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에는 내가 이렇게 되리라고 생각지도 못했다. 월급 100만 원을 받던 물리치료사 출신으로 1,000만 원으로 시작한 병원 사업이 현재 자산 1,000억 규모의 의료재단이 되리라고 주변 사람 그 누구도 생각지 못했다. 과거 대학 시절부터 지금까지 흙수저였던 나는 작게 도전해서 작게 성공하는 나만의 성공 법칙을 스스로 깨달았다. 이제 그 성공 법칙을 바탕으로 모든 것에 무로 돌아가서 어묵 장사든 풀빵 장사든 어떤 일을 하게 되더라도 무조건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 p.14
국내 최고의 서울아산병원서 시골 요양병원 이사장에 불과한 내게 왜 강의를 요청했을까? 그것은 바로 진정성 있는 존엄케어를 가능하게 한 우리 병원의 감사·나눔, 즉 긍정의 문화 때문이었다.
--- p.20
의료진이라는 이름으로 인간으로서 존중받을 권리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 사람은 누구나 싫으면 싫다고 할 권리가 있다. 밥 먹기가 싫으면 싫다고 할 권리가 있고 기저귀 차기가 싫으면 싫다고 할 권리가 있다. 그러나 지금 한국의 노인요양병원은 공급자의 편의성 논리에 따라 기저귀를 차기 싫어도 차야 하고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어도 묶여야 하는 경우가 많다. 팔다리를 묶는 것은 그분의 인생을 묶는 것과 같은데도 말이다.
--- p.80
돈 없는 사람은 질 나쁜 병원에 가야 하고 돈 있는 사람만 좋은 병원에 갈 수 있는 사회적인 폐단은 개선하는 것이 옳다. 인간으로서 기본적인 인권이 지켜질 수 있도록 전국 어떤 병원을 가도 간병비를 포함한 병원비 구조가 동일해야 한다.
--- p.81
우리가 치매라고 부르는 인지증 환자를 환자 입장에서 이해하고 옆에서 보살피면서 말을 들어주고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지켜봐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왜 집에서는 폭력적이었던 환자가 그 병원에서는 앞에 유리컵을 두고 사용할 수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예를 들어 환자의 배회는 화장실을 찾거나 집에 가고 싶어 하는 마음의 표현이다. 불안해하는 사람에게는 직원들이 노력해서 안심하게 해주는 것이 진정제보다 훨씬 나은 문제해결이고 사명이라고 했다.
--- p.85
말 그대로 쉬운 것부터 하자고 시작한 것이 지금은 벌써 11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쉬운 것 하나! 그것부터 찾아서 해나가다 보니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하나씩 해결되어 갔다. 억제대를 쓰지 않은 성공 사례, 탈기저귀 성공 사례가 나오면 모든 직원이 알 수 있도록 사례 발표를 했다. 또 낙상 방지를 위한 온돌병실 설치, 탈침대를 위한 주말 재활치료와 작업치료, 놀이 프로그램, 주 2회 이상 목욕, 모닝케어 등 우리 병원만의 존엄케어 프로그램이 수십 가지 만들어졌다.
--- p.98
마지막 노년의 삶이라 해도 인간으로서의 존엄은 유지돼야 한다. 이런 노인 환자의 삶에 대한 의지를 병원 종사자들이 꺾어버린 것은 아닌가 하고 성찰했다. 이런 인식을 바꾸고 노인병원도 생동감 있게 운영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렇게 해서 내린 결정이 재활치료와 재활 프로그램의 활성화였다
--- p.111
억제는 신체적 억제, 화학적 억제, 언어적 억제 세 가지로 구분해볼 수 있다. 신체적 억제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환자 안전이라는 명목 아래 암묵적으로 이루어진다. 화학적 억제는 치매 환자, 폭력성 환자, 배회하는 환자 등을 약물로 잠들게 해서 신체적 기능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언어적 억제는 아무렇지 않게 행해지는 경향이 있다. “어르신, 위험하니깐 하지 마세요.” “하면 안 돼요.” “그러지 마세요.” 이런 말들이 환자의 의미 있는 움직임을 억제할 수 있다. 직원 입장에서 환자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고 의미 없는 행동으로 치부하고 억제하는 것이다.
--- p.115
기저귀를 차는 순간부터 정상인으로서의 능력이 끝났다고 느낀다. 인간으로서 최고의 수치인 것이다. 말 그대로 인간다운 삶을 포기하는 것이다. ‘대소변도 못 가리는데 이렇게 살아서 뭐 하나? 빨리 죽어야겠다.’ 이렇게 생각하게 된다. 기저귀는 사실 환자 중심이 아니라 병원 중심의 해결법이다.
--- p.121
존엄케어 운동은 우리 병원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노인의료의 선진국이라 할 수 있는 유럽과 일본의 문화를 배워 우리 병원만의 이념, 철학, 핵심가치를 만들었다. 여러 성공 사례를 발굴하여 공유함으로써 우리는 이렇게 좋은 일을 하고 있다는 자기애를 높일 수 있었다. 일반 요양병원이 아니라 존엄케어로 유명한 병원에서 근무한다는 애사심을 느끼는 계기가 됐다.
--- p.124
이 환자는 우리 병원에서 실시하는 4무2탈의 존엄케어가 모두 적용된 사례다. 누워서 입원한 환자를 묶지도 않았고 기저귀를 채우지도 않아서 욕창도 와상도 없었다. 나중에 환자에게 왜 그렇게 욕하고 공격적이었냐고 물어보았다.
“서울에서 처음 병원에 갈 때부터 여기 오기 전까지 나한테 다가온 사람은 모두 나를 묶으려고 한 사람밖에 없었어요.”
이분은 나름대로 스스로를 방어한 것뿐이었다. 환자의 대답을 듣고 우리는 환자의 니즈를 소중히 생각해야 하는 존엄케어 정신을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
--- p.128
게다가 아직 제도화되어 있지 않지만 ‘방문 케어’도 실시하고 있다. 환자가 퇴원한 다음에 집에 방문하는 프로그램이다. 퇴원한 환자가 집에 가서 잘 지내는지, 턱에 걸려 넘어져서 다치지는 않는지 확인하는 이른바 애프터서비스 개념의 서비스다. 따로 돈을 받는 것은 아니지만 일본에서 실시하는 ‘방문연계치료’를 우리식대로 실천하고 있다.
--- p.138
5감사 카드를 쓰면서 나도 느낀 게 있었다. 평소에 간부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참 많았는데 표현한 적은 거의 없었다. 간부들 한 명 한 명에게 감사카드를 쓰면서 감사를 표현하는 것이 중요함을 느꼈다.
아무리 마음속에 좋은 생각을 가지고 있어도 표현하지 않으면 모르는 것이다. ‘가족이니까 당연히 알겠지’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소중한 가족이나 사람일수록 더 자주 “사랑해.” “고마워.” “감사해.”라고 표현해야 한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은 오늘 당장 예쁜 종이 위에 소중한 가족, 부모님, 배우자, 자녀들에게 보내는 5감사를 써보길 바란다. 카드나 편지를 전달할 여건이 안 되면 문자라도 보낼 것을 추천한다.
--- p.146
당연한 것에 대한 감사가 쌓이다 보면 내가 누리고 있는 것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숨쉬는 것, 아프지 않은 것, 가족과 여행 가는 것, 직장에 다니는 것, 이런 모든 것에 감사를 느끼게 될 것이다.
--- p.147
매일 쓰다 보니 특별하게 쓸 거리가 없어서 일상생활 중에 일어나는 평범한 것에서 감사거리를 찾았다. 감사할 거리를 찾다 보니 점점 동료의 단점보다는 장점을 보게 됐다.
--- p.149
병동에서 환자 한 분이 대변을 보기 위해 가다가 참지 못하고 휴지통에 대변을 눈 일이 있었다. 5감사 쓰기를 시작하기 전 같으면 그 간호사도 “왜 하필 내 근무시간에 이런 일이 일어나는데. 짜증 나!”라고 했을 것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 환자분 휴지통에 대변 보셔서 치우는데 힘들었지만 그래도 낙상사고 없어서 감사합니다.”라고 쓰여 있었다. 평소에 성격 좋은 간호사로 평판이 있던 사람이 아니었다. 3개월 정도 매일 쓴 5감사가 인간의 내면에 원래 있던 착한 본성을 끌어낸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감사운동을 착한 마음을 끌어내는 트레이닝이라고 생각한다.
--- p.150
독서토론을 통해서 직원들이 지금 할 수 있는 작은 일을 실천함으로써 작더라도 성공하는 경험을 하기 바랐다. 지금은 작은 성공일지라도 그것이 여러 가지 파생효과를 일으키면 변화가 생긴다. 작은 도전, 작은 실천, 작은 성공이 반복되면 성공하는 습관과 원리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 습관이 5년에서 10년 정도 지나면 지금은 상상하지 못할 기적이 일어난다는 나만의 성공법칙을 알려주고 싶었다. 그때는 이미 무얼 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뭘 해도 성공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 있으니까.
--- pp.155~156
100감사를 쓰면서 그간 기억 저편에 묻혀 있던 파편을 끄집어내다 보면 잊고 있던 일들에 대한 감사한 마음이 다시 들기도 한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다. 고마운 이야기도 시간이 지나면 잊어버린다. 100감사는 잊고 있던 감사를 다시 떠올려 소중한 만남과 인연을 더 소중하게 만들어준다.
--- p.157~158
이분들이 돈을 받았기 때문에 변한 것이 아니다. 외부 간병협회 소속이지만 동등한 대우를 받으면서 직원들과 파트너십을 이룰 수 있게 된 것이 진짜 이유였다. 간병사들의 마음을 얻은 것이다. 이것이 존엄케어에 진정성을 더하게 된 결정적인 비결이다. 『육일약국 갑시다』의 김성오 대표가 이야기하던 ‘마음경영’이 이루어진 것이다.
--- p.171
내가 이해하는 행복한 일터란 단순히 급여가 많거나 근무조건이 좋은 직장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힘든 일이 있어도 동료들과 으쌰으쌰 서로 격려하고 좋은 일이 있으면 함께 나누는 직장, 말 그대로 가족 같은 분위기의 직장을 말하는 것이다. 행복한 일터를 만들기 위해서 간부들이 직원들 위에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솔선수범하는 리더십으로 부하직원들을 이끌어야 한다. 부하직원들은 상사들을 존경하고 믿고 따르는 팔로워십이 있어야 한다. 고객 우선의 가치를 실천하려면 직원이 행복해야 한다. 고객이 행복하고 직원이 행복하면 경영자인 나도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꿈의 직장을 만들고 싶었다.
--- p.178
우리 병원에서는 매주 월요일에 확대간부회의가 열린다. 평직원들도 부서마다 한 명씩 돌아가면서 이 회의에 참석하도록 했다. 간부회의에서는 병원에서 추진 중인 핵심 사업과 중단기 계획에 대한 간부들의 의견을 들을 수 있다. 무엇보다도 CEO의 이념과 철학을 직접 들을 수 있는 자리다. 평직원들이 간부회의에 참석하면 병원 돌아가는 사정을 공유할 수 있다.
--- p.178
그런데 감사 펀드 실시 이후에 칭찬게시판에 한 사연이 올라왔다. 한 간호사가 인공호흡기를 달고 있는 환자를 목욕시키기 위해 엠부(수동식 인공호흡기)를 짜면서 목욕실에서 목욕을 시켰다는 이야기였다. 아마도 국내에서는 유일한 사례일 것이다.
나 역시도 깜짝 놀랐는데 이 사례를 서울아산병원에서 강의할 때 소개했다. 서울아산병원 간호사들도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다들 “저렇게도 할 수 있구나!” 하고 감탄했다고 한다. 경영자로서 굳이 시키지 않아도 존엄케어를 실천하기 위해 스스로 아이디어를 내고 노력하는 직원들이 자랑스러웠다.
--- pp.193~194
“어려울 것이다.” “망할 것이다.”
내가 처음으로 개인 의원에서 병원 사업을 시작했을 때, K정형외과 운영을 맡았을 때, 예천 경도요양병원을 신축할 때, 안동 복주회복병원을 경매로 인수할 때 주위 사람들이 한 말이다.
그만큼 위험부담이 컸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리스크가 크면 그만큼 성공의 열매도 크다. 나는 남들이 어렵고 불가능하다는 일에 대해 오히려 노력하면 반드시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키운다.
--- p.212
이럴 때 우리 병원의 결정 원칙이 가동된다. 고객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해서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직원들의 이익을 위해서 평소보다 많은 휴일수당을 지급한다. 이것이 결과적으로 병원에는 손해만 끼칠 것 같은데 고객만족도가 올라가고 직원만족도가 높아져 이직률이 떨어지기 때문에 결국엔 병원에 이익으로 돌아온다. 고객과 직원을 위한 투자는 결국 경영 성과로 이어진다.
--- p.221
시간이 갈수록 여러 가지 요인들이 더해지면서 간병비 적자폭이 줄어들고 있다. 존엄케어 서비스의 질에 대한 투자가 이익으로 되돌아오는 선순환이 이루어지고 있다.
“싸게 해드릴 테니 오세요.” “잘해드릴 테니 오세요.”의 경쟁에서 당장의 수익만을 보지 않았던 것, 사람을 소중히 하면서 투자에 과감했던 것이 나만의 차별화 경쟁력을 만든 것이라고 생각한다.
--- p.224
누구나 신뢰가 없는 사람으로 취급받는 것은 싫어한다. 그리고 경영자가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직원들은 믿고 따를 수가 없기 때문에 경영상 난관에 부딪힐 수도 있다. 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여러 가지 여건상 하기 힘들다면 나는 공개선언을 해버린다.
--- p.236
누구나 책 속에서 인생을 바꿀 지혜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읽기’ 자체가 습관이 되어 있지 않다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럴 땐 무리하지 말고 하루에 딱 15분만 투자해보기 바란다. 하루에 1페이지만 읽어도 좋다. 출근할 때, 퇴근할 때, 아니면 점심을 먹고 난 뒤 차를 마시면서 잠깐의 시간만 투자하면 ‘읽기’를 습관으로 만드는 데 무리가 되진 않을 것이다. 하루 15분도 시간을 낼 수 없다면 그것은 정말 바빠서라기보다는 핑계를 일부러 만들고 있는 것이라고밖에 해석할 수 없다.
--- p.237
존엄케어를 통해 환자들을 위한 좋은 서비스와 환경을 제공하고, 존엄케어를 실천하느라 힘들어진 직원들에게 최대한 복리후생을 실시하고, 감사 펀드를 통해 소외되고 어려운 이웃들을 지원하는 사회적인 나눔을 실천하는 것. 이것들 모두 ‘베풂과 나눔에는 조건이 없어야 한다.’라는 원칙 하에 이루어지고 있다. 많은 비용이 소요되지만 나눔을 통해 나도 행복한 경영자가 되어가고 있다.
--- p.243
“미치면 미친다狂及.”라는 말이 있다. 쉽게 얘기해 미칠 듯이 노력하면 꿈에 다다른다는 뜻이다. 노력이란 조금 깨작대고 마는 수준이어서는 안 된다. 그야말로 ‘미친놈’ 소리를 들을 정도로 노력해야 인생에 변화가 조금씩 나타날 것이다.
--- pp.252~253
직원들은 병원에 망치 소리가 끊이지를 않는다고 공사 좀 그만하자고 말한다. 그렇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망치 소리가 멈추는 순간이 내가 현실에 타협하는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경영자가 변화를 두려워할 때 그 조직은 존립이 위험해진다.
--- p.255
부모님이 물려준 재산도 없고 특출난 재주도 없는데 어떻게 하면 성공할 수 있냐고 묻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동서고금을 통틀어 성공한 사람들을 잘 살펴보면 부모님에게 물려받아서 성공한 사람보다는 자신이 가진 핸디캡을 극복하려고 한 발 한 발 내딛으며 노력하다 보니 남들이 이루지 못한 일을 해낸 사람이 훨씬 많다. 가진 게 없고 타고난 게 없다면 한 방에 큰 걸 얻으려는 꼼수를 부릴 것이 아니라 한 발을 내딛게 하는 작은 성공의 경험을 해야 한다.
--- p.2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