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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무뢰한과 함께 사는 법 1

리뷰 총점10.0 리뷰 3건 | 판매지수 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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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10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264쪽 | 145*210*16mm
ISBN13 9791194246237
ISBN10 1194246230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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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모든 걸 끊임없이 의심했다. 내가 느껴야 할 감정과 그렇지 않은 감정을 확신할 수 없었다. 내가 한 일이 적절했는지, 내가 하려는 일에는 문제가 없는지 또 의심했다. 불확실한 모든 걸 있는 그대로 털어놓는 건 ‘이론적’으로는 좋은 방법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상황만 더 나쁘게 만드는 경우가 많다. 내 생각에 대한 상대방의 반응을 어떻게 알 수 있단 말인가. 나는 진실과 거짓이라는 양극단 사이를 끊임없이 오갔고,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하는지 전혀, 전혀 알 수 없었다. 특히 엄마와 관련해서는 더욱 그랬다. 어떤 식으로든 엄마를 화나게 하는 일만은 정말 피하고 싶었다. 엄마는 말하자면 내 감정의 나침반 같은 존재였다. 엄마가 내게 올바른 길을 알려 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엄마가 옆에 있을 때는 내가 어떤 감정을 느끼건 느끼지 않건 걱정할 필요가 없었고 또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 갈등하지도 않았다. 어쨌든 엄마가 다 판단해 줄 테니까. 하지만 엄마가 화내면 나는 혼자 남은 것처럼 외로웠다.
---p.41 「초콜릿 케이크」중에서

그 애와 같이 있을 때도 그랬다. 우리는 함께 등교하고 있었는데 시드가 내 신경을 건드리기 시작했다. 시드는 또다시 우리 집에 놀러 오고 싶었지만, 어른들이 허락해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게 다 너 때문이야.” 그 애가 징징거렸다. “그때 네가 그런 멍청한 장난만 치지 않았어도 계속 함께 놀 수 있었을 거 아니야. 가만 보면 일을 망치는 건 언제나 너야!”
“미안해.” 나는 시드 자매가 집에 찾아오지 않아 좋았고 전혀 미안하지도 않았다. 갑자기 머리가 아프기 시작하면서 뭔가가 천천히 나를 짓눌렀다. 모든 감정이 끊어지며 정신이 나갈 것처럼 고통스러웠다. 그냥 혼자 있고 싶었다.
그런데 시드가 갑자기 바닥에 있던 내 책가방을 걷어차 가방 안에 들어 있던 물건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너는 말이야. 아무것도 아니야. 네 집도 너도 다 쓰레기라고.”
그래봐야 아무 효과도 없었다. 시드는 전에도 그저 내 관심을 끌기 위해 비슷한 짓을 여러 번 했었다. 하지만 그날은 날을 잘못 잡은 게 분명했다. 시드를 보며 다시는 저 얼굴을 마주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 한밤중에 시드 자매를 집 밖으로 내보내고 문을 닫아 버렸으니 그만하면 내 뜻이 충분히 전달되었어야 했는데, 아무래도 더 직접적인 메시지를 전달할 필요가 있는 것 같았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흩어진 물건들을 주섬주섬 끌어모았다. 그중에는 헬로키티가 그려진 분홍색 필통도 있었는데, 안에는 날카롭게 깎은 노란색 연필이 가득했다. 나는 연필 하나를 꺼내 들고는 몸을 일으켜 시드의 머리 옆부분을 찍었다. 연필이 쪼개지며 파편이 목 주위로 흩어졌다. 그 애는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고 등굣길에 이를 목격한 아이들은 당연히 다 넋을 잃었다. 나 역시 멍하니 서 있었다. 나를 짓누르던 압박감이 사라졌다. 동시에 희열 같은 게 치밀어 올랐다. 나는 아주 기분 좋게 자리를 떠났다. 지난 몇 주 동안 압박감을 걷어 내기 위해 온갖 파괴적인 행동을 일삼아 왔지만 아무런 효과가 없었는데, 단 한 번의 폭력으로 모든 근심과 걱정이 씻은 듯 사라졌다. 그것도 그냥 사라진 게 아니라 진정한 평화가 찾아왔다. 그야말로 효율과 광기가 동반된, 평온함으로 이르는 지름길이었다. 물론 누구도 이해시킬 수 없었겠지만 나는 한동안 멍하니 돌아다니다가 집으로 돌아가 차분한 목소리로 엄마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다 말했다.
---p.45 「초콜릿 케이크」중에서

아이들은 다들 친절했지만, 내가 조금 이상하다는 사실을 금방 눈치챘다. 물론 내 말이나 행동이 조심스럽지도 않았다.
“뽀뽀 말고 키스해 본 적 있어?” 새로운 학교로 전학을 온 지 한 달쯤 지났을까, 점심을 먹고 있는데 라이언이라는 아이가 내게 물었다.
“없어.”
“진짜 없어?” 라이언의 질문은 멈추지 않고 계속되었다.
“없어. 엄마가 돌아가셨거든.”
나는 그렇게 대답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질문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대답이었다. 나도 내가 왜 그렇게 말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그렇게 하면 그 애가 더는 말을 걸지 않을 거라고 확신했던 것 같다. 실제로 라이언은 즉시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라이언과 함께 둘러앉아 점심을 먹던 아이들의 표정은 싹 달라졌다. 내게는 익숙한 상황이었다. 엄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은 곧장 교장 선생님 귀에 들어갔다. 나는 교장실로 불려 갔다.
“패트릭?” 교장 선생님이 내게 몸을 바싹 붙이며 말했다.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게 사실이니?” 뭔가 근심이 가득한 얼굴이었다.
---p.60 「플로리다」중에서

수업이 시작되었지만,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고 안 좋은 생각만 증폭됐다. 바깥 공기를 쐬면 좀 달라질까 하는 마음에 화장실로 갔다. 6학년 여학생 몇 명이 내 앞에서 느릿느릿 걸어가고 있었다. 그들이 나보다 먼저 화장실로 들어갔고 묵직한 화장실 문이 내 앞에서 닫혔다.
그대로 문밖에 서 있었다. 손잡이 위쪽에는 바깥에서 문을 잠글 수 있는 간단한 장치가 있었다. 그 장치를 볼 때마다 항상 흥미롭다고 생각했다. 누가 바깥에서 문을 잠글 생각을 했을까? 그리고 내가 문을 잠그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화장실로 이어지는 복도는 외부와 통해 있어서 제법 바람이 시원하게 들어왔다. 나는 커다란 잠금장치를 움켜쥐고 금속 장치보다 내 손이 얼마나 작은지 가늠해 보았다. 내 힘으로 잠글 수 있을까? 처음에는 할 수 없었다. 그러다가 문득 우리 집 뒷문을 떠올렸다. 문을 앞으로 조금 밀면서 장치를 돌리면 됐었던가? 문에 기댄 채 철컥거리는 소리가 들릴 때까지 천천히 장치를 돌렸다. 그리고 뒤로 물러났다.

여학생들이 자기가 화장실에 갇혔다는 사실을 깨닫기까지의 그 짧은 시간은 영원 같이 황홀했다. 체육 시간에 커다란 트램펄린 위에서 뛰어놀던 때가 생각났다. 최대 높이로 솟아오른 후 떨어지기 직전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순간이었다. 문 앞에서도 그와 같은 자유로움을 느꼈다. 문이 잠기는 순간 모든 압박감은 사라졌고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았다. 여학생들은 비명을 지르며 문을 두드렸다. 나는 아무런 감정 없이 흥미롭게 그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화장실에 갇혀서 무서워한다는 게 이상했다. 그러다 갑자기 복도 저쪽에서 목소리가 들려 깜짝 놀랐다.
---p.85 「경계경보」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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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회는 여전히 경계에 놓인 이들을 회피나 격리라는 손쉬운 방식으로 내몰곤 한다. 소시오패스 역시 다채로운 스펙트럼으로 다뤄지는 대신 사회병질자, 비정상 따위로 납작하게 호명될 뿐이다.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누군가를 속단하고 소거하는 세계에서, 주체성을 되찾기 위해 자신의 감정에 이름을 붙이고 해답을 갈구하며 전진하는 패트릭의 투쟁기는 그래서 더 빛난다.
삶은 맺고 끊는 게 아니라 관계와 사랑에 관한 고찰을 통해 경유되고 이어진다는 것을, 패트릭은 곡진한 ‘의지’를 통해 보여 준다. ‘의지’라는 단어가 무엇을 해내려는 주체의 강인함과 타인에게 마음을 기대는 교감의 방식을 동시에 끌어안는 것처럼, 패트릭 역시 타인과 소통하고 갈등하며 자신과 타인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끈끈히 잇는다. 누군가를 ‘이상하다’며 내치고 외면하는 대신 타자와 타자를 부드럽게 잇는 이 매듭 짓기의 과정이 참 귀하다. 스스로를 변종 혹은 부적응자로 여기며 움츠릴 이들에게 완강하게 ‘사람의 마음은 대단하다’라고 전하는 이 작품은 유대와 희망의 끈을 기꺼이 엮어 줄 것이다.
- 성해나 (소설가)
진부한 문법을 교묘히 피하며 미디어가 만들어낸 악마적 소시오패스의 허구 속에서 현실적 소시오패스의 진실을 구원해냈다.
- 〈오프라데일리〉
이 작품의 묘미는 주인공이 자기 문제를 특별하게 여기기보다 즐긴다는 점에 있다.
- 〈뉴욕타임스〉
아름답고 따듯하고 재미있고 입체적이고 매력적인 인물이 돋보인다.
- 〈가디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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