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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취미생활

[ 양장 ] SEOMIAE COLLECTION 서미애 컬렉션-02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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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9월 30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512쪽 | 604g | 128*188*28mm
ISBN13 9791141607272
ISBN10 1141607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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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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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은 은우가 가여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차 선생의 이기심에 분노가 일었다.
“그래도 목련꽃을 따서 차를 마셨나요? 그 차를 마시기가 두렵지 않던가요?”
“……”
“해마다 목련이 피었죠. 그때마다 은우를 생각했어요. 하지만 이제 전 당신을 생각할 거예요. 당신이 저지른 일을 생각할 거예요.”
유경은 대답은 듣지 않고 차 선생을 남겨놓은 채 다시 산 위로 향했다. 등뒤에서는 아무 움직임도 느껴지지 않았다. 높지 않은 곳이라 곧 능선에 도착했다. 산 위에 올라서자 비로소 산 너머에 뭐가 있는지 보였다. 아파트 단지와 상가, 도로들이 지평선을 따라 펼쳐져 있었다. 멀리 떨어진 곳에서 보는 풍경에는 시멘트와 콘크리트로 이루어진 건물들뿐이었다.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온기와 숨결과 웃음은 보이지 않는다.
---「목련이 피었다」 중에서

이곳은 지루한 곳이다. 나 같은 젊은 여자에게는. 시간은 끔찍할 만큼 느리게 흘러가고 자외선에 늘어난 기미와 주름으로 열 살은 더 늙어 보인다. 서른두 살. 도시에서는 젊다는 말을 꺼내기가 민망할 수도 있는 나이지만 이곳에서는 젖도 안 뗀 어린애 취급이다. 마을회관에서는 잠시도 엉덩이를 붙이고 있으면 안 되는 대기조다. 부녀회장의 말대로 “오십대는 소녀, 육십대는 아가씨, 칠십대는 주부 9단, 팔십대는 어머니”인 세상이다. 그래서 나나 또래들은 마을회관에 가는 것을 꺼린다. 심부름이 싫어서는 아니다. 그보다는 오로지 수다가 유일한 소일거리인 그네들이 무심코 던지는 말 때문이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명절 때만 되면 듣는다는 친척들의 인사말과 잔소리를 이곳에서는 매일 듣는다. 오지랖 넓은 이웃사촌들은 어제 본 얼굴인데도 오늘 다시 만나면 같은 얘기를 반복한다.
“젊은 나이에 촌구석에 처박혀서 제대로 일도 안 하고 어쩌려고 그러냐?” “얼른 좋은 사람 만나야지, 한 번 실패한 건 일도 아니다.” “노후를 생각하면 자식이라도 하나 있어야지.”
---「그녀의 취미생활」 중에서

선우는 지석의 귓가에 대고 작지만 단단한 목소리로 말했다.
“다시는 날 안 보는 게 좋을 거야. 나는 죽는 쪽보다…… 죽이는 쪽을 선택할 거거든.”
선우는 지석의 턱을 겨누던 칼로 지석의 손과 몸에 묶여 있던 끈을 풀었다. 지석이 주섬주섬 백팩을 주워들었다. 선우는 영경의 겉으로 다가가 가만히 손을 잡았다. 선우와 영경은 신발도 제대로 신지 못하고 비틀거리며 방을 나가는 지석의 뒷모습을 묵묵히 지켜보았다. 마지막까지 졸렬하고 흉한 몰골이었다.
---「그래도 해피엔딩」 중에서

독성이 있어서 심었다고요? 초등학교 4학년밖에 되지 않은 나의 머리로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위험물은 해골 표시를 해서 어디 보이지 않는 곳에 보관하거나, 불태워 없애거나, 묻어야 하는 거 아닌가? 할머니는 나의 의아한 표정을 읽었는지 미소를 답을 해주었다.
“독성이 있어서 방충해가 된단다. 벌레가 무서워서 이 근처에는 오지 않지. 독버섯이 왜 화려한 색인지 알아? 나 건드리지 마시오, 라는 뜻이야. 눈에 띄게 조심하라고 경고를 하는 거지.”
할머니는 화초로 시선을 돌렸다.
---「죽일 생각은 없었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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