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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의 블랙박스를 요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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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10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248쪽 | 134*200*20mm
ISBN13 9791194246374
ISBN10 1194246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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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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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는 블랙박스 홍보 영상이 반복 재생되고 있었다. 법정에서 증거 자료로 블랙박스 영상이 상영되는 장면부터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피의자와 방청석에서 손을 꼭 쥔 피해자 가족의 모습이 교차하여 등장했다. 영상의 마지막에는 블랙박스의 슬로건이 나타났다. “블랙박스는 세상의 모든 거짓으로부터 소중한 진실을 지켜줍니다!”
22층에 위치한 연구소는 언제나처럼 분주했고, 분위기도 평상시와 같았다. 큰별은 연구소의 안내데스크에 위치한 모니터로 다가가 마치 키오스크 주문이라도 하듯 무심하게 시신의 신원을 입력했다. 평소라면 5분 이내에 연구원이 블랙박스 영상 파일을 가지고 나타나 시신의 사망 원인을 설명해줄 것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들고 간 커피가 다 식도록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
--- p.15 「블랙박스」중에서

“방금 다녀온 사건 있잖아. 서초동 오피스텔 건.”
두꺼운 뿔테 안경을 벗고 두 눈을 찡그린 채 손으로 비비면서 팀장이 말했다. 무언가 어려운 이야기를 시작할 때마다 나오는 팀장의 습관이었다. 내키지 않는, 그렇지만 위에서 떨어진 일을 시키긴 시켜야 할 때 나오는 표정이었다.
“[더 블랙]에서 공문이 하나 올 거야. 보고서에 블랙박스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말고, 공문만 첨부해서 단순 심장마비로 빨리 종결해라.”
“네? 그게 벌써 연락이 왔어요? 30분도 안 지났는데요? [더 블랙]은 포기가 빠르네요? 그런데 블랙박스 오류 관련해서는 써줘야 하지 않을까요? 연구소장도 일반적인 일은 아니라고 조사를 해봐야 한다고…….”
팀장은 갑자기 화를 내며 큰별의 말을 잘랐다.
--- p.22 「블랙박스」중에서

“선배, 특이점은 없어요. 다행히 타살 흔적 같은 건 없네요. 일찍 퇴근할 수 있겠어요.”
먼저 도착해서 시신 앞에 쪼그리고 앉아 있던 훈직이 기계적으로 홍채 인식기와 지문 인식기를 이용해서 신원 확인을 하며 다행이라는 듯 말했다. 시신은 마치 소파에 앉아 잠을 자는 것처럼 보였다.
“윤현태. 35세. 전략기획실 실장이에요. 이번 주에 건강검진을 받았고, 심장질환 진단을 받은 기록이 있는 것을 보니 심장마비인 것 같아요. 요즘 심장병이 유행인가?”
‘또 심장마비라고?’
큰별은 섬뜩한 느낌에 머리카락이 서는 것 같았다.
--- p.46 「의심」중에서

은하의 동공이 흔들리고, 테이블 아래에 있는 손이 떨리는 것을 본 큰별은 은하에게 무심히 물 잔을 건넸다. 큰별은 은하가 물을 다 마신 후에야 다시 말을 시작했다.
“본인의 사무실에서 사망한 채 발견되었습니다. [더 블랙]과 국과수의 소견으로는 심장마비로 인한 사망입니다. 그런데 혹시 임은하 씨는 윤현태 씨와 관계가 어떻게 되시죠?”
“관계요? 무슨 사이인지도 모르면서 저를 찾아오신 건가요? 사인이 심장마비라면서요? 혹시 무슨 다른 일이 있는 건가요?”
첫 질문이 현태와의 관계를 묻는 것이라니. 은하는 의아했다. 무슨 관계인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도대체 무엇을 물어보러 왔다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 p.76 「참고인 조사」중에서

“경찰이나 국과수나 모두 진실을 찾는 사람들이야. 진실을 찾는 방법은 너무도 많겠지. 우리가 좋아하는 고전 영화에서는 발로 뛰어야 했지만,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은 그럴 필요가 없을 뿐이야. 진실을 찾기 위해서 가능한 모든 것들을 최대한 활용한다고 생각해. 그게 발로 뛰는 것이든 컴퓨터 앞에서 클릭을 하는 것이든 그건 중요하지 않아. 눈앞에 증거가 있어도 제대로 해석하지 못하는 순간 진실은 묻히고 마는 거야.”
신우택은 큰별에게 선배로서 현실을 받아들이고 새로운 방식을 계속 고민해야 한다고 말해주었고, 큰별은 그의 말을 가슴에 새겼다.
--- p.93 「큰별 이야기」중에서

“윤현태 씨의 통신 기록을 자세히 들여다봤어요. 업무상의 연락이라고만 생각했었는데, 전화 통화 외의 문자나 메신저 등의 내용을 하나하나 살펴보니 일반적인 연인들의 대화 내용도 많더군요. 6개월 정도 사귄 사이로 보이고, 사이는 좋았던 것 같아요.”
큰별은 윤현태와 양민아의 관계를 이야기하면서 은하 눈치를 봤다. 은하의 표정이 변하지 않는 것을 확인한 현태는 계속해서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마지막 통신 기록이 조금 의심스러운데, 양민아 씨가 보고한 내용에 대해서 윤현태 씨가 ‘그냥 모르는 척하라’고 비밀 메시지를 보낸 내용이 있었어요. 만약 윤현태 씨의 죽음에 정말 무언가 있는 것이라면, 모르는 척해야만 하는 무언가가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럼, 양민아 씨도 무언가 알고 있다는 말이네요.”
--- p.108 「공조1」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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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펼쳐준 미래의 어느 소동은 현실을 사랑하고 껴안아 주는 힘에서 비롯된다. 지금의 시간을 사랑하고 시대민을 어루만지는 힘에서 시작된다. 그렇기에 작가가 만들어낸 이야기와 인물들은 지금의 우리가 이해 가능한 심정에 놓여 있고 그들의 발작과 용기들도 이 시대에 필요한 부분들이다.
미래의 이야기 속에서 현실을 투영해 보여준다는 것, 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 과도한 상상도 있고, 있을법한 설정도 버무려지며 작가의 상상은 속도감 있는 전개로 우리를 활자경 안으로 끌고 들어간다. 부디, 이 늠름한 글쓰기가 우리 숨이 머무를 순간까지 이어지고 이어지길 바란다. 마지막 블랙박스를 꺼내 들었을 때 그의 눈앞에 작업 중인 원고가 보였으면 한다.
- 장진 (영화감독)
나를 둘러싼 블랙박스와 CCTV를 보며 안도감과 함께 묘한 두려움을 느낀다. 안전을 담보로, 감시받는 기분. 그래도 ‘안전’이 우선이라고 조금 더 안도해왔다. 하지만, 뇌에 블랙박스를 심어놓는다면?!
정보는 힘이다. 부도덕한 집단이 정보를 독점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우리는 숱한 사례로 확인했다. 작가의 ‘현실적인 상상력’에 단숨에 소설을 완독하며 바랐다. 부디 진실은 ‘별난 경찰’의 편이길.
- 심수미 (JTBC 기자)
고독사라는 현대사회의 문제와 기술 발전이 불러올 미래의 문제를 조화롭게 엮어낸 작가의 상상력에 빠져든다. AI 시대를 맞이한 오늘날, 한번쯤 생각해봤을 단편적 상상을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스토리 라인과 전개로 풀어내며, 매 장면 다음 사건을 궁금하게 만든다. 블랙박스의 역할이 점점 부정적으로 변해가는 과정에서 퍼즐처럼 맞춰지는 사건들, 그리고 사건들이 하나씩 연결되며 드러나는 진실은 결말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키며 독자를 이끈다.
그러나 이 소설의 진정한 매력은 기술 발전이 인간의 자유와 생명을 어떻게 조작할 수 있는지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에 있다. 인간의 삶이 기록되고 통제되는 시대가 온다면, 과연 개인의 자유는 어디까지 보장되어야 할까? 이러한 윤리적 문제에 대한 작가의 고뇌가 담긴 이 소설은 곧 우리가 직면할지 모를 미래 사회의 명과 암을 그려내며, 독자에게 깊은 여운을 남긴다.
- 정우철 (작가, 도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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