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호모 사케르’(Homo Sacer), 이름은 엘-고라니, 13세인지 14세인지 본인도 모른다. 수감번호 269번, 이육사를 떠올렸다. 위키리크스의 기밀문서를 보면 관타나모 사령부는 이 소년을 “고위험, 고위협, 정보 가치 중급”으로 분류했다. 어떤 중학생이기에 제국에 ‘고위험, 고위협’ 분자가 될 수 있단 말인가. 로마 제국 시기, 호모 사케르는 죽여도 되는 존재였다. 어떤 명예도 허용되지 않는다. 21세기에 제국은 호모 사케르를 재탄생시켰다. 이들은 인간이 아닌 그저 일종의 생물체다. 그래서 눈을 가리고, 입과 귀를 막고, 동작은 금지된다. 매일 고문해도 된다.
기밀문서는 소년이 1993년부터 알-카에다 런던 세포 조직원이자 자살특공대원이라고 했다. 소년은 그때 자기 나이가 6세였다고 했다. 사우디에서 영어를 배우기 위해 파키스탄으로 갔다. 9.11이 터졌다. “파키스탄 정부가 5,000달러에 미국에 팔아넘겼다.” 제국은 테러리스트가 필요했다. 영문도 모르고 끌려간 소년에게 수백 수천의 관타나모 ‘이근안’이 말한다. “넌 노예야! 우리가 파키스탄 놈들한테서 널 돈 주고 사 왔다고!”
소년은 이슬람에 흑인이다. ‘벌거벗은 생명’만이 그가 가진 모든 것이다. 그래도 외친다. “테러리스트는 당신들이야! 우리를 납치해서 여기로 데려왔잖아.” 철벽과 마주해 싸운다. “우리가 합심해서 싸워야 아주 작은 자유라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웃으면서 싸운다. “운다고 해서 석방시켜 주지 않아요. 계속 웃으면서 결코 저들이 원하는 대로는 해 주지 말아요.”
제국의 ‘칠성판’에 처음 누울 때 미디엄 옷을 입었는데, 라지 또는 엑스라지를 입을 때 풀려났다. 매일 맞아도 키는 자랐다. 미국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8년 만이다. 하지만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법적으로 무죄지만, 관타나모에 있었기 때문에 유죄다. 석방 후에도 각국 정부는 그를 풀어 주지 않았다.
제국은 아프리카계 한 흑인 청소년과 싸웠다. 그리고 패배했다. 14세가 넘었다면, 이 책을 읽어야 한다. 제국이 무너지고 있다. 이유가 궁금하지 않은가.
- 이해영 (<다극화포럼> 이사장, 한신대학교 교수)
2001년 9월에 나는 으드르라는 이란에 붙어 있는 워낙 보수적인 곳을 떠나 이즈미르라는 누드 비치가 있는 진보적인 도시에서 문화 충돌을 겪고 있었다. 그러던 찰나에 9.11 테러 사태가 일어났다. 나와 거의 동갑인 이 책의 주인공 무함마드 엘-고라니의 이야기는 비슷한 방향에서 시작되었지만 다르게 전개되었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보면서 나의 첫 국적과 유학하러 왔던 나라에게 감사하게 되었다. 이 슬픈 현실을 솔직하게 말하자면, ‘국적에는 값이 있더라고요’.
이 책은 단순히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을 하면서 일어났던 반인권적인 일들을 한 명의 피해자의 눈으로 보여 주는 것이 아니다. 이 책은 단순히 ‘오케이, 9.11 테러를 일으킨 사람들이 무슬림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무슬림이 테러리스트는 아니다. 그런 편견을 가지게 되면 이 사람 같은 피해자를 만들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주는 것도 아니다. 저자가 얼마나 의식했는지 모르겠지만, 이 책이 보여 주는 것은 따로 있다. ‘사람의 출생지는 곧 그 사람의 운명’이라는 것. 이 책은 1차 대전 이후부터 꼬인 이 지역의 사람들의 피할 수 없는 운명을 보여 주고 있다. 그 끝에 빛이 보이지 않는 터널에서 달려가고 있는 사람들을 보여 주고 있다. 한 줄로 정리하자면, 이 책은 이 지역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보여 주고 있다.
- 알파고 시나씨 (작가, 언론인, 유튜브채널 <알파고의 지식램프> 운영)
『관타나모 키드』를 누명을 쓰고 관타나모 수용소에서 구금당했던 어느 무슬림의 이야기라고만 소개하는 건 이 책의 가치를 과소평가하는 꼴이 될 것이다. 무함마드 엘-고라니의 비극은 세계 최고라는 미국의 정보, 수사 기관들이 얼마나 마구잡이식에다 허술하기까지 한지를, 선출직 공무원이 정부를 운영하는 국가에서는 일소되었다고 알려진 고문들이 21세기 민주주의 국가에서 얼마나 거리낌 없이 자행되었는지를 가감 없이 보여 준다.
하지만 이 책에 강렬한 생명력을 더해 주는 것은 엘-고라니와 동료들이 배고픔과 추위, 구타 말고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아 보이는 수용소에서 인간다움과 유머를 잃지 않고 살아가는 모습이다. 불행하게도 엘-고라니의 진짜 비극은 그가 수용소에서 석방되는 순간 시작한다. 그는 근거 없는 의심과 선입견에 쫓겨 어디에도 정착하지 못한 채 이 나라 저 나라를 전전한다. 분명 지금 이 순간에도 아프리카 어딘가를 떠돌고 있을 엘-고라니의 불안은 오늘날 한국 사회를 떠도는 수많은 “이방인들”을 떠올리게 한다. 『관타나모 키드』가 엘-고라니 개인의 비극일 뿐 아니라 현재를 사는 우리 사회의 이야기이기도 한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 한승태 (작가, 『고기로 태어나서』,『어떤 동사의 멸종』,『퀴닝』)
『관타나모 키드』는 코미디를 사용하는 데 성공했고, 무함마드 엘-고라니는 독자를 웃음 짓게 만든다. 그러나 이것이 관타나모 수감자들이 경험한 진실과 공포를 결코 손상시키지 않는다. 희망의 여지가 없어 보이는 곳에 작은 딱따구리가 구멍을 열어 햇빛이 빛을 발하던 것을 본 그의 경험은, 이 책을 통해 우리의 것이 된다. 진심으로 추천한다.
- 소니아 라소 (국제엠네스티 출판프로그램)
무함마드 엘-고라니는 기소와 재판 없이 구금되어 잔혹한 고문과 학대를 당했다. 미국은 그가 한 번도 방문한 적 없는 나라에서 6세에 알-카에다 지부장이 되었다며 8년 동안 감독에 가뒀다. 그의 이야기는 미국의 관타나모 프로젝트와 그것의 기반이 된 잘못된 ‘정보’의 잔혹한 부조리를 폭로한다. 그러나, 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그의 이야기는 가장 어두운 시기를 살아남은 한 인간의 이야기다. 중요한 이야기를 전달하는 혁신적이고 놀라운 시각적 방법을 채택한 이 책은, 세상의 모든 사람이 읽어야 한다.
- 클라이브 스미스 (형 집행 유예 운동 단체 리프리브 창립자, 무함마드 엘-고라니 재판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