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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9월 30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312쪽 | 404g | 128*188*20mm
ISBN13 9791141607289
ISBN10 114160728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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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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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착혀, 침착. 아직 뭔 일인지도 모르잖여.”
경찰차가 도착하기 직전 우리 셋은 마치 엄청난 음모라도 꾸미다 들킨 사람들처럼 서로 시선을 주고받았다. 마누라 때린 날 장모 온다고, 하필이면 노루를 지고 내려온 뒤라 지레 겁을 집어먹은 것이다.
“야, 근디 회관에 있는 어른들게 알려야 하는 거 아녀?”
정구의 말에 그제야 노루를 들고 회관 뒤로 사라진 노인들이 생각났다. 날이 퍼렇게 선 칼을 가지고 갔으니 지금쯤 껍질을 벗기고 있을 터였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경찰차는 어느새 우리 앞에 멈춰 섰다. 운전석에서 최 순경이 내렸다. 평소에도 엄살 많기로 유명한 최 순경은 내리자마자 잔뜩 어깨를 움츠리며 몸을 떨었다.
“날씨 한번 겁나게 춥구마? 근디 뭔 일이랴, 이렇게 모여갖고?”
---「누군가 죽는 이유」 중에서

“저기 가운데 죽은 까마귀 보이지? 저놈 때문에 다들 모여있는 거야. 장례식을 하는 거지.”
왠지 가슴 한쪽이 찌르르 아파왔다. 흐엉 생각이 나 리엔도 가만히 까마귀들을 쳐다보며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까마귀도 장례식을 해?”
“까마귀들이 얼마나 머리가 좋은지 알아? 저렇게 친구가 죽으면 그 근처에 모여. 그리고 주위를 돌면서 어떻게 죽었는지, 왜 죽었는지 살피는 거야. 주변에 위험이 남아 있는지도 확인하고.”
리엔은 신기한 생각이 들었다. 까마귀도 친구의 죽음을 밝히려고 한다니, 조금 전 식당에 모였던 친구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지금은 조용하지? 처음에는 대장쯤 되는 까마귀가 울어서 동료를 불러모으고, 모이면 차츰 조용해져. 사체 주변을 돌면서 조용히 살피고 의논을 하는 거지. 이럴 때는 가까이 안 가는 게 최고야.”
“왜요?”
“죽은 새 옆에 있으면 내가 죽인 걸로 오해하거든. 그러면 나를 볼 때마다 다가와서 울어대고 위협을 할 거야.”
---「까마귀 장례식」 중에서

동욱이 핸드폰 화면을 확인하더니 표정이 굳어졌다. 동욱은 말없이 혁주와 민재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왜? 마누라가 얼른 오래? 참, 너 이혼했지?”
민재가 또 낄낄거리며 동욱을 건드렸다. 동욱은 민재의 농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핸드폰 확인해봐.”
그제야 혁주와 민재도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각자의 핸드폰을 꺼내 확인했다. 단톡방에 형기가 올린 글이 보였다. 방금 만든 방이었다. 성호는 없었다.

인스타에 성호 학폭 떴다.

“이게 뭔 소리냐?”
혁주가 물었지만 누구도 대답하지 않았다. 다들 성호의 인스타를 확인했다. 수많은 댓글을 뒤졌지만 원하는 글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그때 단톡방에 다시 형기의 글이 올라왔다. 댓글을 캡쳐한 이미지였다.

뻔뻔하구나 유성호, 친구를 끔직하게 죽인 살인자.
십팔 년 전 너의 폭력과 괴롭힘에 죽은 김영서를 기억하겠지?
---「이렇게 자상한 복수」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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