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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도 있었다 2

: 한국 근현대 미술을 만든 여성들

[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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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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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4년 10월 10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448쪽 | 1038g | 171*242*30mm
ISBN13 979118789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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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대학 진학을 포기한 윤석남은 고등학교 졸업 직후 취직해 동생들을 뒷바라지하다가 결혼해서 한동안 가정주부로 평범한 삶을 살았다. 그러나 마흔을 바라보던 1979년 봄에 아무런 목표 없이 이렇게 살다가는 미쳐버릴 것 같다는 생각에 미술가가 되기로 결심하고 이를 과감히 실행에 옮겼다. 그의 뒤늦은 도전은 생존이 달려 있다고 느낄 만큼 절박한 것이자 동시에 사회적 존재로서의 자신을 찾아가는 긴 항해의 시작이었다. 윤석남의 예술은 실존하는 한 인간으로서, 여성의 몸을 가지고 구체적인 경험을 하며 살아가는 아내이자 어머니로서, 그리고 창작 활동을 통해 자유로움을 얻어가는 예술가로서 자신이 누구인지, 왜 사는지, 그리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규명해가는 과정이었다.
--- p.23

근대 이후 한국의 여성 미술가들에게 작가로서의 주체성을 확립하는 일, 다시 말해 남성 중심적인 미술계에서 작품과 여타 활동으로 두각을 나타내는 일은 여성성을 형성하는 데 전제가 되는 조건이었다. 여성 미술가들은 남성들의 미술 언어로 전업 미술가의 지위를 획득하면서 ‘여류’라는 호칭을 얻었다. 그러나 곧 이를 여성들 간 연대의 용어로 전유하고 자신들의 전시를 꾸림으로써 여성 미술가의 위치를 독자적으로 생산해냈다. 이렇게 본다면 윤효준의 작가로서의 행보는 그 자체로 무성 혹은 남성으로 여겨왔던 여성 추상미술가의 ‘여성 되기’의 과정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윤효준의 작업에서는 이뿐 아니라 남성적 추상 언어를 자신의 것으로 완전히 옮겨내려는 끊임없는 노력, 그리고 그로 인해 작품에 내포된 여성적 정체성 역시 발견된다.
--- p.74~75

“참다운 예술은 진정한 순수함을 원한다. 모든 복잡함이나 기술을 떠나, 단순함이 남아 있을 때 예술은 살아난다”는 작가의 말처럼, 노은님의 작품은 단순하고 천진하며 소박하다. 그렇기에 진실되다. 커다란 한지 위에 위아래 구분도 없이 자유롭게 그려낸 자연의 형태에는 생명의 기운이 담겨 있고, 단순하지만 자유로운 붓질 뒤편의 여백에는 시적 함유가 가득하다. 이처럼 자연을 화두 삼아 지난 50년간 많은 족적을 남겨온 노은님에 대해 국내의 연구가 미비한 것은 ‘파독 간호사’라는 독특한 이력과 비교적 뒤늦게 화가로서의 삶을 시작한 것, 그리고 주로 유럽에서 활동했다는 이유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당대 유럽과 한국의 주류 미술에 편입하지 않고 독창적인 작업세계를 확장시켜온 그에 대한 후속 연구가 이루어질 때 비로소 한국 현대미술사의 비워진 페이지를 채워 나갈 수 있을 것이다.
--- p.133

작가 정강자의 옷을 벗는 행위에 성적 의미를 부여하고, 그것에 다시 본능적이고 충동적이라는 틀을 덧씌우게 될 때, [투명풍선과 누드]는 예술이 아닌, 순간의 열정을 참지 못한 광란의 행위가 된다. 그래서일까. 이 작품이 발표된 해에 언론은 정강자에게 ‘광녀(狂女)’의 칭호를 부여했다. 그러나 예나 지금이나 통념을 뛰어넘으며 체제에 맞서는 여성들은 모두 광녀이다. 그리고 정강자의 시대에서 오늘에 이르기까지, 이 광녀들은 비록 쫓겨날지언정 절대 사라지지 않았다. 위험함은 저항하는 광녀들의 힘이자 무기이기에, 정강자의 ‘위험한’ 몸과 이를 통한 성(性) 정치는 현재의 그들에게도 여전히 의미를 지닌다. 여성주의 미술로서의 [투명풍선과 누드]의 의의는, 이처럼 수많은 다른 위험한 몸들의 탄생 과정에서 발견되고 있다.
--- p.260

페미니스트 작가 엘렌 식수의 말을 빌리자면, 여성은 태아라는 타자를 품을 수 있는 모체(matrix)로서의 어머니이자 타자로부터 태어난 딸이며, 이처럼 나와 타자가 하나이자 동격의 둘로서 공존하는 여성들은 다른 많은 타자들과의 관계 맺음을 통해 확장되고 더 큰 가능성을 갖게 된다. 이러한 여성성은 타자보다는 자아를 최우선으로 두는 남성·이성 중심주의에 반하는 것이자, 자크 라캉이 말하는 아이가 어머니와 강한 일체감을 이루는 상상계, 즉 아이가 아버지로 인해 어머니의 세계로부터 떨어져 나와 언어라는 상징적인 질서 구조로 진입하는 상징계 이전 단계의 특성과도 맞닿아 있다. 한편 상징계의 언어 구조는 사진 매체의 프레임으로 대치하여 고려될 수 있는데, 프레임이 주체와 객체 사이를 갈라놓는 동시에 외부 세계라는 기표를 재단하고 상징하는 기호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진 프레임의 수직적인 권력에도 불구하고 이정진은 그 권한을 거부하고 주체와 타자를 수평적인 관계 속에 끊임없이 위치 지으며, 나아가 사진 프레임 자체에 의문을 던진다.
--- p.378~3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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