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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이 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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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10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220쪽 | 284g | 128*188*15mm
ISBN13 9791171011032
ISBN10 117101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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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어떠한 문학 형식도 소설처럼 독자의 정서적 참여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없을 것이다. 동일시라는 개념, 소설의 구성과 행위에 대한 이러한 참여야말로 틀림없이 많은 독자, 특히나 젊은 층이 소설에서 깊은 즐거움을 찾는 이유다.
--- p.16

소설을 읽음으로써 얻게 되는 지식(운이 좋으면 지혜로움까지)은 역사나 전기, 과학, 비평, 학문에 관한 책을 읽을 때 얻는 지식과 다르다. 첫째로, 소설에서 얻는 지식은 덜 정확하다. 둘째로, 소설 바깥세상에서는 소용이 없다. 최고의 소설이 제공하는 지식은 열거할 수 있는 지식도, 엄격한 시험을 전제할 수 있는 지식도 아니다. 덜 제한적이고 더 넓고 더 깊은 소설의 주제는 인간 존재 그 자체이며, 아주 각양각색으로, 가끔 혼란스러우면서 겸허한 형태를 갖춘다. 훌륭한 소설을 읽는 것은 내가 알고 있는 교육에 관한 최고의 정의와 궤를 같이한다.
--- pp.31~32

소설은 역사를 통합하고, 철학에 관여하고, 도덕에 맞설 수도 있다. 평론가들은 사상 소설이며 인물 소설, 심리 소설, 역사 소설, 모험 소설에 관해 말한다. 소설의 종류는 이렇게나 다양하지만, 무엇보다도 소설은 인생에 관한 책이다. 어떤 다른 문학 형식보다도 소설은 인생이 선사하는 디테일의 복잡성을 잘 수용할 수 있다. 소설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소설이란 다양한 형식을 말해주는 문학 형식이다.
--- p.37

소설이 가진 신비 중 하나는 등장인물만 변화하는 것이 아니라 독자도 변화한다는 것이다. 울프가 “독서는 우리의 삶을 바꾸고, 삶은 우리의 독서를 변화시킨다.”라고 잘 표현한 것처럼 말이다.
--- p.66

확실히 프루스트는 다음 문장 하나만으로 치유 문화가 제공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합친 것보다 인간 존재에 대한 진실에 더 가까이 다가갔다. “지혜란 우리가 그냥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 누구도 대신 가줄 수 없는 여정을 통해서, 누구도 대신해줄 수 없는 노력을 통해서 우리 스스로 발견해야 한다.”
--- pp.167~168

내가 생각하기에 톨스토이는 최고의 소설가이자, 아마 모든 시대와 장르를 통틀어서 가장 훌륭한 작가다. 그가 만든 모든 인물은 살아 숨 쉬고, 그가 집필한 모든 소설과 이야기는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해서 그가 만들어낸 인물들에게 무슨 일이 벌어질지 너무 궁금해서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게 만든다. 도입부는 독자를 끌어들이고, 결말은 절대 독자를 실망시키는 법이 없으며, 도입부와 결말 사이에 있는 모든 디테일은 지속해서 독자의 관심을 끈다. 소설 속 지루한 부분(가령 『전쟁과 평화』에 나오는 역사 부분)조차 흥미롭다. 톨스토이의 책을 한번 읽으면 다른 작가의 책을 읽는다는 건 상상할 수 없다.
--- p.171

진지한 소설은 극적인 드라마를 전개함으로써, 개연성 있는 등장인물이 겪는 도덕적 갈등(일반적으로)을 보여주고, 논쟁을 인간적 묘사로 대체함으로써 독자를 생각하게끔 자극한다. 「크로이체르 소나타」가 아니면 어디서 ‘아름다움이 선한 것.’이라는 생각이 커다란 환상이라는 생각과 마주칠 수 있을까. 톨스토이는 「이반 일리치의 죽음(The Death of Ivan Ilych)」에서 어느 신학자도 해내지 못했을 방법으로 죽음을 현실화했다. 디킨스의 『데이비드 코퍼필드』의 등장인물 미코버는 어느 경제학자보다도 훌륭하게 경제의 교훈을 가르쳐준다.
--- p.187

이 책의 원제인 ‘소설, 누구를 위해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다음과 같다. 우리 모두가 소설을 필요로 한다. 심지어 소설을 읽을 생각이 없는 사람들도 포함해서 우리 모두는 소설이 필요하다. 그리고 전례 없는 산만함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야말로 그 어느 때보다도 소설이 필요할지 모른다.
--- p.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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