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설화란 역사적 관점에서 보면 문제가 많다. 그래서 사람들은 재미 또는 호기심 차원에서 에피소드 정도로 생각한다. 나도 그랬다. 그런데 초안을 잡아보니 두 스토리텔링이 석불사와 불국사의 관계에서 큰 모순 없이 유기적으로 맞춰지는 것이다. 특히 옥경 설화만큼 호기심을 발동하게 해 주는 전설은 세계에서도 잘 보지 못한다. 가장 종교적이면서 가장 세속적이고, 가장 정치적이면서도 가장 정쟁적이고, 가장 역사적이면서도 가장 야사적이고, 가장 사실적이면서도 가장 은유적이기 때문이다. 압축된 그 세속적, 정쟁적, 야사적, 은유적 내용에서 부족한 부분은 상식적으로, 현실적으로, 학문적으로 보완할 수 있는 한 보완해 가면서 퍼즐을 맞추며 풀어나갔다. 국보 중의 국보인 석불사 ? 불국사에 대해 김대성 설화와 옥경 설화로 설명된 그 은유적 신비의 베일을 벗기는 한편, 보다 역동적인 생명력을 부여해 세계 속 위상에 걸맞은 수준으로 자리매김하고 싶어서였다.
---「책을 펴내며」중에서
사실 그 이전, 지리상의 발견 이후 포르투갈과 스페인은 더했다. 아니 돈키호테식으로 단순 무식하고 명쾌하게, 잉카제국의 대표적인 태양 신전을 뭉개고 그 자리에다 가톨릭 성당들을 세웠다. 서구 제국주의자들이 저질은 이 같은 행패는 세계 역사 ‘스캔들의 0번지’였다. 오늘날은 당시 주동자의 동상들이, 특히 노예시장을 이끌었던 인물들의 동상부터 무참하게 나뒹굴게 되는 부메랑의 현실이 되어가고 있음이 때때로 로드니 킹 같은 사건에서 나타나고 있다. 앞으로 UN 산하 유네스코에서 본격적인 ‘세계사 바로 세우기 운동’의 불씨가 될 것이다.
---「1부 1장│석불사_ I. 지금까지 DNA에 대한 진실 시비」중에서
그 문은 평소에는 하늘 자궁을 감싸고 보호하다가 필요할 때만 문을 열었다는 의미가 된다. 그 홈은 문이 밖에서 열리도록 다듬었다. 동짓날 새벽 예배 시 문을 열어 일출하는 우주의 기인 태양이 백호점정을 통해 자궁의 요체인 본존불의 대좌(난자)에 내장되게. 대좌 밑으로 흐르는 발원수는 그 기를 받아 생명이 잉태되게 의미화하였다. 석실의 이 같은 구조는 인간의 자궁 구조 및 그 기능과 흡사하다. 인간의 생명 잉태 원리와 같게 한 것이다.
---「1부 1장│석불사_ II. 조성 목적: 수태 점지(受太占指)」중에서
사실 요즈음 발굴을 통해 어느 곳 1방(坊, 가로 160m×세로 170m ≒ 3,000평)에 18가구가 나왔다고 한다. 1가구에 7명 잡으면 126명, 여기에 당시 1,360방이었다고 하니 곱하면 171,360명이 된다. 그러니 여기서 178,936명÷1,360방=131명이므로 1방에 비슷한 숫자가 나온다. 이를 18가구로 나누니 당시 1가구당 평균 식구 수는 7.3명꼴이다. 이것으로 보아, 가구 178,936(戶)는 인구 178,936(人)으로 보는 것이 사실적임이 입증된 것이다. 완전하게 발굴된 방의 크기를 기준으로 삼으니, 1방이 대략 3,000평이다. 여기에 1,360방을 곱하니 4,080,000평이다. 당시 서라벌의 면적이다.
---「1부 2장│불국사_ I. 조성의 주인공들」중에서
역사상 가장 선호되었던 순례 성지는 무엇보다 예루살렘이었고, 그곳에 소재한 그리스도 성묘교회(Holy Sepulchre)였다. 이 교회는 예수가 십자가 책형 당했던 갈보리(Calvary 혹은 Golgotha) 언덕과 죽은 예수의 시신을 수습하여 모셨던 무덤 위에 있다. 이곳이 그리스도의 부활이 발생했던 장소이기에 일명 아나스타시아(Anastasia, 부활)라고도 불렀다. 이 성묘교회는 이후 수많은 교회의 건축을 촉발한 계기가 되었으며, 건축적인 형식에서도 모범이 되었다.
---「2부 1장│비잔틴 성당_ II. 비잔틴 성당에 담긴 의미들」중에서
라빌린트 미로에서 나오면, 사천왕문을 통과한 불자처럼 죄책감이 사라지고 의연한 마음이 되면서 경건해진다. 죄사함 받음을 느끼면서다. 이제 건물의 중심 자리가 되는 본당의 의자에 앉게 되면 마음이 한 단계 더 안정되면서 신에게 마음을 바치고자 하는 주체적인 신앙이 갖춰지게 된다. 모세처럼 가시떨기나무에서 신발을 벗는 감정이 되는 곳이다. 이곳에서 예배의 모든 과정이 진행된다. 모세가 신발을 벗은 마음으로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거듭난 마음이 되어 유대 민족을 이끌고 출애굽해야겠다는 결심이 이루어졌듯이 그런 거듭난 삶의 전환이 일어날 수 있는 계기를 느끼게 해주는 자리다.
---「2부_3장│사찰과 성당 비교_ II. 예배 시스템에 따른 진입공간 비교」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