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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국가 (큰글자책)

노예국가 (큰글자책)

: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예로 산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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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11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188쪽 | 210*290*20mm
ISBN13 9791194391050
ISBN10 119439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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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와 자본에서의 사유재산, 다시 말해 생산수단의 소유권과 통제 권한이 일부 시민에게만 귀속되고, 나머지 대다수 시민은 그와 같은 소유권을 가지지 않거나 극히 제한된 범위에서만 가질 때 우리는 그 체제를 자본주의 사회라 부른다. 그런 사회에서 재화가 생산되는 방식은 프롤레타리아트의 노동력을 토지와 자본에 투자하는 길밖에 없으며, 그를 통해 프롤레타리아트는 생산된 전체 재화의 일부만 누릴 수 있을 뿐이다. 자본주의국가를 규정하는 두 가지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국가의 구성원인 시민은 정치적으로 자유다. 이를테면, 자기 의지에 따라 재산이나 노동력을 투자하거나 투자를 거둘 수 있다. 둘째, 국가 구성원인 시민이 자본가와 노동자로 구분되며, 그 비율은 시민 전체가 소유권을 보장받는 게 아니라 상대적인 소수집단으로 소유권이 제한되는 방향에서 결정된다.
--- 「1장 전제들」 중에서

노예제도는 유럽 역사에서 결코 생소한 경험이 아니다. 유럽인에게 그것이 수용 가능한 무엇이라 보는 것은 전혀 엉뚱한 견해가 아니다. 노예제도는 지금은 많은 사람이 거의 시효가 다 된 것으로 치부하는 기독교적 신앙이 유럽에 뿌리내리기까지 오랜 세월 사회를 지탱하는 근간으로 유지되었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노예제도를 확고한 토대로 삼아 장기간에 걸쳐 구축된 사회질서를 제치고 일어선 기독교(가톨릭)적 체제는 하나의 거대한 실험이었다. 바로 그 실험을 통해서 우리는 노예제도가 그와는 전혀 다른 성격의 사회체제로 이행하는 점진적인 변화 과정을 목도하게 된다.
--- 「2장 우리 문명의 토대는 노예제도였다」 중에서

노예제도의 쇠락은 이른바 빌레Villae(빌라villa의 복수형-옮긴이)로 불리는 대규모 농가군락이 생산활동의 기본 단위로 자리 잡으면서 완만하게 진행된 현상이다. (중략) 농업 생산의 단위로 기능했던 빌레는 서기 400여 년에 걸친 고도의 문명사회에서 중세 암흑시대로 넘어가면서 점점 더 사회의 기본 모형으로 자리를 굳혀갔다.
--- 「3장 노예제도는 어떻게 붕괴되었나」 중에서

여러 세기에 이르는 기독교의 발전 과정을 거친 끝에 우리가 도달한 이 훌륭한 상태, 오랜 노예제도를 궁극적으로 근절한 이 사회는 그러나 모든 곳에서 번영을 구가한 것이 아니다. 특히 잉글랜드에서 노예제도는 완전히 붕괴되었다. 재앙의 씨앗은 16세기에 뿌려졌고, 눈에 띄게 그 결과가 두드러지기 시작한 것은 17세기였다. 18세기 내내 잉글랜드는 프롤레타리아트의 토대 위에 자신의 체제를 구축했다. 다시 말해 한편으로는 생산수단을 소유한 부자들과 다른 한편으로 그것을 소유하지 못한 다수로 구성된 사회로 자리잡아갔다는 뜻이다. 19세기로 접어들자 악惡의 공장들이 최고조로 번성했고, 한 세기가 저물기 전에 잉글랜드는 자본주의국가라는 이름에 걸맞은 체제를 갖춰, 전 세계에 자본주의의 대변자로 인식되었다. 생산수단이 소규모 시민에게 집중되고 대다수 사회구성원은 자본과 토지를 소유하지 못하는 구도가 고착된 것이다.
--- 「4장 분배주의국가는 어떻게 몰락했는가」 중에서

인류 역사에 자본주의적 요소가 오랜 시간 성장해왔음에도 그 폐해에 대해서는 비교적 최근 들어 눈뜨게 된 것은, 국가로서의 자본주의체제가 그만큼 뒤늦게 본모습을 갖추었기 때문으로 설명할 수 있다. 20세기 초 영국의 상황만 해도 아직은 절반이 다양한 생산수단을 앞세운 인적 구성원 간의 경쟁체제보다는 농업이나 가내수공업에 의존하며 생활하고 있었다. 법이나 윤리가 표방하는 가치와 실제 우리의 사회가 보여주는 광경의 괴리, 그로 인한 긴장은 현 체제를 불안정한 무엇으로 여기게 만든다. 그리고 현대사회에서 불안정한 체제만큼 정신적 긴장과 갈등을 유발하는 요인도 드물다. 사회적 현실이 그것을 떠받쳐야 마땅한 윤리적 바탕에서 이탈할 때 그 사회구성원 개개인이 경험하는 정신적 갈등과 병리증상은 다른 어떤 경우보다 심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 「5장 자본주의체제는 성장과 비례해 불안정해진다」 중에서

자본주의체제가 불안정평형 상태에 있다면, 이는 그 체제가 안정평형 상태를 추구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요컨대, 자본주의란 사회의 안정을 가능케 할 다른 구조로 전환하는 것이 불가피한 체제다. 그런데 자본주의를 대체할 수 있는 사회적 장치는 현재로선 다음 세 가지밖에 없다. 노예제도와 사회주의 그리고 소유권(Property)이 그것이다.
--- 「6장 불안정성에 대한 안정적 해결책」 중에서

자본주의체제가 별다른 저항 없이 계속 이어질 경우 공동체는 스스로 노예국가의 길을 밟는다. 자본주의체제로서는 분배주의보다 집산주의야말로 손쉬운 해결책이라는 사실에서 이런 결과가 빚어진다. 또한 집산주의를 시도하려는 행위 자체가 집산주의 이상과는 전혀 다른 결과물을 낳을 수밖에 없는데, 다수의 노예화와 소수의 특권 강화로 요약되는 그것이 바로 노예국가라는 얘기다. 노예제도를 끔찍하게 여기는 사람들은 누구나 자본주의 폐단의 해결책으로 분배주의나 집산주의를 제안한다. 전자를 제안하는 경우는 대게 보수주의나 전통주의를 표방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기독교적 유럽의 오랜 생활 관습과 형식을 존중하고 최대한 보존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다. 유럽의 과거 역사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기에는 모든 소유권이 적절하게 분배되었다는 사실을 그들은 알고 있다. 아울러 오늘날 소유권이 적절하게 분배된 나라에서는 사회 건전도가 다른 어느 곳보다 훨씬 더 강고하다는 사실 또한 잘 알고 있다. 요컨대, 자본주의 폐단에 대한 대안이자 해결책으로 분배주의국가의 재건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적어도 현실적 사례를 고려함과 동시에 경험상 안정성이 검증된 사회적 조건을 이상으로 삼는 부류라 할 수 있다.
--- 「7장 사회주의는 자본주의의 쟁점에 대한 가장 손쉬운 미봉책이다」 중에서

나는 이번 장을 통해 현대 잉글랜드에서 사회 변혁을 주도해온 힘의 배경인 세 부류의 이해 당사자가 어떻게 해서 노예국가로 표류해갈 수밖에 없었는지를 보이고자 한다. 이들 세 이해 당사자 중 처음 둘은 개혁의 주체를, 나머지 하나는 개혁의 대상을 대표한다. 첫째 이해당사자는 사회주의자이며, 최소 저항선에 준해 작업하는 이론적 개혁가다. 둘째 이해당사자는 실용주의자이며, 실용주의적 개혁가로서 시계가 좁기는 하나 오히려 그로 인해 오늘의 당면 문제에 발 빠르게 대처한다. 셋째 이해당사자는 거대한 프롤레타리아트 대중이다. 이들에게는 변혁의 영향이 직접적이고 또한 강제적이기도 하다. 이들이 어떤 체제를 수용하고 어떤 방식으로 그에 반응할 것인지의 문제야말로 개혁의 가장 중요한 변수다. 개혁의 결과를 체현하는 것이 바로 그들의 삶이기 때문이다.
--- 「8장 개혁의 주체와 대상 모두 노예국가를 만들어간다」 중에서

프롤레타리안이 받아들인 사회적 위상은 자본가를 위해 상당량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되, 그 모든 잉여가치는 자본가에게 돌리고 자신은 작은 일부만 취하도록 스스로를 규정한다. 그런 구도를 통해 노동자와 함께하는 자본가는 사회적 질시의 모든 위험 요소를 뚫고 잉여가치에 대한 기대치를 영구적으로 누리면서 안정을 희구한다. 더불어 프롤레타리안 역시 일정한 수준의 자족과 안전을 보장받게 된다. 그러나 바로 그 보장으로 인해 프롤레타리안은 노동을 거부할 힘을 완전히 상실하고, 자기 스스로 생산수단을 소유할 능력에서 점점 멀어질 수밖에 없다. 이와 같은 구도는 시민을 결정적인 두 개의 계층, 곧 자본가와 프롤레타리안으로 분리한다. 그리하여 후자가 전자의 특권적 위치를 쟁취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 「9장 노예국가는 시작되었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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