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 보면 해가 빛나고 새들이 노래하고 있을지도 모르지.」 그녀는 어린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달래듯 말했다. 내일 날씨가 맑지 않을 거라는 남편의 신랄한 말이 아이의 기를 꺾어 놓은 것을 잘 알기 때문이었다. 등대에 가겠다는 것은 아이에게는 아주 중요한 일인데, 날씨가 안 좋을 거라는 남편의 냉정한 말로 충분치 않다는 듯이 저 밉살스러운 젊은이까지 끼어들어 찬물을 끼얹는 것이었다. 「내일은 날씨가 좋을지도 몰라.」 그녀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 p. 23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매혹되어 꼼짝할 수 없는 채로 불빛을 바라보면서, 마치 그것이 그 은빛 손가락으로 그녀의 머릿속에 밀봉되어 있는 어떤 것을 쓰다듬기나 하는 듯한, 그 어떤 것이 터지기만 하면 기쁨으로 넘쳐흐를 듯한 기분으로, 자신은 행복을, 절묘한 행복, 강렬한 행복을 맛보았었다고 생각했다. 날빛이 시들어 바다에서 푸른빛이 빠져나가자, 불빛은 거친 파도를 조금 더 밝은 은빛으로 물들였고, 순수한 레몬빛 파도 속에 뒹굴었다. 파도가 휘어지며 부풀어 해변에서 부서지자, 그녀의 눈 속에서도 황홀감이 터졌고 순수한 기쁨의 파도가 그녀 정신의 바닥을 질주했다. 이걸로 충분해! 이걸로 충분해! 하는 느낌이었다.
--- pp. 89~90
이것, 저것, 그리고 또 저것. 그녀 자신과 탠슬리, 그리고 부서지는 파도. 램지 부인이 그런 것들을 한데 모았고, 램지 부인이 [인생이 여기 멈출지어다]라고 말했고, 램지 부인이 그 순간을 무엇인가 영속적인 것으로 만들었으니(릴리 자신이 또 다른 차원에서 순간을 영속화하려 애쓰듯이) ─ 그런 거야말로 계시인 셈이었다. 혼돈의 와중에 형태가 있으니, 이 끝없이 흘러 지나가는 것이 (…) 문득 정지하는 것이었다. 인생이 여기 멈출지어다, 램지 부인은 말했다. 「램지 부인! 램지 부인!」 그녀는 거듭 불러 보았다. 그 모든 것이 부인 덕분이었다.
--- p. 212
그녀는 자신의 그림을 바라보았다. 어쩌면 그것이 그의 답일 수도 있었다 ─ [당신]이라든가 [나], [그녀] 같은 것은 지나가고 사라지며,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모든 것이 변하지만, 글은, 그림은, 그렇지 않다. 그녀의 그림은 다락방에 걸리거나 둘둘 말려 소파 밑에 처박힐지도 모르지만, 설령 그런 그림이라 해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시시한 그림이라 해도, 실제 저 그림이 아니라 그것이 그리고자 했던 것에 대해서는, [영원히 남는다]고 말해도 좋을 것이었다.
--- p. 2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