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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이후, 사회

: 참사 다음의 삶과 권리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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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10월 29일
쪽수, 무게, 크기 244쪽 | 310g | 135*205*16mm
ISBN13 9791186036815
ISBN10 1186036818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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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6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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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불공정하고 불평등한 정치적 조건’에 의해 국가로부터 쫓겨나고, 편안하고 안전하게 잠들 곳을 잃어버리고,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모든 역량을 투여해야 하는 상황에 언제든지 놓일 수 있는 존재다. 이러한 상황에 처하지 않기 위해서는 자신의 ‘거주지와 생명의 지속을 위한 필수 요건들’을 서로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이러한 상호의존성은 인간의 취약성, 즉 온전히 자신의 힘만으로는 자기 보존을 지속할 수 없다는 실존적 조건으로부터 비롯된다.
--- p.47

인정이론의 관점에서 중요한 것은, 이러한 유가족들의 감정 반응이 단순히 가족을 잃은 슬픔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즉, 인정투쟁으로서의 유가족 운동은 슬픔과 분노와 같은 감정에서 출발하지만, 그 핵심은 단순히 정동의 긍정적 전환을 통한 정치화 가능성에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는 대체 불가능한 상호작용 상대자의 죽음으로 인해 정서적 인정이 훼손되었고, 곧 사회적 인정 질서와 이에 대한 규범적 기대가 훼손된 데서 비롯된 규범적 투쟁이라는 점에 있다.
--- p.80~81

외상을 사회문화적 문제로 보고 사회문화적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연대를 조직하고 분투하는 정치적 실천들은 ‘저 멀찌감치 있는 고통’을 가까이로, 우리 모두의 문제로 끌어오는 작업이다. 고통을 치유하기 위해, 사회의 도덕성과 인권을 구축하기 위해, 인권의 회복을 위해, 심리적 치료가 진정한 치유이기 위해, 더 나은 사회를 위해 우리 사회는 외상을 구성하는 사건의 사회관계적 조건들, 제도적 영역들, 행정적 절차들, 문화적 요인들에 가까이 접근하고 자세히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그 어떤 외상적 사건의 해결도 사건과 경험에 대한 설득력 있는 서사의 창출과 책무성에 달려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아울러 피해자와 생존자의 개인적, 심리적 외상이 단지 사태만으로 주어진 당연한 실재가 아니라, 해석투쟁의 정치적 실재임을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
--- p.111

애도가능성의 평등에 대한 요구는 특정한 인구 집단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예컨대 시민이 아닌 자들에게도 애도받을 권리가 있음을 인정하라는 요구뿐만 아니라, 버틀러가 언급한 대로 “그 사람이 지금 죽든 언제 죽든 죽었을 때 애도받을 만하다”는 것에 대한 요구이기도 하다. 따라서 애도가능성의 평등은 특정 생명이 죽음에 이르게 된 상황과 시기를 막론하고 애도받을 권리가 있다는 주장을 내포한다. 이처럼 애도가능성의 평등 안에서 애도의 권리는 생명권과 결합될 수 있다. 생명권이 모든 기본권의 조건이 되는 기본권으로서 삶의 기본적인 권리라면, 애도가능성의 평등은 이러한 삶의 가치를 죽음과의 관계 속에서, 즉 그 생명이 박탈되었을 때 언제든 애도받을 수 있다는 가능성 속에서 가늠되는 규범이다.
--- p.147

‘재난’의 당사자로 자신을 위치 지으며, 재난의 사회적 의미와 구조적 원인보다 재난을 야기한 인물에 대한 보복에 도덕적 정당화를 향하게 한다. 피해자와 동일시 차원에서 서사를 추동하는 것은 ‘그날’, 그리고 예측하지 못했던, 철저하게 끔찍한 폭력으로서 재난의 경험이다. 특정 인물에게 과잉된 책임과 비난을 귀속시키는 것은 분명 매력적인 서사다. 의심할 여지 없이 이러한 재난서사는 중층적인 원인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이야기보다 듣기에 더 편하다. 동시에 이러한 재난서사로 인해 우리는 재난에 대해 더 광범위한 설명을 구성하고 말하고 전달해야 하는 책임성에서 손쉽게 면책된다.
--- p.171

세월호 참사를 지나 이태원 참사를 경험하며, 우리는 보편적 안전권에 대한 보증이 없는 상황에서 재난 피해자의 권리 요구가 불가피하게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음을 실감했다. 마찬가지로, 신자유주의적 안전권력을 해체하고 재구성하지 않는 한, 안전권의 온전한 실현이 얼마나 위태로운 희망인지를 절감하고 있다. 신자유주의적 안전이념은 재난에서, 그리고 재난과 일상의 경계가 점점 더 모호해지는 ‘재난의 일상화’가 가속화되는 현시점에서, 인종과 젠더, 섹슈얼리티, 계급, 장애 여부 등에 영향을 끼치는 모든 영역에서 “사회진화론적 생명정치”를 강화하고 있다.
--- p.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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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유가족들이 겪은 2년을 돌이켜보면 대한민국의 재난 참사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으로 참사가 발생하고, 기억을 지우려는 권력자들에 맞서 잊히지 않으려는 사람들의 치열한 싸움이 이어집니다. 그리고 참사가 우리 사회에 던지는 질문이 무엇인지 밝히려는 노력이 있었습니다. 미래를 장담하지 못하고 아파하면서도 참사를 외면할 수밖에 없는 ‘재난 세대’의 간극을 다독이면서, 그 근원을 돌이켜보는 일이야말로 재난 참사를 대하는 제대로 된 태도일 것입니다. 서교인문사회연구실의 『재난 이후, 사회』는 이러한 고민과 성찰, 분석의 결과물입니다. 우리 사회의 상흔을 깊이 되새기는 공감의 노력이 치유의 큰 걸음이 된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작업을 기꺼이 해주신 연구자들께 박수를 보냅니다. 이 책을 통해 10.29 이태원 참사를 비롯한 여러 사회적 참사, 그리고 피해자들이 겪는 아픔과 상흔이 널리 기억되길 기대합니다. 그리고 그 공감의 힘으로 이태원 참사의 진상을 밝히는 과정에 함께해 주실 것을 소망합니다.
- 이정민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
비극적 참사에 냉담한 사회 앞에서 애도와 통치, 정치공동체에 관해 사유하고 성찰한 서교인문사회연구실의 글을 모았다. 정치는 실종되고 운동은 침잠하여 말하고 쓰는 것이 공허하게 느껴지는 시대에, 저자들은 무력감에 압도되기보단 치열한 사유로 응전하고 도전한다. 글은 이론과 현실에 깊게 뿌리 내리고 있다. 재난과 이태원 참사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을 따라 읽다 보면 미처 닿지 못한 새로운 질문과 이해의 문 앞에 당도한다. 강렬하고 매력적이다. 재난 이후 삶과 애도, 사회 변화의 가능성을 묻는 당신에게 훌륭한 나침반이 되어줄 것이다.
- 유해정 (유해정 재난피해자권리센터 ‘우리함께’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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