기 소리를 질러댔고, 나는 부모님이 들을까 봐 겁이 나 손으로 그녀의 입을 막았다. 그것이 내 행복했던 환상의 마지막 몇 초였다. (110p)

“다들 유대인 찾기에 혈안이 되어 있어. 넌 그 자리에서 총살을 당할 거야. 오래 기다릴수록 살 가능성은 높아져. 한 해만 더 참으면 안 돼?”
그녀의 풀죽은 얼굴에서 나는 모욕감을 느꼈다. 이랬다저랬다 하는 그녀의 태도에 화가 치밀었다. 잡히면 죽는다고! 내가 지켜주고 있는 거야! 그녀 때문에 내 가족이 목숨을 잃었어! 내가 지금까지 살게 해주었는데, 최선을 다해 도와주었는데, 도대체 왜! 그녀 때문에 그토록 애를 썼는데 결국 다 잃어야 한단 말이야? 그녀를 위해 나는 조국을 배반했어. 그런데 먹여주는 손가락을 깨무는 것으로 보답하다니!
그녀뿐 아니라 나 역시 내 거짓말 속에 갇혀 있었다. (223p)

그것은 정사라기보다 레슬링이나 격투, 치고받기와 더 비슷했다. 이 추악한 우위 다툼의 행위가 끝나갈 무렵 엘자가 손가락으로 머리칼을 돌돌 말며 말했다. “네가 날 사랑한다는 거 알아, 요하네스. 하지만 내가 사랑받을 만한 자격이 있나,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어……. 난 나쁜 애야.” (중략)
“만일 진실이 모습을 드러낸다면…… 내가 누구인지, 네가 누구인지 속을 뒤집어 겉으로 보여준다면 그 커다란 진실은 아름다운 동시에 추악할 거야. 내가 살아갈 의지도, 이유도 모두 잃었을 때 네가 내게 했던 말 기억해? 진실은 위험한 것이라 살아가는 데 필요하지 않다고.” 그녀는 ‘진실’이라는 말이 나올 때마다 그것이 고급 와인이라도 되는 것처럼 r(역주-truth의 r) 발음을 굴리며 입천장으로 그 단어를 음미했다. (312p)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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